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을 찾아 고국을 떠나는 이민이 늘어남에 따라 미주지역에서 한인교회가 신자들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나아가 교포사목에 관한 한국과 미국 양 교회 주교회의 간에 협정 체결을 눈앞에 두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본사는 84년 9월 미주지사를 설립하였고 창간 60돌을 맞는 금년들어 현지에서 미주판을 자체 발행하고 있다. 다음은 미주판 편집책임자인 유재두 국장이 보내온 북미주 교포사목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명한 글이다.<편집자註>
흔히들 미주지역 한인천주교회 창립과정을 조선교회 창립에 비유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우리의 신앙선조들이 사선을 넘어 중국 땅을 드나들며 선교사 파견을 애원, 드디어 빠리외전 신부들을 영입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미주지역 교포신자들도 유학중인 신부들을 찾아 애원하거나 모국교회에 호소를 거듭, 한국인 사제를 맞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나온 말인 것 같다.
생경한 미국미사
대부분의 교포교회 창립이 이처럼 교포신자들의 뜨거운 열의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초창기공동체는 마치 초기교회의 모습을 방불케하는 나눔과 사귐의 공동체로서 상부상조하는 뜨거운 형제애 속에 하나로 결속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설립 과정상의 특이성은 세월이 감에 따라 공동체 규모의 비대화와 신자 계층의 다양화에 따라 창립 당시의 모습은 문제점들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사제를 파견, 흩어진 신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한인공동체 설립에만 주안점을 두어오던 지금까지의 교포사목은 이제 보다 긴밀한 횡적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내실을 다져야 할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교포사목에 관한 한ㆍ미 양국 주교 회의간의 협정체결을 눈앞에 두고 새 전기를 맞고 있는 북미주지역 교포사목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명해 본다.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의 이민은 대개 세가지 분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부류는 정치적ㆍ종교적 탄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신천지 아메리카대륙을 찾은 초기 이민그룹인 청교도들을 들 수 있다.
다음은 전세기 아일랜드지로 인한 기근을 피해 풍요의 땅을 찾아 나선 아일랜드출신 이민 그룹이 신대륙 땅을 밟았다.
그 뒤를 이어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보다 잘 살아보겠다는 푸른 꿈을 안고 신대륙으로 몰려와 그들의 소위「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해나갔다.
한국인들은 일제하에서 가난 속에 일터를 찾아 하와이 농장으로 이민 온 극소수의 초기 이민을 제외하고는 70년대 이민문호의 개방과 함께 푸른「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풍요의 땅 미국을 찾아왔다.
초기 한인 이민자들은 당시 정부 당국의 외환관리정책에 묶여 거의 무일푼의 몸으로 낯선 땅을 밟아야만 했다.
겹치는 육체적ㆍ정신적 피로에 지친 이들은 자연히 정신적 휴식처 겸 영혼의 안식처를 갈망하게 됐고 모처럼 찾아간 미국성당의 생소한 미사는 이들의 영혼의 갈증을 풀어줄 수가 없었다. 경제적 기반이 약하고 사회적 문화적으로 정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직 그리스도에게만 의지, 힘든 역경을 헤쳐나가야만 했던 당시 교포들은 하나둘 유학중인 한국 신부들을 찾기 시작했고 이들의 딱한 처지를 차마 뿌리칠 수 없었고 사제들이 교포사목에 발 벗고 나섰다.
늘어나는 교포 숫자에 비해 사제의 절대다수가 부족하자 일부 지역에서는 모국교회에 간청, 사제파견의 행운을 잡기도 했다.
신자들의 갈망에 의해 출범한 초기 한인 공동체는 그 구성원이 소수인데다 거의 같은 환경 속에서 동고동락하던 처지였기에 진정한 형제적 사랑 속에 사귐과 일치의 신비를 행동으로 증거할 수 있었다.
당시 이들을 사목하던 사제들은 아파트 구입에서부터 일자리 마련은 물론 심지어 법정에까지 나가 송사중인 교포들을 위해 통역업무도 맡아야 하는 등 교포들의 정착을 돕는 일에 발벗고 나서야 했다.
