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시메온의 노래(루가2장25~38)
전에도 말했지만 루가가 예수 그리스도의 유년 시대를 복음서에 넣을 때는 사도들의 교회가 막 태어나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썼다. 예수의 탄생과 교회의 창립, 예수를 찾는 이방인 세 박사와 복음을 들으려고 몰려드는 많은 이방인등, 무엇보다도 예수의 이름 때문에 목숨을 빼앗긴 어린이들과 초창기 교회가 받은 모진 박해 등 성령에 찬 루가의 머리 속에는 이 모둔 사건들이 교회의 생명의 맥박으로 쌍고동치는 계시의 울림으로 스치고 있었다. 오늘 이야기할 예언자 시메온과 예언녀 안나의 이야기도 이런 틀 안에서 알아들으면 된다. 이들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 예수아기의 장래를 눈앞에 보듯 그 영광과 치욕을 우선 예수의 부모인 요셉과 마리아에게 알려준다. 시메온 또는 시몬이라고 불리는 이 노인은 누구인가. 그는 예루살렘에 사는 열심한 사람이었다. 루가 복음서에는「외롭고 경건하게 살면서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란 말은 그의 말이 예루살렘장안에서는 꽤 통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가 성전에서 무슨 직책을 이행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지명인사는 예언자로 통하고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힐렐이라는 유명한 학자이며 지도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시메온의 아들은 가물리엘이라고 하여 파리사이파랍비이며(사도 5장14) 사도바오로가 개종하기 전 스승으로 모시던 반그리스도교파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세사업의 정수를 음양 양면으로 간추려서 그 계획서를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사람의 입을 통하여 하신 것이다.
하기야 하느님의 아들이 출생하는 것을 알리고 그 보호를 부탁할 때 범부 요셉을 택하셨고 그 탄생의 기쁨을 온 세상에 알리는 일을 생 들판의 목동들에게 알리셨고 하느님의 아들을 경배하는 첫 사람으로 이방인들을 보내시지 않았던가. 오랫동안 구세주를 기다리던 시메온은 마침내 성전에서 예수아기와 그 부모를 보고 감격과 기쁨에 넘쳐흘렀다. 아기를 품에 받아들고 찬양의 노래를 부른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예수는 찾는 사람에게 안겨주며 원하는 사람에게 마음속에 찾아주신다. 영성체는 바로 이와 같을 열망을 채워주기 위한 주님의 설정이다.
주여 이제는 말씀대로 이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만민에게 베푸신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남북으로 헤어진 이산가족들이 40년 전에 헤어진 부모나 자식들을 한번이라도 보았으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고 한다. 시메온이 양팔에 안고 있는 아기는 4천년동안 기다리던 구세주이시다
이 사실을 성령의 가르치심으로 익히 알고 있는 시메온이 나이야 어떻든 곧 죽는다 해서 한이 있겠는가. 그는 오히려 이 순간을 위하여 이 은혜를 입기를 기다리며 살아왔다. 그러니 이제는 삶의 보람을 다한 것으로 그는 느꼈던 것이다. 편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신앙심에서 울어 나오는 결단력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제 볼 것을 보았고 얻을 것을 얻었다. 사도 바오로도 그리스도를 따르고 나서 삶의 보람을 다했다는 듯이「나에게는 그리스도가전부입니다. 죽는것도 나에게는 이득이 됩니다」라고 외쳤다(필립1장21). 시메온이 보고 있는 아기는 이방인들에게는 빛이시며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될 것이라고 예언을 하였다. 이 말은 이사야서를 회상하면서 그 예언이 장차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하실 일을 예고한 말이었고 루가는 이 말을 교회에 빗대어 쓴 말이었다. 이 놀라운 교회론을 제일먼저들은 사람은 요셉과 마리아였다. 이들의 신앙은 점점 굳어졌고 성모 마리아는 아드님이 하실 일을 곰곰이 새기며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모든 어머니는 자기 아들의 장래에 대하여 불안하다. 고생길이냐 편안한 길이냐의 두 갈래 중에 하나인데 편안한 길만 희구하기 때문이다. 성모 마리아는 이두가지 길을 모두 받아들였다.
이 아기는 많은 사람이 넘어지는 걸림돌도 되고 다시 일어서는 지팡이도 될 것이다 사도 바오로도 그 때문에 넘어졌었고 그를 의지하여 다시 일어났다. 그로 인하여 넘어질 때 그는 혹독한 반대를 받을 것이며 그 아픔을 보는 어머니의 아픔은 예리한 칼이 가슴을 찌르는 아픔일 것이다. 성모 마리아는 이 모든 것을 생생하게 알아듣고 각오한 듯이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성세에서는 여자의 역할을 하느님의 구세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보조역할로 곧잘 등장한다. 구약성서에는 남자 예고자의 역할은 막중하다. 구원을 알리고 구세주를 예언하였다. 그러나 여자 예언녀는 수도 많지 않거니와 하는 일도 부녀자들에게 성경을 해석하는 일을 하였다.
랍비들의 문학에서는 일곱명의 예언녀를 인정하고 있다. 사라, 미리암(출애15장20), 데보라(판관4장4), 한나(사문상2장1), 다윗의 아내 아비갈(사무상25장32), 훌다(열왕하22장14), 그리고 에스텔이다. 성서에는 이사야의 아내를 예언녀라고 했지만 그 이름은 모른다(이사8장3). 주님의 봉헌식에 예언녀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 이름은 안나로서 밤낮으로 성전을 떠나지 않고 기도로써 하느님을 섬기던 할머니 과부였다. 아마도 성전에 살면서 성전 일에 봉사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여자에게도 구세주를 뵙는 영광과 은혜가 주어진 것이었다. 이 여자도 구원의 날을 기다리고 있던 터였고 그 날이 임하였음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스라엘의 구원을 힘으로 기다리던 권력가들은 거리에서 복음을 전하는 예수를 보고 크게 다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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