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델은 동족 멸망의 날짜가 정해졌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왕이 부르지도 않는데 어전에 나아가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라 주저한다.모르드개는 자신의 안일만 생각하는 에스델에게 그녀가 왕후가 된것은 보다 높은 사명, 즉 민족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섭리였음을 일깨운다. 유딧처럼 재를 지키고 기도한 에스델은 왕과 하만을 만찬에 초대하는 일에 성공한다.
하만은 둘째날의 연회에 임하기 전에 모르드개를 달아맬 25m의 기둥을 세운다. 그러나 연회의 첫날을 즐긴 왕은 밤에 궁중실록을 읽다가 과거 모르드개가 음모에서 국왕을 구한 사실을 알게된다. 왕은 그다음날 하만으로 하여금 모르드개에게 공식으로 상급을 내리게 한다.
설상가상으로 하만은 연회석상에서 에스델로부터 유대인을 모함하는 교활한 원수라는 고발을 당한다.하만은 모르드개를 위해 세운 기둥에 달려 처형된다.
상황은 뒤바뀌어 모르드개는 고관의 자리에 오른다. 또한 이미 나붙은 유대인 멸족 칙령에 대하여 유대인들은 정당방위로 대항할 수 있는 칙령이 내려진다. 더우기 유대인들은 그들에게 적의를 품은 자들을 학살한다. 유대인 멸망의 날은 이렇게 번복되어 원수에게서 풀려나는 해방과 기쁨의 날이 된다. 그리하여 유대인들은 주사위,「불(pur)」로 정해진 영광의 날을「부림절(purim)」이라 부르고 대대로 축제를 벌인다.
이야기는 페르샤왕의 위대함과 모르드개의 업적을 기리며 맺는다.
4. 역사성과 문학유형
열왕기나 역대기의 본을 떠서 『…시대의 일이었다』로 시작하고『다 아는대로 그 자세한 기록은 메대와 역대 왕실록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로 끝나는 에스델서는 역사적으로 신빙성있는 몇가지 사실을 전해주고 있다.
수사성에 있던 왕국 정원에는 휘장이 기둥에 매여있었고 잔치 때는 안락의자를 사용하였다(1,6).어전회의는 7명으로 구성되었고(1,14) 왕이 한번 내린 법령은 수정이 불가(1, 19:8, 8)하였다. 왕의 허락없는 알현은 금지되었고(4,11) 왕의 총애를 받으면 왕복을 입혔다(6, 8). 주요 칙서를 내릴 때는 보람군을 각 지역에 파견(3, 13:8, 14)했던 점은 고고학자들에 증명되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과는 다른점들도 있다. 에스델서가 말하는 시대에 생존했던 역사가 헤로도투스에 의하면, 아하스 에로스왕은 페르샤의 크세륵세스 1세(485~465)로서 그의 왕비는 아메스트리스였고 와스디나 에스델을 왕후로 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와스디가 페위되고 에스델이 왕후가 된(2,16) 시기에 페르샤가 살라미스해전에서 그리이스에게 패전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는데 그일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고 왕은 그저 왕비 선발에 시간을 보낸 인상을 주는 것도 석연치 않다.
모르드개가 유다의 여고니아왕 때 바빌론으로 잡혀왔다고 하면(2,6) 그것은 597년으로 그의 나이는 1백20살이 넘어야한다. 그렇다면 그의 사촌누이인 에스델도 1백세 정도의 노인이어야 한다.
왕이 왕비를 페하는 일은 대신들의 의견을 묻는 신중한 처리(1, 13~22)인 반면 한민족 전체를 멸하는 일은 즉석에서 허락하는 일(3, 8~11), 그런가하면 왕후의 소청으로 유대인들이 적을 학살할 수 있도록 극적으로 반대칙서를 포고하는 일(13, 1~7)은 관용에 있어 너무 상반된다. 무엇보다 역사상 유대인이 주동이되어 7만5천명을 집단학살(9,16) 한 일은 BC 6~4세기에는 없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