연구요원의 부족과 전문적인 학술교류의 어려움 등 지방 연구소가 안고 있는 일반적인 문제점에도 불구, 「호남교회사연구소」(소장ㆍ김진소 신부)는 지속적으로 좋은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호남교회사연구소는 김진소 신부가 70년대 초 신학 토착화 모색의 일환으로 순교자의 증언록 등 과거 박해시대 호남지역 순교사료를 찾는데서 비롯돼 83년경 정식 연구소로 출범했다.
호남교회사 연구소는 그동안 천주가사의 발견을 비롯, 옛 공소(전주교구 교세통계표 등을 뮤뗄일기와 같은 기존 자료를 활용하여 발견했으며 최근 83년에는 성인 2위와 무명 순교자 10위의 묘를 발굴, 전주 교구사 뿐 아니라 한국 교회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특히 대부분의 연구소가 서울에 편중돼 학문의 지역적 편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실정 아래 호남지역의 수많은 순교사료를 독자적으로 발굴한 업적은 학계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73년경 김 신부가 광주대신학교 교수로 재직시 전북 정읍 죽림리서 「한국적 시편」이라 일컫어지는 「천주가사집」을 발견, 당시 학계에 처음으로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때부터 김 신부는 호남지역 교회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각종사료를 수집하기에 이르러 오늘날 동 연구소의 초석을 다지게 된 것이다.
김 신부는 또 뮤뗄 문서 중 전주지방 교세 통계표를 근거로 전주교구를 샅샅이 답사, 문헌과 대조해 실제공소를 찾아내기도 했다. 답사결과 대부분의 공소가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으나 19세기 당시 전북지방의 공소수가 4백 73개라는 사실과 그것이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것이 아니고 대부분 한국인 스스로가 세운 사실, 또 1890년에 이르러서는 전주지방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공소와 신자를 보유하게 된 사실 등을 밝혀냈다.
호남교회사연구소는 김 신부의 이같은 자료 발굴 업적을 토대로 올 3월내로 「호남지방 공소 지명 조사 보고서」와 「전주교구 교세 통계표」(1882~1985)를 책자로 간행할 예정이며 또한 6월내로 「전주교구사」를 편찬, 간행할 계획도 세우고 현재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호남 교회사 연구소는 83년 정문호와 한원서 성인의 묘를 비롯 무명 순교자 10위의 묘를 발굴해냄으로써 또 한번의 개가를 올리게 됐다.
1923년에 제작된 병인 순교자 시복 조사서의 기록과 1977년에 발견된 뮤뗄문서 및 구전을 토대로 성인들의 묘역이 천호에 있다는 확신을 굳혀온 김 신부는 83년 5월 본격적인 유해 발굴 작업을 시도한 결과 12위의 유해를 발굴해 냈다. 천호공소 경당 제의실에 보관한 유해에 대해 김 신부는 전북의 대 해부학교실 교수 및 치대구강진단학과 교수 등의 전문가들을 초빙, 과학적인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위 두분의 성인유해를 가려내는데 성공했다. 후에 가톨릭의대ㆍ서울의대 등에도 재차 정밀 조사를 의뢰, 법의학적 조사를 마치는 한편 최석우 신부를 비롯, 유홍렬 교수ㆍ이원순 교수 등 학계의 전문가들에게 위탁, 사회적 검토를 마친 후 83년 12월 18일 천호순교성지에서 12위의 천묘식을 거행했다.
호남교회사 연구소는 교회 사료의 발굴 및 연구 분석 뿐 아니라 세미나 등 교육부문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85년 8월에는「판소리 김대건 전」을 전주ㆍ정읍ㆍ남원 등지서 공연, 판소리를 통한 교회사의 강정전달도 시도한바 있으며 86년 11월에는 전주자치교구 설정 50주를 기념하여 순회 교회사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서울에 비하면 교회역사를 연구하는 전문 학자들이 태부족, 유기적인 학술교류가 어려울 뿐 아니라 이미 연구한 부문도 이를 전수할 사학도마저 드물어 전수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지방연구소의 어려운 실정을 털어놓은 김 신부는 『무엇보다도 교구차원에서 교구사의 연구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연락처 전주시 전동 2가 76 (전화:0652~82~2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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