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 이루었다』(요한19장30절). 마지막 숨을 거두신 그 자리에 「주의 무덤성당」이 묵묵히 순례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예루살렘 순례의 극치를 이루는 이곳은 구약의 계약이 완성을 이루는 역사의 현장이다. 말없이 무릎을 꿇는 순례자들,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비통에 잠긴 성모(13처)를 바라보며 순례자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되는 인류 구원사업의 의미를 묵상하느라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14처 가운데 마지막 5처를 포함하고 있는 「주의 무덤성당」. 우리 일행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순례자들은 「친구」의 기회를 한번이라도 더 얻기 위해 성당 안을 맴돌며 서성거릴 수밖에 없었다.
가슴속 하나 가득 연민과 아쉬움을 안은 채 예루살렘을 뒤로했다. 짧은 생애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갈릴레아 호수 고기 잡는 어부 베드로를 부르시어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드신 예수님의 공생활은 이 호수를 중심으로 폭넓게 전개된다. 갈릴레아 지방으로의 순례여정에는 「유혹의 산」과 「예리고」를 거쳐야했다.
기금까지 발견된 도시가운데 가장 오래된 도시로 밝혀지고 있는 「예리고」는 출애굽의 이스라엘 민족이 요르단 강을 건너 약속의 땅에 들어가 세운 첫 번째 도시.
예리고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도중에 세 번째 수난에 대해 제자들에게 예고하신 장소(마태오20장17~19절)로 알려지고 있다.
바로 그 건너편은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성령의 인도로 광야로 나아가 40일간 기도하셨고 악마로부터 유혹을 받으셨다는「유혹의 산」이 버티고서있다 (마태오 4장1~11절). 예리고 성터에서 바라보는 누런 빛깔의 바위산 주정상에는 그리스정교회가 세운 교회가 외로운 모습으로 지키고 있었다.
갈릴레아 호수가에서 일명 베드로고기라 불리는 생선으로 점심을 나눈 일행은 작은 연락선을 이용, 「가파르나움」으로 건너갔다.
전 이스라엘의 젖줄로 가뭄때 특히 그 위용을 자랑하는 갈릴레아 호수는 얼마 전 내린 단비로 만수를 이루어 거대한 모습을 한껏 자랑하는 듯 했다.
갈릴레아 해변 북쪽의 어촌 「가파르나움」은 예수께서 갈릴레아 전도여행 중 자주 들리신 곳으로 공생활 중 대부분의 활동부대가 된다. 시몬의 장모, 중풍환자(마태오8장5~17절)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소생시킨 (마르꼬5장21~43절) 이곳에서 예수님은 씨 뿌리는 자, 곡식과 가라지, 격자씨, 들에 묻혀있는 보물, 고기 잡는 비유 등 여러 가지 비유로 제자들과 사람들을 가르치신 곳이기도 하다. 베드로의 집터가 남아 순례자들을 반기는 이곳은 때문에 예수임의 제2의 고향으로 기억되고 있다.
「진복팔단」성당에 도착한 것이 오후 5시. 호수를 가까이 접하고 있어 바람이유난한 이곳은 프란치스꼬회가 세운 기념성당이 수려한 모습으로 갈릴레아 호수를 굽어보고 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니…』(마태오5장3~10절) 예수님의 가르침이 곧장 들려올 것만 같은 언덕위의 진복팔단성당에서 우리는 갱신식을 통해 새로운 신앙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나자렛」으로 가는 길목에서 순례자의 발길이 머무는 곳은 「가나」. 혼인잔치 기적(요한 2장1~11절)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느낌을 갖게 하는 가나는 나자렛과 마찬가지로 아랍인이 거주하는 작은 촌락이었다. 아직 당신 때가 이르지 않았다면서도 예수님은 어머니 마리아의 말씀에 순종, 첫 기적을 행하게 되고 그 장소엔 「혼인잔치 기념성당」이 세워져있다.
예수님이 어린 시절을 보낸 나자렛은 가브리엘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를 잉태하리라 알려준 장소 (루까1장26~38절)로 이미 선택된바 있으며 시가지 중심부에 크고 아름다운 성당이 이를 대변하듯 우뚝 선 모습으로 순례자들을 반겼다. 「성모영보성당」. 처녀의 몸으로 잉태를 예고 받고도 거부하지 않고 주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며 받아들였던 마리아, 성모님의 완벽한 믿음과 순명을 배울 수 있다면…순례자들은 티 없이 맑고 고운 성모님의 믿음을 오랫동안 묵상하며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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