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조차 구하기 힘든 혹독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캄푸치아의 현실은 너무 비참했습니다. 이념을 떠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의 길이 열렸으면 합니다』
75년 공산화된 캄푸치아에서 보름 남짓 취재하는 동안 찹찹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다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최창섭 (바오로)교수는 자신이 민간차원의 교류를 위한 끈이 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MBC-TV의 캄푸치아특집 다큐멘터리제작대행을 말은 시네텔 서울 취재팀의 일원으로 지난5월 하순 우리와는 미수교국인 캄푸치아에 입국, 화제를 모은 최창섭 교수는『폴포트 정권을 몰아 낸지 9년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전쟁의 상흔이 아물지 않은 캄푸치아는 무엇보다 국가재건과 가난추방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이 철저히 파괴됐기 때문에 재기의 능력에도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이곳은 우선 당장 먹고 살아가는 일 외에 다른 것에는 눈 돌릴 겨를이 없을 정도로 생존에의 몸부림이 강하게 일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따라서 이데올로기를 초월, 종교적인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길 희망한 최 교수는 헐벗고 굶주리며 핍박받는 형제들에게 나눔의 손길을 펴는 일이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과 나눔을 실전하는 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태국과 베트남사이에 낀 약속국가인 캄푸치아는 지난 20년 동안 국명(國名)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사회적 분쟁과 혼란을 거듭해 왔다.
프랑스 식민지에서 가까스로 독립을 쟁취한 이 나라는 70년까지는 시아누크가 이끄는「카보디아王國」이었다. 미국을 등에 업은 론놀이 쿠데타를 일으킨 다음 「크메르공화국」이 되었다가 75~79년 크메르 루즈에 의해 공산화되면서「민주 캄푸치아」로 이름이 바뀌었다.
우리가 영화「킬링필드」에서 보았던 만행의 장본인인 크메르 루즈정권의 수상 폴포트를 내쫓고 베트남의 지원으로 수립된 오늘의 헹 삼린 정권 하에서는「캄푸치아 인민공화국」으로 이름이 또 바뀌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크메르루즈는 국경주변에「민주캄푸치아 연합정부」를 수립, 캄푸치아로 게릴라 습격을 감행하면서 이 나라국민들을 여전히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인간 잔악상의 혐오감마저 느끼게 한 폴포트 정권하에서의 비극적 현장의 잔영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밝힌 최 교수는 길을 지나는 20세 넘은 사람에게는 사연이 없는 이가 없을 정도이며, 폴포트에 대한 증오와 폴포트를 배후 조정한 중공에 대한 증오가 대단하다고 전한다.
폴포트는 모택동사상을 적용, 과거와의 철저한 단절을 위해 엄청난 학살ㆍ문화유산파괴ㆍ종교말살 정책 등으로 이 나라의 역사ㆍ사회ㆍ문화전통을 뿌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언론매체도 주간지만 겨우 하나있을 뿐 일간지ㆍ월간지는 없다. 부수어진 찰이 조금씩 복구되고 있으나 생존이상의 것은 아직 엄두를 못내는 처지이다.
전쟁의 부산물인 고아와 미망인의 문제도 커다란 사회문제인 이곳에서 한고아원을 방문, 이 건물 벽에 새겨진 성모상이 희미하게 남아있음을 발견하고 이곳이 교회건물 자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 최 교수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절망에 빠져있는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종교가 절실한데 교회건물은 고사하고 신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방문기간 중 각계인사들과 인터뷰를 가진 최 교수는 훈센 수상과의 단독 인터뷰는 사회주의 미수교국 수상과의 최초의 회견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곳의 평균 수명이 46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결코 젊지만은 않은 나이인 36세의 훈센 수상은 아무런 관계를 맺고 있지 않는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희망하고 있고 서울 올림픽에 대해서도 호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적으로는 대다수 국가들로부터 고립돼있고 또 베트남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캄푸치아는 바로 국제열강의 역학관계의 틈바구니에서 희생양일 뿐이라고 진단한 최 교수는 국가재건을 위해 힘에 겨워 국제협력이 필요한 이 나라를 위해 우리 정부에서도 무엇인가 변화의 조짐이 보이길 기대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공산권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달리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회에서도 대 캄푸치아 선교방안도 논의되길 최 교수는 희망했다.
최 교수는「킬링필드」의 현장을 재확인한 캄푸치아의 실상을 신자들과 좀 더 나누기위해 본보에 다음호부터 캄푸치아 방문기를 4차례에 걸쳐 기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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