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6월 27일
오늘 왕은 옛날 대궐을 떠나 경복궁으로 되돌아간다. 소문에는 왕이 왕의 초상화들을 남겨두었으며 아마도 새 궁궐이 북한에서 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왕 혼자서 그리로 피신하는 것이라고한다. 사실 불쌍한 왕은 갈수록 불안해질 것이다.
오후 4시경에 이 요아킴이 봉투에 넣은 편지 한 통을 내게 가져왔다. 편지에는 Sir…Esg라고 씌어있으며 봉해지지않은 그 봉투에는 30불짜리 지페가 들어있다. 편지아래의 서명을 보니 르젠드르 장군의 서명이라 그것을 그에게 돌려보냈다. 장군은 자신의 편지를 되찾게 해준 착하고 정직한 여교우(1개월 전에 세례를 받았다)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칭찬도 하지 않는다. 조선사람- 그가 교우일지라도-이 정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느니보다는 차라리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기는 편이 낫다고들 생각한다는 얘기다! 참으로 바로잡을 길이없다.
6월 29일
공포분위기는 계속 가중되어 가고 있다. 함장이 편지를 보내오다. 지난 27일 일본 수송선 8척이 병사 4천명과 식량, 그리고 물자를 제물포에 실어다 놓았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청국인들은 거의다 떠나버렸다. 우리 벽돌을 굽는 청국인들도 떠났으며, 미장이들도 위태위태해 보인다.
7월 6일
저녁때 전주에서 전보가 도착. 『신자들이 위험에 임박해 있음. 죠조 보두네』
어디서 위험이 오는 것일까? 분명히 수고스럽게 전주를 빠져나가지 않고 노략질을 시작한 동학의 무리들로부터 오는 것일게다.
7월 7일
전주의 보두네 신부에게 전보를 띄우다
『어떤 위험인가. 적은 누구이고 몇명이며, 어디에 있는가. 읍내에 중국인들이 있는가. 뮤뗄』
7월 8일
정오에 보두네 신부로 부터 답신 전보.
『신자들은 약탈당하고 매맞고 죽을 위험에 처함 죠조 신부 근처, 중국인 근처의 1만명 적들이 그대로 떠남』
이거야말로 갈수록 불분명해진다. 적들이란 어떤 자들인가? 어제 같아서는 청국인들이었는데, 오늘보니 그들은 떠나버렸다고 한다. 또 적이 1만명이라니?
7월 15일
6시반경에 전주에서 전보.
『신자들이 죽음을 피해 산에서 방황하고 있으므로 도움이 필요. 즉답할 것. 죠조』
그에 대해 이런 답장을 보내다.
『왕 친히 당신들을 보호하고자 고마스를 파견. 다른 희망은 없음. 뮤뗄』
7월 19일
죠조 신부로부터 전보.
『마침내 감사의 보호. 신자들에 대한 살륙과 방화가 시작됨. 회답요망. 죠조』
오 하느님! 내가 어떻게 대답할 수 있단 말인가? 저녁에 2명의 일본병사가 수녀원을 침입하다. 그들을 밖으로 쫓아내는 데에 힘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엇다. 더우기 그들중 한명에게서 그가 긴줄에 늘어 뜨려 달고 있는 부적을 떼어내고서야 쫓아낼 수 있었다.
8월 2일
저녁9시반에 파스키에 신부의 두 파발꾼이 와서 가엾은 죠조 신부가 청국군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전해주다.
8월 18일
상하이에서 편지. 상하이에서 8월 11일자 전보. 일본 함대가 청국함대가 없는 틈을타 웨이하이웨이항을 포격했다는 소식이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알려진 바가없다. 청군들이 황주에 도착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오다. 8월 16일자 르메르 신부의 편지는 주민들이 후퇴하는 부대에서 낙오된 청군들로부터 약탈을 당했으며 이튿날이면 그 잔류병들이 풍수원에 들어오리라 예상되므로 그날 밤을 산에가서 지내려고 준비하는 중이라고 적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