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1월 3일
전라도에서 반가운 소식. 보두네ㆍ빌모 두 신부는 머지않아 전라도로 다시 내려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소위 새 왕국의 왕 김개남이 강화 군사들에 의해 태인에서 붙잡혔다.
1월 7일
마라밭 신부로부터 다시 편지. 예의 경찰관은 벌금형을 받았으며, 다른 일본인 한 명은 2개월과 징역형을 받았다. 동학도들의 우두머리 전녹두가 생포되어 서울로 압송되다. 종묘에 왕의 거동. 왕은 이 왕국에 갑작스럽게 닥친 변화를 그의 조상들에게 고하러 가는 것이다.
1월 14일
보두네, 빌모 두 신부의 출발. 이들은 공주 및 전주의 두 감사 앞으로 각각 보내는 독판(督辦)의 편지 두 통을 가지고 간다. 첫번째는 관에 넣어 정말 다시 매장된 죠조 신부의 유해에 관해서이고, 두번째는 보두네 신부가 입은 관보에는 지난날 죄인으로 언도받고 사형을 당했으나, 이제 특사를 받았다든지 또는 신원된 사람들의 명단이 실렸다. 이 명단 첫 줄에서 1866년에 순교한 우리 교우 2명, 곧 남종삼과 홍봉주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조선정부의 자발적인 이 조처는 분명히 조선 정부의 새로운 경향이 매우 다행스러움을 말해주고 있다.
1월 28일
아침에 눈이 내리다. 때문에 하우 고개로 향한 알릭스ㆍ드비즈 신부들의 여행이 늦춰지지 않을가 생각된다. 알릭스 신부는 하우고개로 돌아가 거기에서 공소를 계속할 예정이고, 드비즈 신부는 지방으로 가서 다음 피정때까지 자리를 잡고 있었으면 한다. 정오경에 눈이 그쳐, 그들은 점심 식사를 하고 길을 떠나다.
2월 2일
영하 22도 몹시 불쾌한 폭풍이 불다. 1월 17일에 바울(Paoul)에서 쓴 퀴틀리에 신부의 편지가 오늘 도착. 아직도 몇몇 지역에는 평화가 되돌아오지 않았다고. 그의 집은 동학도들에 의해 황폐화되었단다. 그는 자신의 피해액을 6~7천냥으로, 파스키에 신부의 피해액을 4천냥으로 추산하고 있다. 요즈음 외교인들 사이에서는 물론 궁정에서까지 청국인들이 영국ㆍ미국ㆍ몽고인들의 지원을 받아 음력 2월 27일에 조선에 쳐들어 올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터무니없는 것이기는 하나 조선인들에게 쉽게 먹혀들어가는 이 소문은 틀림없이 대원군과 구체제를 옹호하는 양반들이 일부러 퍼뜨린 것일게다. 거의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학도들의 새로운 폭동도 같은 주모자들에 의한 것일까?
2월 9일
불라두 신부로부터 특수우편물. 교우 김시한의 결혼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으면 좋겠냐는 내용이다. 이 가엾은 남자는 다시 결혼을 할 수가 없다. 첫번째 아내에 대한 소식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로베르 신부에 의하면 그의 첫번째 아내는 7년전까지만해도 살아 있었다고한다. 세관의 피발꾼을 통해 브레 신부에게 편지를 띄우다.
2월 10일
오후에 법문대신 서광범의 아내 박마리아가 교우인 그의 침모와 함께 나를 보러 오다. 경무청이 들여 보낼 교우 30명정도만 구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적어도 그들중 몇명은 대원군의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비밀리에 알아보는 일을 하게할 작정이란다. 신체제의 사람들 사이에서 어쨌든 심심치않게 비밀집회가 있었으며 박과 서는 서로를 대단히 불신하고 있는 모양이다. 조선정부내에는 이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반대로 대신들 서로간에 불신과 말없는 증오가 있을뿐이다. 우리는 짧은 시일안에 또 다른 내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지방에서는 폭동이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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