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엘살바도르의 내전을 그린 영화「살바도르」에 관객이 몰리고 있다. 「살바도르」는 우선 우리의 시대적 상황 때문에 수입이 억제되었었다는 과거의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미 영화「플래툰」으로 아카데미 작품상ㆍ각본상을 수상한바 있는 감독 올리버 스톤은 이 작품을「생각케 하는 영화」로 부장시켜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어두웠던 남미대륙의 정치상황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엘살바도르의 정치혼란ㆍ살상ㆍ학살ㆍ파괴를 걸러냄 없이 그려내 고발하고 있는「살바도르」는 때문에 중남미 문제를 다룬 여러 작품 가운데 단연 수작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80ㆍ81년의 엘살바도르. 미국의 지원을 받는 극우 정부군과 소련ㆍ쿠바의 지원을 받는 좌익과 테러 속에 무고한 양민들이 대량으로 학살당하는 살육의 현장이 살바도르의 무대가 된다.
엘살바도르의 내전에 종군기자로 참전했던 특파원 리차드 보일의 자전적 기록을 토대로 제작된 세미다큐멘터리「살바도르」는 끔찍한 학살강간ㆍ테러장면이 원색의 화면을 통해 쉴 사이 없이 전개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분노하고 흥분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의 생명이, 존엄성이 저처럼 파괴되고 짓밟힐 수 있는가.
정권에 찬동하지 않기 때문에, 또는 반정부군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쪽학살대에 무참히 희생당하는 양민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는 현장에서 관객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다. 더구나 엘살바도르 내전당시 전세계 교회에 충격을 던진 로메로 대주교의 암살사건의 재현은 더할 수 없는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형제들에게 총을 들지 말라. 폭력은 죄악이며 형제를 겨누게 하는 명령은 거부하라. 정부는 탄압을 중지하라』고 강론하던 로메로 대주교가 정부측 암살특공대에 의해 성체분배 도중 저격당한 역사적 사실의 조명은 종교인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맛보게 하고 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난 선교수녀들의 강간ㆍ살해 장면은 차라리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살바도르」의 강점은 역시 생생한 현장에 바탕을 둔 기록성에 있다. 취재 기장의 눈과 카메라에 비춰진 살육의 현장이정직하고 극명하게 관객에게 전달되는「살바도르」는 철저히 유린당하는 인권과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웅변적으로 부르짖고 있다.
「살바도르」는 우익정부의 부패와 잔학성, 이에 맞서는 좌익게릴라의 테러를 객관적인 눈으로 표출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중남미정책의 과오와 위선을「버선목처럼」뒤집어 보이려 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과 파괴를 방조하는 강대국의 횡포, 이념의 사슬에 묶인 노예처럼 광란하는 인간의 잔학성,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곳까지 떨어져 버린 도덕성을 지켜보면서 관객은 과연 이 시대의「살바도르」=「구원자」는 누구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과연 신은 어디서 무엇하고 있는가』라는 우문을 던지며 조바심치는 관객은 인간의 생명이 이념과 정치의 도구로 희생될 수 없다는 항변 속에 신의등장을 간절히 염원하게 된다.
엘살바도르의 내전을 좌ㆍ우익 양편에서 보고촬영하려 했다는 점에서 뛰어난 작품성을 보인「살바도르」는 그러나 배경설명 없이 곧바로 내전의 현장으로 돌입, 엘살바도르 내전에 대한 관객들의 의문을 해결해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또 한 가지 흠을 지적하자면 살바도르의 지나친 고발성이 관객들에게 심한 압박감을 준다는 사실이다. 전편에 흐르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통해「의도적인 제작의식」이 뚜렷이 드러나 약간의 거부감이 일기도 한다는게 관객들의 평이다.
국내 정치적 여건 때문에 수입시기가 늦어진「살바도르」는 주식회사 삼영필름이 수입, 현재 피카디리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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