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약속
1. 넷째 성찬기도(제4양식)에서 교회는 다음과 같이 하느님께 말합니다.『성부여, 주는 크시오며 지혜와 사랑으로 모든 일을 하셨으니, 주를 찬양하나이다. 주께서 당신모습대로 인간을 창조하시고, 우주를 돌보게 하시어, 창조주 당신만을 섬기며, 모든 조물을 다스리게 하셨나이다. 인간이 순종치 아니하여 주의 사랑을 잃었어도 죽음의 그늘아래 버려두지 않으시고…』.
교회의 이 기도에 표현된 진리와 어울리게 우리는 앞에서 인간의 첫 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을 담고 있는 창세기3장의 복합적인 내용을 주목했습니다. 그 본문은 인류가 인류역사시초부터 얽혀든「암흑의 세력」에 대항하는 악전고투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느님이 인간을 혼자 버려두지 않으신다는, 『죄의 노예』(로마서6, 17참조)로 떨어진 채「죽음의 그늘아래」버려두지 않으신다는 보장이 있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은 여인을 유혹한 뱀에게 말합니다.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창세기3, 15).
구세주 예고
2. 창세기의 이 말씀은「첫 복음」또는 최초의 구세주 예고라 불립니다. 이 말씀은 원죄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타락한 상태 속에 발견되는 인간종족에 대한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드러냅니다. 그 말씀은 특히 하느님의 구원계획에서 중심사건은 암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성부는 이같이 세상을 사랑하시어 정하신 때가 되자 독생성자를 우리에게 구세주로 보내셨나이다. 구세주는 성신의 힘으로 동정마리아 몸에서 태어나시고, 죄 외에는 모든 점에서 우리와 같은 처지에 계신다』는 신앙고백으로 하느님께 향할 때 그것은 이에 인용한 제4성찬기도에 언급된 동일한 사건입니다.
예고의 완성
3. 창세기3장의 말씀은 그리스도의 복음인 신약의 계시에서 비로소 그 확인과 완성을 받았기 때문에「첫 복음」이라 불립니다. 구약에서는 이 예고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의식으로, 상징으로, 기도로, 예언으로 그리고 메시아적 목표를 향해 뻗어 나가시면서도 항상 구약의 불완전하고 잠정적인 신앙의 베일 속에「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이스라엘역사 자체로 끊임없이 일깨워졌습니다. 그 예고가 그리스도 안에 완성될 때 이스라엘의 유일신 사상 속에 함축적이었던 구세주와 성삼적 내용이 완전히 계시되게 됩니다. 그때에는『구약 속에는 신약이 숨어있고 신약 속에는 구약이 열려있다』는 저 유명한 아우구스띠노 성인의 경구를 따라 신약이 구약의 완전한 의미를 발견케 인도할 것입니다.
승리로 끝장날 싸움
4. 「첫 복음」의 분석은 그 안에 담긴 예고와 약속을 통해 하느님께서 인류를 죄와 죽음의 세력에 버려두지 않으셨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분은 인간을 건져내어 구원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분은 당신 자신의 방식으로, 당신의 초월적인 거룩함의 척도를 따라, 그리고 동시에 사랑의 하느님만이 보일 수 있는 그러한 자기겸양을 따라 그렇게 하셨습니다.「첫 복음」의 말씀자체가『악의 세력』을 대표하는 자와 창세기가『여인의 후손』이라 부르는「다른 자」와의 싸움(『원수가 되게하리라』을 예고할 때 이 구원의 자기겸양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승리로 끝장날 싸움입니다!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 그렇지만 이것은 십자가의 희생이라는 대가를 치룬 승리가 될 것입니다.(『너는 그의 발뒤꿈치를 물려 할 것이다』). 죄의 신비는『자비의 신비』에 의해 추방됩니다. 사실 우리로 하여금 죄의 어두운 신비의 뭔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시면 바로 죄의 본질 속으로 뚫고 들어가도록 우리를 도와주는 것은 바로 십자가의 희생입니다. 성 바오로가 로마서에서『한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이 된 것과는 달리 한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사람이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로마서5, 19)라고 말할 때 그는 우리의 길잡이입니다.
순종을 통해 얻은 승리
5. 「첫 복음」에서 어떤 의미로 그리스도는 처음으로「새로운 아담」고린토전서15, 45참조)으로 예고됩니다. 진실로『십자가에 죽기까지의 순종』(필립비2, 8참조)을 통해 얻어진 죄에 대한 그분의 승리는 첫 죄와 인류의 모든 죄들의 악을 측량할 수 없이 극복할 만큼 많은 용서와 구원은총을 내포할 것입니다. 성 바오로는 다시 말합니다.『그 한사람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예수그리스도는 한 사람의 덕분으로 더 많은 사람이 풍성한 은총을 거저 받았습니다』(로마서5, 15).
더구나 오로지「첫 복음」을 바탕으로 해서 타락한 인간의 운명에 관해 이미 장래구원의 전망이 소개된다는 것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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