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2장부터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가 시작되지만 그것은 단순히 이스라엘의 민족사가 아니고 하느님께서 인간 역사에 위격적(位格的)으로 개입하신 구세사가 된다. 이러한 구세사는 하느님의 자유로운 부르심으로 시작되고 인간들의 자유로운 응답인 신앙으로 전개된다.
아브라함의 선택에서(창세12, 1) 야곱(창세25, 23) 모세(출애7, 1) 다윗(1사무16, 1ㆍ13) 요한세자 (루가1, 13~14) 마리아(루가1, 30~32) 사도들(루가6, 13:요한1, 13~14)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구원의 실마리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달려있다. 이 부르심에 응하는 인간의 구원적 태도는 이 소명을 믿고 따르는 것이다(창세22, 1~12).
구원 의도, 구구세사의 주역으로 선택된 이스라엘은 시련 중에서 하느님의 백성으로 형성된다. 그들은 먼저 노예로 살던 에집트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하여 (출애12, 1~15) 해방된다.
이러한 해방의 탈출은 그리스도의 피로써 이루어질 완전한 해방을 상징한다고 사도 바울로가 해석하였다(1고린5, 7: 루가22, 15~20 참조).
에집트에서 해방된 이스라엘은 시나이산에서 야훼와 쌍무계약을 맺음으로써 그분과 특수한 관계에 놓이게 된다. 이 계약은 아브라함에게 하신 구원 약속의 재확인이지만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인간의 충실한 믿음과 실천을 요구한다.
그들에게 부과된 율법은 야훼께 대한 충성의 표지로 주어진 것이다(출애19~32장). 이렇게 해방과 계약으로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다(출애19, 6: 신명7, 6). 그들은 그후 40년간 집단적 방랑생활의 애환을 통하여 야훼께서 선택하신 백성이라는 민족적 자의식(自意識)을 갖게 된다.
맥켄지는 모세5경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창세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기원을 , 출애굽기는 하느님의 백성의 탄생을, 레위기는 그 백성의 거룩한 특성을, 민수기는 그 공동체의 조직을, 신명기는 그 공동체의 정신을 기술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방랑 끝에 여호수아의 인도로 약속된 땅에 들어간다. 이 땅은 일찍이 야훼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셨지만(창세12, 7) 그들은 힘들여 이 땅을 정복해야 했다. 신약의 교회도 그리스도 예수(=여호수아)를 따라서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지만 신앙의 실천으로써 이 나라를 차지해야 한다.
가나안 땅에서 야훼와 이스라엘 사이에 술래잡기가 거듭된다. 이스라엘이 우상숭배에 빠져서 야훼를 배반하면 야훼는 그들을 원수에게 넘겨주어처벌하시고, 그들이 고난 중에 주께 호소하고 회개하면 주님은 그들을 용서하시고 해방자들 (판관들)을 보내어 구출하신다. 이런 것이 판관기의 내용이다. 신약의 백성들도 신앙생활 중에 이와 비슷한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유목민이었던 그들이 정착하여 농경민이 되면서 원주민들처럼 왕을 추대하려 하자, 사무엘은 그들이 야훼의 절대주권을 망각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저하지만(1사무8, 5~7) 결국 왕이 세워지고 (1사무10, 1) 다윗은 영구한 왕좌를 약속받는다(2사무7, 11~16). 기름을 발라서 야훼의 대리로 축별된 왕은 야훼의 나라의 영도자가 되어서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관계를 예시한다.
이 왕국의 수도 예루살렘은 야훼의 주소인 거룩한 도읍이며(2사무5, 9) 거기에 세워진 성전은 영광의 어좌로서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 가운데 현존하심을 상징한다(1열왕515 이하).
사무엘이 염려한대로 왕정이 계속되는 동안에, 소수의 훌륭한 왕들의 치세도 더러 있었지만 많은 왕들은 백성을 오도하여 율법에서 이탈하고 야훼를 배반한 탓으로 민족 전체가 처벌받는다.
기원전 931년에는 왕국이 남북으로 분열되고(1열왕12, 20) 721년에는 북부의 이스라엘 왕국이 멸망하고(2열왕18, 9~12) 587년에는 남부의 유다왕국이 멸망하여(2열왕24, 19~20) 백성은 바빌론에서 50~70년 동안 귀양살이를 하게 된다(2열왕25, 21).
귀양살이 중에 그들은 제2이사야, 에제키엘 등 예언자들의 권고로 참회한다.
예언자들은 이 고난의 유배생활이 미구에 끝나고 민족이 구원되는데, 그 구원은 민족국가의 재건이라기보다 하느님의 영(靈)이 이룩하시는 영성적 구원이며(에제36, 27~28), 야훼께 충실한 남은 사람 중에서 메시아가 출현하여 이스라엘과 온 세상을 구원하실 것이라고 가르쳤다(이사49~53장).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의 석방령으로 이스라엘 백성은 고향에로 돌아오지만(에즈1, 1~11) 염원하던 독립국가를 재건하지 못한다. 본국 귀환에서 그리스도까지 약 5백년 동안에, 마카베오 형제들의 일시적 성공을 예외로 하면, 항구한 솔로몬의 영화는 다시오지 않았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실패한 민족의 저력을 종교부흥에 쏟아부었다. 율법서와 예언서들과 지혜문학들을 수집하여 구약성서를 종합 편찬하고, 본국과 거류민단(디아스뽀라)에 유일신 사상을 정립하면서 좀더 영성적이고 보편적인 하느님의 나라를 깨닫게 되었다.
예언자들이 가르치는 하느님의 나라는 인간을 내적으로 정화하고(에제36, 27) 용서와 정의와 평화가 이룩되는 나라이며(이사29, 19: 아모9, 10)그 백성은 야훼의 어린이요 양들이며 야훼의 배필인 거룩한 백성이다(이사60, 14: 62, 12). 그들은 이렇게 혁신되어 새로운 피조물이 될 것이다. (이사65, 17: 66, 22).
또 예언자들은 백성들의 편협한 민족적 구원관을 보편적 구원관으로 바꾸어 갔다. 사실 야훼는 창조주이시므로 모든 민족과 국가들의 대왕이시고 (2역대13, 8: 느헤9, 15) 그의 왕권은 영원하시니(다니6, 27) 그분이 일으키실 메시아 왕국도 이와 같을 것이다(다니2, 44: 오바21:미가4, 7: 이사52, 7).
이렇게 그리스도 시대에 접근하면서 야훼의 보편적 주권사상과 메시아 도래(到來)의 기대감이 결부되어 메시아 왕국의 보편성이 인식되어 갔으나, 여기에는 세가지 다른 흐름이 포함되어 있다. 바리사이파는 편협한 국수주의를 표방하고, 에쎄네파는 종말적 구원을 기대하고, 즈가리아, 시메온, 요한세자 등은 보편적 구원의 메시아를 고대하고 있었다.
여하간, 그리스도의 출현기에는「하느님의 나라」는 일반화한 개념이 되었고, 그 나라는 영토적 개념보다 하느님의 주권과 지배를 의미하고, 결과적으로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개념과 통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구약은 이스라엘 백상의 역사적 체험을 통하여 형성된 하느님의 백성의 성격과 사명을 계시하면서 메시아에 의하여 결정적으로 이루어질 하느님의 나라와 그 백성의 출현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을 교회의 전신(前身)이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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