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부 시부문 우수작>
아이야 기억하나
내가 처음으로
그분을 뵙던 날을 말이야
장롱 두번째 서랍을
딛고 올라서서
처음으로 벽에 걸린 그분을
뵜을 때 말야
우리의 눈은 얼마나 빛났고
우리의 가슴은 또 얼마나 벅찼었니
두 팔을 괴롭게 벌리고
머리에 가시관을 쓰시고
고개를 떨어뜨리신 그 모습이
사랑이신 것을 알고
우린 얼마나 반했었니?
그러나
내 키가 장롱보다 훨씬 더 커버리고
그분의 모습이 고통이란 것도 함께 알 무렵
미사 때마다
내어주시는 엄청난 양의
사랑의 숙제 때문에
그 숙제를 다하지 못했다고 고백할 때
꾸짖지 않고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는
견딜수 없는 그분의 침묵 때문에,
몇 천의 성인 성녀를 거느리시고도
모자란다고
끝없이 날 부르시는 그분의 욕심 때문에
당신으로 인해
고민하고 울부짖을 땐
무섭게 냉정하심 때문에
아이야
그분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내 마음을
넌 알지
그렇게 미웁고 무뚝뚝한 분으로부터
도망쳐서
그분을 욕하고, 미워하고, 괴롭히고 싶어도
그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달아나고파도
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에
돌아온 탕자처럼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내님의 이름은
아이야 잘 들어두렴
『나의 하느님!』
▲심사평: 이 시는 설명이나 감상의 수단을 필요로 함이없다. 다만! 체험으로, 몸에 밴 「기가찬 신앙의 시」이기 때문이다. 『장롱 두번째 서랍을 딛고 올라서서』이 한 귀절이 곧, 그것이다. 좋은 시인이 될 것이다. 시의 구조, 전개 시어 등이 만점이다. 다만 「말이야」「말야」자리에 유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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