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이 주님의 말씀을 전한지 어언 60년이 되었다. 60년, 참 긴 세월이다. 그 많은 어려웠던 시절을 용하게도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들어 축하의 환성보다 측은한 마음이 앞선다. 가난하게 태어나서 고아처럼 홀로 고독하게 이렇다 할 도움도 없이 제대로 성장하다가 오늘처럼 괄목상대할 어엿한 신문이 되었다고 하면 찬사가 될지 실언이될지 모르겠으나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다.
60년전 대구주교좌, 지금의 계산동대성당에 남방천주교 청년회가 그 본부를 두고 있었다. 이 청년회원들이 뜻을 모아 월간 「천주교회보」의 창간호를 내놓았다. 지금의 신문 반장을 다시 접어 4면을 만든 소위 「타블로이드」판이다.
오늘 우리 가톨릭신문의 전신이며 그 창간호다. 우리 선배들이 이룩한 훌륭한「가톨릭 액션」이며 우리에게 물려 준 신앙의 귀한 유산이다. 그 당시 우리 어린 마음에도「이런 새로운 정기 간행물이 나오는구나」싶어 퍽 감격스러웠다. 종이가 유달리 희다고 느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교우들은「회보」라고만 불러 매월 출간을 기다렸다.
2차「바티깐」공의회는 홍보기관에 관한 교령을 반포하여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우리 신자들의 의무, 즉 주님의 말씀을 전할 홍보 활동에 관한 소상한 권유를 하고있다. 이 교령을 읽을 때마다 초조한 마음과 조상들 그리고 우리 신앙적 선배에 대한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1백 3위의 성인과 2백년의 교회사와 그 많은 신앙의 유산들을 물려받은 우리가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홍보기관으로는 주간 가톨릭신문 하나 그리고 몇 개의 월간지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독자가 많지 않아 그 유지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현대는 매스컴의 시대다. 우리 나라라고 어찌 예외이랴. 일간신문ㆍ주간지ㆍ월간지 등 홍수처럼 소용돌이치는 가운에 우리 가톨릭의 간행물들은 너무 미약해서 그나마 찾아보기 힘들다. 교회가 원하는 홍보물이 어찌 정기간행물 뿐이겠는가. 우리는 텔레비전은 고사하고 라디오 방송국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아쉬운대로 상업방송의 프로라도 사서 주님의 말씀이 널리 우리 국민을 생활 속에 자리잡게 할 여유마저 현재로서는 없다. 대구교구 초대 교구장 안 주교님이 젊은 신부로 서울에 부임하셔서 주간「경향신문」을 발간했다. 그 부록으로「보감」도 간행했다. 오늘의 경향잡지의 전신이다. 이씨 조선조의 말기 고종 때의 일이다. 그 당시「황성신문」,「독립신문」등 몇 개 되지 않는 매스컴 속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복음 전파는 물론 사회전반, 국민생활에 이르기까지 가톨릭적 정론을 펴면서 당시 언론계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가히 선각자라 하겠다. 지금의 우리의 교세를 보라. 그 발전상을 보라. 그러면서 복음전달을 위하여 우리는무엇을 했단 말인가. 60년이면 긴 세월이다. 그러나 이 60년을 주일로 따지면 3천 20주에 불과하다. 결코 긴 세월같지 않다. 그동안「회보」, 「시보」, 「가톨릭신문」통털어 1,548호가 나왔으나 60년간 가톨릭 신문이 겪은 고초와 수난을 가히 짐작하겠다. 하나밖에 없는 이「가톨릭신문」을 우리 한국교회 전체가 과연 힘을 모아 돌봤던가. 그 육성을 위하여 얼마나 관심을 가졌던가. 60환력을 맞아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이 신문, 예수님이 쓰시는 이 신문을 이제는 다시 의롭게 버려두지말자.
앞에서 말한 홍보에 관한 교령에서 이러한 홍보기관들이 하느님의 계획에 충분히 응답할 수 있도록 그것(신문 등)을「살려나가는 일은 주로 신자들의 의무」라고 했다.
가톨릭 홍보기관을 살려나갈 책임자가 바로 우리 평신자다. 이 기회에 두어가지 사견(私見)을 부언하면 첫째 교령 17조「기술적 경제적 원조의 의무」의 권유에 따라「단체와 개인이 그 능력과 경험을 살려 아낌없이 원조할」수 있도록 평신도들의 전국적 후원회 같은 기구를 조직하여 신문은 물론 방송국 등 모든 가톨릭 홍보기관 설치를 촉진 육성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둘째 15조에서 지적한「가톨릭 매스컴 전문가의 양성」문제다. 현재 종사하고있는 사람들의 재교육은 물론 앞으로 이 방면에서 활동할 홍보 각 부문에 걸쳐 인재를 국내에서도, 그리고 국외에서도 시급히 양성해야한다. 신학교의 교수를 해외에서 양성해오는 것에 결코 못지않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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