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천주교 신자인 안중근의 의거를 한국천주교의 항일운동의 절정으로 간주하고 또 그의 거는 당시 교회당국의「친로배일(親露排日)이란 시대적 배경에서 일어날 수 있었을 것으로 전제하고 그간 그 사실여부를 고찰했다. 그 결과 실제로 그러했던 사실들을 여러 모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끝으로 안중근의 의거 자체를 고찰해야할 차례가 되었다. 안중근의 의거가 일어났을 때 교회당국에서는 그것을 애국심의 발로로 시인하면서도 신앙적인 견지에서는 살인죄로 단죄했다. 그러나 장본인인 안중근은 애국심만이 아니고 동시에 신앙인으로서 의거를 일으켰음을 주장했고 또 그렇게 확신했었다. 과연 그의 의거는 그의 주장대로 애국심과 신앙심에서 나온 것이었을까? 오늘날 우리가 그것을 바로 판단할 수 있도록 안중근의 의거를 신앙적인 견지에서 재조명해 보기로 한다.

안중근은 1879년 황해도 해주에서 안태훈(安泰勳)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 후 아버지는 신천의 청계동(淸溪洞)으로 이주했고 1894년의 동학란 때 그곳의 동학도들을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도리어 그 때문에 그는 서울로 불리게 되었고 마침내는 불란스교회(당시종현성당)로 피신까지 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천주교에 입교할 결심을 하게 되었고, 뿐만 아니라 고향에서 천주교를 전파할 계획으로 많은 천주교 서적을 갖고 청계동으로 돌아갔다. 나아가서 그는 청계동에 신부를 모실 계획을 세우고 1896년 당시 이웃 안악매화동(梅花洞)에서 포교 중이던 프랑스 선교사빌렘(joseph Wilhelm 洪錫九)신부를 초청했다 빌렘 신부는 다음해 청계동을 방문하고 안태훈(본명 베드로) 등 안씨 일가 60여명에게 영세를 주었다. 그리고 1년 후 1898년에는 매화동을 떠나 청계동의 본당신부로 정착했다.

안중근의 영세는 아버지가 영세한 1897년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영세신부의 말에 의하면 1899년이었다고 한다(안중근의 나이 21세). 그의 두 동생 시릴로 정근(定根)와 요왕 공근(恭根)도 아마 이때 형과 같이 영세했을 것이다. 영세 후 안중근의 신앙은 그의 말대로 「경문을 강습도 받고 도리도 토론하면서」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굳어졌다. 또 그는 빌렘신부의 미사 복사를 했고 그래서 신부와 함께 공소들을 순방하면서 사람들을 권면하고 전도하며 군중들에게 설교를 했다. 또 서양에서 수도회를 초청하여 서울에 천주교대학을 세울 것을 빌렘 신부와 의논하고 1902년경 그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 뮈텔 주교를 만나 대학설립을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교는『한국인이 만일 학문을 하게 되면 종교를 믿는데 좋지 않을 것이다』고 하며 거절했다. 두번 세번 다시 건의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는 분함을 금치 못하고 「종교의 진리는 믿을지언정 외국인의 심정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마음속으로 맹서하고 빌렘신부로부터 불란서 말 배우던 것도 그때부터 그만두었다.

1905년 노일전쟁이 끝나고 이또(伊藤)가 조선에 보호조약을 강요하게 되자 안중근은 의거를 일으킬 결심을 하고 고향을 떠나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 상해(上海)의 한성당에 갔다가 이웃 재령본당신부였던 르각(Le gac' 敦)신부를 만나게 되었다. 『네가 어째서 여기 왔느냐』는 신부의 물음에 안중근은 의거를 하기위해서 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르각 신부는 안중근에게 나라를 구하려면 나라를 떠나서는 안되고 오히려 나라에 남아있으면서 실력을 키워야한다고 타일렀다.

이 말에 안중근은 느끼는바가 많았던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간 그의 가족은 진남포로 이사해있었다. 그는 르각 신부의 말대로 한국국민의 실력을 키울 목적으로 진남포에 2개의 학교를 세우고 애국계몽운동에 진력하게 되었다.

그러나 1907년 다시 일제에 의해 조약이 강요되고 황제까지 혜위 당하게 되자 안중근은 의병이 되어 일본과 싸울 결심을 하고 다시 고향을 떠나 원산을 거쳐 간도(間島)로 건너갔다.

거기서 그는 일본군과의 최초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고 일본군인 4명을 포로로까지 잡았다. 그러나 그는 동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만국공법(萬國공法)의 정신을 따라 석방했다.

그 후 사세가 아주 급박해지자 동지2명에게 대세를 주었다. 그리고는 하얼빈으로 가서 의거를 감행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대가 믿는 천주교에서도 죄악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일본판관의 질문에 안중근은『그렇다. 그러나 남의나라를 뺏고 사람의 생명을 뺏을려는 자가 있는데도 수수방관한다는 것은 죄악이므로 그 죄악을 제거하려 했을 뿐이었다』고하며 그의 암살행위를 정당방위로 변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