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용 할머니(막달레나·89세·서울 홍제동본당)가 걸어온 세월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하느님 앞에 바쳤던 옛 순교성인들의 숭고한 삶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서울 홍제동본당의 창설멤버로서 50여년간 오직 홍제동본당에서만 활동해온 최이용 할머니는『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남을 위한 봉사와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생활』이라고 소신을 피력한다.
1941년 홍제원공소(홍제동본당 전신) 회장을 시작으로 불광동공소, 세종로공소가 본당으로 승격하기까지 서대문지역의 교회 발전을 위해 일생을 바친 할머니의 업적을 일일히 나열 할 수 없을 정도.
할머니가 살고 있는 2평 남짓한 자그마한 방에 걸려있는 故 노기남 대주교로부터 받은 상패와 20여개의 각종 상장이 할머니의 지난날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경기도 광주군 도척면 진우리에서 4대째 내려오는 독실한 신자가정의 장녀로 태여난 최이용 할머니가 서울로 이사온 것은 일제탄압이 극도로 심했던 1940년 봄.
순교자 윤유일(바오로)의 4대 손자인 윤덕현 씨와 17세 때 결혼, 행복한 가정을 꾸려왔던 최이용 할머니는 어린 4남매를 남기고 남편이 세상을 뜨자 그 길로 서울로 상경했다.
당시 경기도에 편입돼 있던 지금의 홍제동 산동네에서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살아가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고 술회하는 최이용 할머니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전교활동을 펴는 등 열심히 신앙생활을 계속했다.『홍제동 산동네에는 신자가 없었고 무당들이 득실거리는 지역이었습니다. 가까운 성당이라고 해야 중림동본당 밖에 없었지요』라고 당시의 상황을 밝힌 최이용 할머니는『식모살이 등을 하면서 가계를 꾸려 갔지만 미사에는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신앙생활과 부모로부터 받은 교육때문에 본당에서 차츰 인정을 받자 본당신부는 할머니 집에 홍제원공소를 설립하고 할머니에게 공소운영을 맡겼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일본 형사들의 감시가 두려웠고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복음을 전파하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고 회상하는 할머니는『대세 붙이기·장례 치러주기 등을 하면서 각 집을 방문, 착실히 사람들을 교회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홍제원공소에 신자수가 몰리고 홍제동본당이 탄생되자 할머니는 또다시 본당신부의 명령으로 불광동공소, 세종로공소로 옮겨가면서 전교활동을 계속했다.『돈이 없어 굶어가면서도 교회일이라면 발 벗고 나선 할머니가 있었기에 오늘의 홍제동·불광동·세종로본당이 태어날 수 있었다』고 주위 사람들은 입을 모으고 있지만 최이용 할머니는『교회 일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내주지 못한 자식들이 훌륭하게 자란 것을 보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버릴수가 없다』고 말한다.
『가끔씩 영세를 권유했던 대자녀들이 찾아올 때가 제일 반갑다』는 할머니는 『홍제원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되고 성당을 신축했을 때 한 독지가로부터 받은 자그마한 종을 직접 종탑에 걸었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고 술회한다.
장티푸스로 죽은 신자를 장례치르다가 집안 식구 모두가 병에 걸려 죽을고비도 넘겼다는 최이용 할머니는『예전과 비교해볼 때 신자들의 신앙심이 많이 해이해진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현재 막내딸 윤옥희 씨의 집에서 머물고 있는 할머니는 지금도 미사시간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면서 참례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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