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주의 봉헌(루가2장21~35)
하느님의 선민으로 뽑힌 이스라엘백성은 생활의 모든 사건을 종교적으로 치러야 한다. 그 종교적 행사를 지내는 규정을 그들의 율법이라 한다.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세부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여인이 아기를 가지고 달이차서 아기를 낳으면 여인은 종교적인 정결예식을 행하여야 한다. 정결예식은 몸을 깨끗이 하는 예식이지만 몸을 씻는 예식이 아니고 종교적으로 깨끗이 하는 예식이다. 그것은 율법을 지킴으로써 거룩하게 되는 것, 즉 하느님의 것이 되는 것을 뜻한다. 정결예식은 사내아이를 낳았을 때와 계집아이를 낳았을 때가 예식이 다르다. 사내아이를 낳았을 때는 우선 8일을 기다려 아기의 할례식을 하고 그 후부터 33일 동안은 여인의 몸은 부정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동안 우선 집안에 머물러 있어야하고 거룩한 물건에 손대지 못하며 성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첫 7일 동안은 집안에서 행하는 종교행사에도 참석할 수 없고 나머지 33일 동안 손대지 못하는 거룩한 물건이란 제물로 바쳤던 고기 등 음식물을 말한다. 계집아이의 경우 사내아이의 7일 대신 두주간의 부정기간과33일의 외출금지기간 대신 66일의 외출금지기간이 부과 된다(레위12장2~6).
이 기간이 끝나면 정결예식을 행하여야 한다. 루가가「그들의 정결예식을 하는 날이 되자」라고 한 것은 이 기간이 끝나자 라는 뜻이고 예수의 일가는 모세법대로 다른 데로 가지 못하고 베들레헴에 있다가 곧장 예루살렘으로 올라갔을 것이다. 아기 예수가 구법을 지키려고 예루살렘에 따라간 것은 나중에 악법을 지키느라고 사형선고를 받으러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같은 길이다. 하여튼 법대로 깨끗하게 된다는 것은 깨끗하다는 법의 선언을 받아야 한다. 그 절차는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번제물(燔祭物)과 속죄제물을 바치는 것이다. 번제물은 제관이 짐승을 잡아 그 피를 성전에 있는 만남의 장막문간에서 야훼의 제단에 뿌리고 그 기름기를 불살라 향기를 풍기게 하여 야훼를 기쁘게 해드리는 친교의 제물이다(레위17장6). 속죄제물은 야훼께서 이스라엘백성을 이집트종살이에서 구출해낼 때 처음 난 짐승은 야훼께 제물로 바쳐야하고 아들들 가운데서 맏아들은 속전을 치르고 야훼께 바치라는 명에 따른 예식이다(출애13장12~15). 번제물로는 한 살 박이 숫양 한 마리를 바쳐야했고 속죄제물로는 여린 집비둘기나 산비둘기 한 마리를 바쳐야 했다. 이렇게 해서 해산한 산모는 완전히 깨끗해지고 그 첫 아들은 하느님의 사람으로 봉헌된 것이다. 만일 집안이 가난하면 양 대신 비둘기로 대신할 수 있다. 집비둘기나 산비둘기 두 마리를 바쳐서 한 마리는 번제물로 또 한 마리는 속죄제물로 바치는 것이다. 마리아는 비둘기 두 마리를 바쳤다. 사실 맏아들인 경우 성전에서 쓰는 돈 5쉐켈을 속전으로 바쳐야한다. 그러나 루가는 여기서 예수아기를 위한 속전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속전이란 죄를 대속하는 일종의 보석금인데 예수께 대하여는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모마리아의 정결예식은 아들 예수아기의 봉헌식도 되었다. 이 아기는 하느님의 일을 할 사람으로 바친다는 뜻이다. 예수와 마리아가 보통 이스라엘사람으로 법에 복종함으로써 예수는 메시아로서의 공인을 받은 셈이 되었다. 베들레헴에 태어났을 때 인류의 구원이 될 구세주가 바로 이 아기라는 것을 천사를 통하여 목자들에 알려졌고 이번에는 성령께서 성전에서 한 성자 시메온으로 하여금 메시아를 목격했음을 증언케 한 것이다. 초생교회에서는 예수의 탄생을 축일로 지내는 전례를 전통화하는 동시에 성모의 정결예식과 성전에서의 예수봉헌도 전례 안에서 축일로 지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축일을「공현 후(성탄 후) 40일축일」이라 했다가 예수 마리아가 시메온을 만난 날이라 해서「주님의 만남」축일로 그다음에는「성모의 정결예」(옛:성모취결례) 축일로 오랫동안 교회의 전례 역에 들어 있다가 바오로 6세의 전례개혁 이후「주의 봉헌」축일로 현재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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