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10월 26일
대궐 수비대에 근무하는 안안드레아라는 교우 병사는 왕에게 불려가 극비밀리에 나에게 가서 현 일본공사의 경질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물어보고오라는 책임을 맡았다고한다. 근래에 일본으로 보내진 그의 아들(서자)이 어떤 위험을 겪고있는 것이나 아닌지?
10월 29일
성소가 없는 부적격자로 인정받은 청원자. 수녀 1명이 빗나가 버렸다. 그녀는 홧김에 저녁내내 몸을 숨겨서 온 수녀원에 커다란 동요를 일으켰다. 오늘 저녁 그녀는 그녀가 숨어있던 소금 창고에서 스스로 모습을 나타났다.
11월 21일
성모자헌첨례. 처음으로 신학교에서 휴강을 하고 이 첨례를 축하한다. 어제 교황칙서에 대한 서약문「엑스 구오 신굴라리(Ex quo singulari)」를 우선 마라발 신부의 손에 넘겨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 가요 청한 권한을 주었다. 그런데 내 편지와 길이 엇갈리고 말았다.
11월 27일
며칠전, 대원군이 일본인들로 인해 하야하고 말았다.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은 아니지만 그의 자리에 김홍집이란 자가 임명되였다. 앞서 시행된 개혁 가운데 좌우포도청의 폐지가 포함되여있다. 새로운 경찰관서가 이 두 포도청을 대신하게되였다. 또한 공조와 호조도 페지되었다고 한다.
11월 28일
러시아장교 2명을 만나다. 선원들 중 한명이 대단한 충병에 걸려 있단다. 저녁식사를 하는 사이에 드 케르베르그씨의 편지가 당도하다. 가능하다면 죽어가는 선원에게「거룩한 성사」를 베풀어줄 선교사 한명을 보내 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프와넬 신부가 곧 그곳으로 가다. 하지만 너무 늦게 도착해 그 선원은 막 숨을 거둔뒤였다. 아마도 열병에 걸렸었던 모양이다.
12월 9일
전라도에서 들어오는 소식들은 여전히 좋지못하다. 열흘 전쯤 남원에서 전주에온 동학도들이 보두네 신부의 집을 약탈하였다. 이제 신부의 집에 남은 것이라고는 기둥들과 집들 뿐이라고. 신부의 집에 도로 갖다 놓았던 미사 도구도 도둑을 맞았다. 성작ㆍ성합ㆍ제의ㆍ옷 등을 모두 잃어버렸다. 전라도에서 서울까지 신부들을 수행했던 이 집사는 신부들 때문에 매를 맞고 학대를 받았으며, 도망나와 몸을 숨기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12월 31일
저녁때, 식구들 끼리 모여 복된 새해를 기원하다. 2시반경에 수녀들이 처음으로 새해인사를 하러오다. 저녁 인사중에 서로에게 복된 새해를 기원. 하느님, 새해에는 바야흐로 저물어가는 해보다 더 평온하고 덜 소란스럽게 해주시기를. 벌써부터 사건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는 보다 밝은 희망을 품게된다. 모든 고을이 평화를 되찾았으며, 현재 전라도에서는 맹렬하게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관보(官報)는 거의 매일 동학도들의 우두머리 몇명을 생포했다든지 사형에처했다는 소식을전하고 있다. 지방의 신부들도 외교인 주민들이 그들에게 지난날보다 훨씬 더 동정적임을 확인하고있다. 동학도들이 만연시킨 공포로 지칠대로 지친 사람들은 이제 이 나라에서 서양 사람을보아도 마음을 놓는것 같다. 이러한 경향이 복음으로 향한 마음의 길들을 우리에게 보다 넓게 열어 주기를! 「당신의 나라가 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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