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이 말하는 완덕은 인간의 완전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삶을 말한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十字架를 지고 따르는 길이다.
구원이 십자가의 신비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고 묵상할 수 있는「십자가의 길」은 기도와 신심 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옛날엔 성당에 가면 연중에도 가끔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는 사람들을 보는데 공의회 이후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개 「십자가의 길」은 많은 신앙인들이 사순절때에나 하는 신심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 느낌이 아쉽다. 순교를 상징하는 십자가의 신비는 초자연적 생명에 대한 믿음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배우게 한다. 「하느님께 가는 길은 십자가의 길」이라는데서 그리스도의 희생, 고통, 시련의 처절한 인간 모습과 사랑을 뜨겁게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죄를 대신 지신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죄와 죽음에서 인간에게 해방과 자유와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 인간 자신의 부정들과 사회의 부정, 부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를 질 때 우리는 이웃과 함께 선(善)자체이시고,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과 일치하며 이웃 구원을 위한 십자가의 길이 될 것이다. 믿음때문에 십자가를 지고 죽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임을 일깨워주는「십자가의 길」은 신앙인의 영성생활에 활기를 일으켜 줄 것이다.
이번 수원가톨릭대학 교수이신 이정운 신부님이 펴내신「십자가의 길」은 특히 시편과 성서의 여러 인용들을 통해 그리스도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면서 모든 신앙인이 어떻게 그 분의 사랑을 체험하고 보답해야하는가를 묵상하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특히 12처에서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묵상을, 가상칠언(架上七言)을 통해 그 분의 죽음에 진정한 동참의 뜻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14처 돌무덤 앞에서 신앙인이 그분의 수난과 사랑 앞에 마음을 열고 죄와 죽음에서 해방된 자유인이 되어야하는 인간의 성소를 다루고 있어 다른 십자가의 길잡이와는 달리 좋은 묵상자료를 제공하고 있기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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