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토로 가는 길은 상쾌했다. 그동안의 여독을 말끔히 씻어줄 만큼 신선한 바람, 공기가 줄곧 우리 일행을 고린토로 안내했다.
유난히 푸른 빛깔의 에게해.
아테네에서부터 펠로폰네소스 북쪽 바닷가 고린토만에 자리한 신(新)고린토를 향한 순례의 여정은 끝없이 펼쳐지는 에게해(海)의 푸른 파도를 벗하도록 마련돼 있었다.
이디오피아에서 왔다는 3백명가량의 대규모 여행단의「어마어마한」짐 찾기 소동으로 2시간가량이나 공항 내에 묶여있던 갑갑함도 에게해를 끼고 도는 해안도로와 만나면서 말끔히 가셔졌다.
신 고린토에서 고대 그리스의 가장 중요한 도시 중의 하나였던 고대 고린토까지는 6킬로미터. 아테네로부터는 약 1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되는 거리에 고린토는 있었다.
서기52년, 바오로사도는 이 고린토에서 1년6개월을 머물면서「그리스도의 부활사건」을 전파, 이교도의 도시였던 고린토는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물들게 된다.
길리기아지방「다르소」에서 태어나 그리스식 교육을 받고 다시 예루살렘에서 바리사이로 훈련받은 열심한 바리사이 바오로사도. 맹렬히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바오로사도의 개종은 이미 성경(사도9, 1~19)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열정과 웅변, 그리고 발자취가 스며있을 고린토의 곳곳에서 순례자들은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감동을 누를 길 없다.
『누구든지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입니다』(고리Ι16, 22)고린토교회에 보낸 첫째편지는 바오로 사도의 뜨거운 믿음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오후에도착한 고린토는 따가운 햇볕 속에서도 조용한 모습으로 순례자들을 반겼다.
고대 도시국가중 가장 영화를 누렸다는 고린토, 아테네보다 먼저 부강, 기원전 5세기에 이미 인구 30만을 자랑했던 고린토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개발로 드러난 약간의 잔존물뿐이었다.
주로 고린토의 로마시기의 유물로 대변되는 폐허의 잔존물속에는 「아폴로신전」을 비롯한 여러 모양의 신전들과 「아고라」(시장), 그리고 유대교 회당이자 바오로사도가 복음을 설파한「시나고가」등이 당시의 영화를 상상으로 가능케 해주었다.
BC146년 로마의 점령으로 완전히 파괴 되었던 고린토는 줄리어스 시저에 의해 수백년 간 재건되었으나 또다시 파괴되었고 우리 앞에 펼쳐지는 모습들은 바로 당시의 편린들이라 할 수 있다.
안티오키아에서 열심한 그리스인 신자 디모테오를 만난 바오로사도는 그와 실라를 데리고 그리스 전교여행을 떠나게 되고 고린토를 포함, 아테네ㆍ필립비ㆍ데살로니카 등지에 정식교회를 세우게된다. 안티오키아에서 시작된 바오로사도와 그 동료들의 2차 전도여행은 소아시아전역과 함께 그리스 도시들로 확대되는데 이 전교여행은 그리스도교가 지역교회로부터 세계교회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된다. 고린토에서 바오로 사도는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거부당하고 박해를 받기도하지만 (사도18, 1~18)그를 따르는 믿음의공동체는 크게 융성, 고린토의 복음화는 놀라운 결실을 맺게 된다. 『형제여러분 우리가 아시아에서 당한 환난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알리려고 합니다. 그 환난은 우리의 힘으로 도저히 견디어낼 수 없으리 만큼 크고 심해서 마침내 우리는 희망조차 끊어졌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지 않고 죽은자를 다시 살리시는 하느님을 믿어야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고린토 후서 1장에 기록된 대로 바오로사도는 고린토를 비롯, 아시아지역 전교에서 사도들이 당한 환난을 밝히면서 기도를 통해 도와줄 것을 호소하기도 한다.
교회가 비대해지면 뒤따르는 현상중의 하나가 분열.
고린토 역시 이분열의 현상이 교회내부로부터 시작되고 바오로 사도는 편지를 통해 분열을 우려하며 일치할 것을 촉구한다. 그가 고린토교회에 보낸 첫 번째 편지 서두는 바로 분열에 대한 염려(Ι고린1, 10~12)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형제 여러분 나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호소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갈라지지 말고 일치하십시요』고린토의 폐허위에서 순례자들은 거의 같은 맥락에서 오늘의 교회를 돌아보며 깊은 묵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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