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은 만주의 여순 감옥에 수감되어 있으면서 그곳의 일본 재판소에서 1909년 10월 30일부터 다음해 2월 14일까지 11회의 신문과 6회의 재판을 받았다. 여기서 그는 도마란 본명으로 영세를 했고 또 아침마다 기도를 바쳤으며 이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성호를 긋고 하느님께 감사를 올렸다고 했다.
2월 14일 살인죄로 사형선고가 내려지자 안중근은 어머니와 아내, 숙부와 종제 안명근 (安明根), 영세신부인 빌렘 신부와 뮈텔 주교에게 미구에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고별의 편지를 썼다. 특히 어머니와 아내에게는 장남 분도를 신부로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며 그를 천주님께 바쳐 뒷날 꼭 신부가 되도록 잘 길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숙부들에게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개종을 거부하고 있는 백부를 권고하여 꼭 입교하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청계동 교우들에게는 대한이 천주교 나라가 되도록 전교에 더욱 힘써 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게 했다.
다음 안중근은 죽기 전에 성사를 받기위해 빌렘 신부에게 여순 감옥에 와줄 것을 간청했다.
빌렘 신부는 1910년 3월 7일 여순에 도착했다. 이튿날 그는 안중근의 두 동생 정근 시릴로와 공든 요왕을 데리고 감옥으로 가서 안중근을 면회했다. 그리고 다음날, 즉 3월 9일에는 안중근에게 고해성사를 주었고 10일에는 영성체를 시키기 위해 감옥에서 미사집전을 했다. 간수는 안중근의 수갑을 풀어주었다. 빌렘 신부는 안 도마에게『도마야 천주님께서 주시는 은혜에 감사하고 이 마지막 미사에 열심히 참례하도록 해라. 너는 소년시절 청계동에서 늘 복사를 했지. 마지막으로 미사에 복사하게 되는 것이다』고 했다.
도마는 그간 5년간이나 복사를 안했으나 한마디도 잊지 않고 잘 대답했다. 빌렘 신부는 복음을 한국말로 낭독한 후도마를 향해 이렇게 강론했다. 『본명성인인 종도 도마처럼 너도 하느님을 주님으로 믿고 섬겼다. 그 후 도마 종도는 주님을 잊었다. 마찬가지로 너도 한때 주님을 잊었다. 그러나 하느님은 너를 끝까지 기다렸다. 이제 네 앞에는 영원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주님은 우도에게 그의 죄를 책망하지 않고 다만 오늘 천국에 갈 것이라는 약속만을 했다. 만일 일본사람들이 이런 좋은 이야기를 왜 미리 도마에게 해주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즉 당신들은 왜 이토를 암살하기 전에 도마를 체포하지 못하고, 암살 후에야 체포했느냐고』미사는 안중근의 영세체로 끝났다. 그것은 동시에 안중근에게는 천국에 가기위한 노자성체이기도 했다.
이튿날 일본신문들은 종래의 논조를 바꾸었다고 한다. 그때까지 일본신문들은 안중근을 신앙도 도덕도 없는 비열한 암살자로만 취급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에게 동정을 표명했고 비록 원수이지만 그의 용기를 경탄해 마지않았다.
3월 11일 빌렘 신부는 정근과 공근을 데리고 안중근과 마지막면회를 했다. 안중근은 동생들에게 노모를 부탁하고 그의 시체는 하얼빈으로 옮겨 매장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교우들에게는『인생이 있는 이상 죽음도 조만간 면치 못하는 것이다. 나는 하루먼저 떠나 천국에 오른다. 그러니 교우들은 그들의 힘으로써 대한독립의 좋은 소식을 주기를 기다릴 뿐이다』라는 말을 남긴 다음 다 같이 기도를 올리고 작별했다.
안중근은 그의 사형이 3월 25일에 집행되기를 원했었다. 그날은 바로 예수께서 십자가상의 제헌을 마친 예수수난 날이었다.
그러나 일본당국은 복수심에서 암살과 같은 날, 같은 시각을 택하고자했고, 그래서 3월 26일 오전 9시 20분으로 사형이 결정되었다. 이날, 이 시간에 안중근은 사형장으로 끌려 나갔다. 그는 기도를 청하고, 5분간 꿇어 기도했다. 그리고 용기 있게 일어나 대한만세를 부르고는 운명의 교수대 앞으로 나아가 스스로 그 밑에 그의 목을 넣었다. 그의 태도는 극히 침착했다. 안색이나 언어에 이르기까지 여느 때와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정말 깨끗한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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