이민 초기단계의 한인교포사회는 아직 한인단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당시 교회는 신자들 뿐만 아니라 비신자 교포들까지 찾아와 취업 알선 등 인간적인 도움을 구하는 일이 많았다.
따라서 당시 한인교회는 그 지역내 모든 교포들을 위한 센터로서의 구실까지 맡아야만 했다.
80년대 신자 수 급증
80년대로 접어들며 교포들의 숫자가 급증함에 따라 한인 공동체도 외형적으로 비대해지기 시작했다. 신자수의 급증에 따른 공동체 규모의 대형화는 성직자 혼자서 신자들의 영신지도와 생활뒷바라지까지 맡아야만 했던 종전의 한인 공동체에 필연적으로 체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공동체 전체의 입장을 살피지 않는 일부 신자들은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 초창기 때의 성직자역할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곳에 따라 신자와 성직자간의 심한 불협화음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신자수의 급증은 신자계층의 다양화를 가져왔으나 이들 다양한 계층에 대한 효과적인 사목은 사목자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하는 대부분의 미주본당의 현재와 같은 상황 속에서는 힘겨운 형편이다.
한마디로 사회의 다원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수도자는 물론 보좌신부의 힘까지 합쳐 계층별 사목을 시도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상황과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또한 어려움을 함께하던 신자들이 모여 서로 정착을 도와가며 인간적인 정을 서로 나누던 초창기 때의 전통은 공동체의 성격을 신앙공동체로서의 면보다도 오히려 하나의 단순한 사회적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더 중시하는 경향으로 변질되고 있어 이에대한 장기적 안목의 계도가 요청되고 있다.
하느님의 집에서 주님을 경배하고 현세에서의 모든 고통과 기쁨을 주님께 봉헌하며 그리스도의 구세사를 묵상하고 주님의 말씀에 따라 신앙인으로서의 새로운 결의를 다지기위한 주일미사보다도 친교의 공동체로서의 면을 더욱 중시, 한국인이 모이는 곳에서 서로 친교를 나누기 위해 성당을 찾는 사람도 없지 않다.
이 결과 걸핏 공동체내의 사소한 인간적인 약점을 내세워 성당을 기피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어떠한 목적에서도 일단 주님을 찾은 사람들이기에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교육만 뒷받침된다면 이들도 훌륭한 신앙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교포교회의 새로운 역할이 기대되는 것이다.
오늘날 교포신자들의 대부분이 맞벌이 부부로서 시간에 쫓기는데다 한 공동체의 관할구역이 지역적으로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교포사목은 시간적 공간적인 장애를 극복해야하는 또 하나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한국어를 이해 못하는 교포 2세들의 신앙지도 또한 심각한 당면과제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을 전담, 지도할 지도자 부족까지 겹친 교포 교회는 한국 태생의 청소년들을 일컫는 소위 교포1.5세대 지도와 함께 교포2세 지도를 위한 보다 효과적인 사목방법과 교재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온갖 사회적 악조건 속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친 대부분 신자들의 신앙경향이 현세기복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인간적인 입장에서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 본당 신자들의 미사지향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교포교회가 신자재교육 등을 통해 계도해나가야 할 당면과제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 연구기관 설립 시급
오늘날 한인교회는 신자들의 영신지도와 함께 소수민족으로서의 교포들이 당하고 있는 각종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이들의 미국 정착을 돕는 힘든 일까지 맡고 있다.
실제로 일선 사목자가 이러한 업무에 적지않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점을 감안, 각 본당 내에 이를 효과적으로 전담할 제도적 장치 또한 요청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당면 과제해결과 더불어 한인교회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하나로서 한인공동체의 존립 목적에 대한 뚜렷한 방향정립이 요청되고 있다.
한인교회가 언어장벽과 미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교포들의 사목을 일시적으로 맡아 신앙적인 면에서 이들의 미국정착을 돕는 과도기적인 성격의 공동체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한인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유지, 계승해 나가야할 것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사목의 방향은 달라져야할 것으로 보여 진다.
