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8월 28일
동학도들에게 포위된 채 산 속에 있던 두 신부는 포위망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르페브르씨가 외아문독판(外衙門督辦)에게 전하고, 독판이 다시 전주 감사에게 내린 명령, 즉 위험에 처한 선교사들에게 호위대를 조직해주고 통행증을 발부하라는 명령에 따라 정식으로 그러한 명을 받은 감사는 보두네 신부의 집에 있던 교우들에게 이를 알렸고 교우들은 19일 전주에 온 신부들에게 이를 전했다. 전주에서 신부들은 다시 수단으로 갈아 입고 가마편으로 조그만 항구, 합열 聖堂律을 향해 떠났다.
9월 3일
오늘 저녁9시에 일본 공사관에서 천황이 조선왕에게 파견한 특별대사를 위한 야회(夜會)가 벌어지다. 조선이 종주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것을 축하해주기 위해 파견된 특사이다. 그 무슨 우롱인가!
9월 4일
9월 2일 일요일 아침에 한강에서 배를 내린 르메르ㆍ부이용 두 신부가 한 일본인 파수병에게 체포되었다. 그 파수병은 신부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신호를 하며, 또 일본말로 얘기를 하였다. 신부들은 초소로 끌려갔다. 초소에서는 웬 애숭이가 그들에게 모든 것을 일본말로 말하게 하고 또 일본말로 쓰게까지 하려고 하였다. 결국 두명의 신부는 그들의 통행증을 내어놓고서야 제지를 받지않고 떠나올 수 있었다.
9월 17일~20일
피정, 코스트신부가 전라도 및 충청도의 신부들과 함께 르페브르씨를 찾아가다. 죠조 신부의 유해를 돌려 받을 수 있도록 해 줄것과 동학도들로부터 강탕당하고 학대받는 남부지방교우들의 불행한 운명에 조선 당국자들이 관심을 갖게 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다.
10월 7일
오전 내내 장안 도처에서 병사들의 왕래가 있어 대체 무슨 목적에서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러더니 저녁때는 일본인 구역에서 단 한명의 병사도 눈에 띄지않는다. 조선 사람들 말로는 일본인들이 대궐을 향해 아마도 대원군을 목표로 또 한차례 과감한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개혁을 책임지고있는 그 유명한 친일적위원회의 위원 17명중 1명을 대원군이 해임시킨 것만은 확실하다. 그일 때문에 오오토리공사가 대원군에게 항의를 했었다고 한다. 대원군은 그 항의를 몹시 곡해하여 분을 못이겨 담뱃대를 부러뜨리며 『대체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란 말인가?』라고 호통을 쳤다. 곧 이어 협약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문들을 지키던 일본 수비대들이 물러갔으며 그때 (10월 5일) 이후로 문들은 7월 23일 이전처럼 굳게 닫혀있다.
10월 8일
어제밤 자정쯤에 남대문밖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30내지 40가구가 소실되었다는 소문이다. 오늘 오후4시경에 동대문 중심가의 한 상점에서 또 화재가 일어났다.
10월 16일
營將과 中軍이 탄 나룻배가 채 강을 건너기전에 죠조신부의 사형이 집행되었으며 그들은 사형이 집행되는 것을 멀리에서 보았을 뿐이었다고 한다. 죠조 신부의 시신에 대해서 우리는 공주감사가 어디로 옮겼는지도 모른다고 르페브르씨에게 얘기하자 르페브르씨의 대답인즉 그 문서에 보면 바로 그 강가에 매장되어 있다고 적혀있단다. 독판은 르페브르씨에게 만약 죠조 신부의 시신을 서울로 옮겨오고자 한다면 호위대를 보내주마고 약속하였다고 하길래 우리는 그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대답했다. 2명의 선교사가 함께 가서 그 소중한 임무를 직접 이행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 조선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예절인 그러한 소중한 임무가 소홀이 여겨질것 같지않으면서도 아주 오랫동안 도외시 되어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