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신 (神) 들의 나라다. 그리스땅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의 유물, 유적들이 그리스가 수많은 신들이 출현했다 사라지고 다시 등장하는 장소였음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 있어서 중요한 종교적 중심지였던「아테네」가 바로 아테나여신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아테네의 신성 (神性) 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스인구의 30%가량이 집결, 수도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아테네」의 역사적인 명성은 또 다른 측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수한 철학자들의 고향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BC6세기경의 사회개혁자「솔론」, 아테네의 민주기반을 놓은「클레테네스」, 정치가「페리클레스」를 비롯한 역사적인 인물들과 너무나 유명한 철학자「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의고향이 모두 아테네다.
「신들의 나라」에서부터 인간 삶의 근원과 존재의 가치를 학문과 사고에서 찾으려했던「철학의 나라」로 변모된 그리스의 아테네는 AD49년 사도바오로의 방문과 함께 그리스도교의 중심지로 변모한다. 흥미로운 역사의 순환이 아닐 수 없다.
신플라톤파와 여러 다른 철학파의 맹렬한 반격과 공격에도 불구하고 바오로사도에 의해 소개된 그리스도교는 그리스의 다른 지역과 함께 놀라운 확산을 거듭하게 된다. 5백 29년 철학의 마지막 학파들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이교도사원들은 대부분 교회로 탈바꿈을 하게 된다. 그리스도교 전성기의 시작이 아닐 수 없다.
앞 호에서 이미 소개한 바대로 너무나도 유명한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서쪽에는「아레오 빠고」언덕이 순례자들 반기고 있다. 특유의 웅변과 열정으로 바오로사도가 그리스도교를 처음 전했다는 바로 그곳이다. 바오로사도와 그 일행의 전교여행지 (2차) 바로 그 점이 순례자들의 발길을 아테네에서 묶어두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리스의 전쟁신「아데스」에 봉헌된「아레오빠고」가 그리스도교가 첫발을 내딛는 아테네의 전초기지가 된다는 사실에서 순례자들은 다시 한 번 역사의 아이러니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
『바오로가 아테네에서 실라와 디모테오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 도시가 온통 우상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격분하였다 그래서 바오로는 회당에서 유대인들과 또 하느님을 공경하는 이방인유대교도들과 토론을 벌였고 에피쿠로스학파와 스토아학파의 몇몇 철학자들도 바오로와 토론을 해보고는…바오로를「아페오빠고」법정으로 데리고 가서 이렇게 물었다』(사도17, 16~19)
『그때 바오로편에 가담하여 예수를 믿게 된 사람이 몇 있었는데 그중에는 아레오빠고 법정의 판사인 디오니스오도 있었고…』 (사도17, 34) 후에 아레오빠고의 성 테니스로 알려진 디오니수스 안내자는 이 사건을 기념하는 순례와 행사가 매년 6월 31일이면 이 장소에서 개최된다고 설명해주었다.
융성했던 그리스도교였지만 슬라브 사라센 노르만 등의 잇따른 침략으로 또 이들과 터키 회교도간의 전쟁으로 아테네의 교회들은 다른 고대 유물들과 함께 약탈당하고 파괴당하고 만다. 1833년 터키가 아테네로부터 철수할 때까지 대부분의 교회들은 회교사원으로 변모하는 수난을 겪기도 한다.
세계적인 안목으로 소아시아지방의 복음화를 주도한 바오로사도의 발자취가 곳곳에 스며있을 아테네 순례는 순례자들을 깊은 묵상으로 이끌어 주었다. 극적인 삶의 전환으로 그리스도를 믿고, 불같은 정열 속에 그리스도를 선포한 바오로사도의 행적은 그 뒤를 쫓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반성을 일깨워주었다 과연 우리는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
인구 3백50만의 아테네는 한국인에게 친절했지만 정작 한국은 잘 모르는 듯 엉뚱한 질문을 거듭했다.
『한국에서 왔다』는 대답에 으례히『노스코리아(북한)』냐고 되묻는 그들에게 우린 언제나 다시설명을 해야만 했다.
바오로사도와 그 동료들의 선교무대였다는 점 외에「아테네」는 최고 명승지「아크로폴리스」와 함께 근대올림픽의 성화가 처음 올랐던「올림픽경기장」으로 관광객을 매료시키고 있었다. 바로 얼마 후면 이 올림픽경기장에서 성화를 인수받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올림픽이 진정 참된 인류화합의 대제전이 되기를 기도 속에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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