이 땅에 첫발을 디딘 유럽각국의 이민들도 초기엔 각자 종족별 공동체를 가졌으나 오늘날 미국의 동화 정책에 따라 이들의 신앙생활도 서서히 융화돼 이들 교회들은 이제 전체 미국인들을 위한 본당으로 변모됐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적인 주류는 아직도 각 본당에 그대로 남아 각 민족고유의 민속 행사 등을 통해 민족의 얼을 계승시켜나가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한인본당도 우리민족의 얼과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주는 정신적 지주로서의 지속적인 한인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지배적인 입장인 것 같다.
그러나 한인공동체만의 성격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자칫 게토화될 위험성을 안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과 함께 다양성 속의 일치한 가톨릭의 근본적인 테두리 안에서 민족 고유 전통의 유지발전과 신앙의 현지적응이란 두가지면을 기술적으로 지도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여 진다.
이처럼 한인 공동체의 뿌리를 지속적으로 계승해 나가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한인 사제 공급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그러나 사제수급전망에 비춰 앞으로도 계속 모국교회로부터의 사제 판견에만 의존할 수 없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형편이다.
따라서 교포교회출신 청소년들에 대한 사제성소계발이 시급한 실정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전망은 극히 어두운 실정이다.
오늘날 교포교회가 안고 있는 이러한 특성과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효과적으로 대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문연구기관의 설립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데 이는 한국주교회의 이주사목부와 북미주사목사제협의회가 해결해 나가야할 하나의 큰 숙제라 하겠다.
「신대륙복음화」에의 꿈
교포교회의 비대화에 따라 사목 상 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되기 시작하자 미주 지역 내 한국인 사제들은 보다 폭넓은 연구로 어려움에 공동대처키 위한 노력의 하나로 83년 북미주지역 교포사목사제협의회를 구성, 각자의 사목체험을 나누며 공동사목방안들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사목사제협의회의 발족과 한국인대표신부의 임명 등으로 교포 교회는 교포사목 10여년 만에 비로소 제도화의 길을 찾기 시작했으나 그 과정에서 숱한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체제하에서는 한국의 소속교구, 한국주교회의 이주사목부와 미국 내 현지 교구 등 한인교회는 각각 이해관계가 다른 세 갈래의 지휘 감독 체제하에 있어 계통상의 혼선을 빚고 있다. 감독기관이 세갈래나 된다는 것은 바꾸어 보면 어느 한편에서도 충분한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교회는 한국교포사목에 관한 협정체결을 요청, 실무접촉을 통해 마련된 협정안이 이미 한국주교회의의 결의만을 기다리고 있다.
협정의 주요내용은 한국주교회의의 이주 사목부는 사제파견만을 책임지고 미 주교단은 각 교구의 요청에 따라 미국 내 교구에서 필요로 하는 한국인 사제를 배정키로 돼 있다.
이 경우 현재 심한 사제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는 미국교회는 교포 사목 사제로 하여금 한국인 신자와 더불어 현지 미국인사목까지도 함께 요청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요청되고 있다.
한미주교단의 협정에 따라 한인교회가 미국공동체와 나란히 사목에 임할 경우 한인공동체의 젊고 뜨거운 신심을 미국인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어떤 의미에서 노쇠현상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 미국교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으로 협정에 따라 미국주교회의의 적극적인 보호를 받게 될 교포교회의 활동이 보다 활발해지고 한미교회간의 교류가 원활해지게 될 때 한인 및 미국인 공동체는 서로 힘을 모아 형제적 사랑을 깨우쳐줌으로써 오늘날 도처에서 빚어지는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적 편견과 오해를 완화시켜 나가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몇몇 한인신자들의 자발적 원의에 의해 출범한 교포교회는 이제 교포사목 10여년 만에 미국 지역내에 한인 순교 성인의 얼을 전하고 한국교회는 물론 전체 한인 교포들의 새로운 이미지를 심으며 신대륙 복음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될 날도 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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