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하느님
그리스도인들의 하느님은 세상자체와 근본적으로 다른세계의 불변하는 원리가 아니라 참으로 세상 및 역사 안에 깊숙하신 하느님이다. 이역사적 개입과 하느님의 자기계시가 절정에 이르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 안에서이다. 인간 예수는 나중에 하느님으로 입양 된 분이 아니라 성부와 본질 동등한 영원한 하느님 말씀으로서 역사와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기의 신성을 훼손당한 것이 아니었다(니체아 공의회). 이 공의회이후 토고스가 세상과 맺는 관계를 중심으로 그리스도론이 발전하였다. 역사적ㆍ인간적 차원을 신적ㆍ초월적 차원에 대립시키는 이원론적 도식(<로고스-육><로고스-인간>)이 그리스도의 신비를 설명하는 데에 도입되었고 차츰 강생에 치중되어갔다.
칼체돈 공의회에 이르러 그리스도의 신비가 분명한 용어로써 규명되었다. 그리스도는 참으로 강생하신 하느님의 아들이신데 온전한 하느님이고 완전한 인간이시다. 니체아공의회가 아리아니즘을 거스려 그리스도의 완전한 천주성, 성부와의 본질 동등성을 확인하고 콘스탄티노플 공의회가 아뽈리나리즘을 반대하여 그리스도의 인간성을 확정한다. 에페소 공의회는 네스토리아니즘을 논박하여 하느님이고 인간이신 그리스도 안에 단일성이 있으며 구원역사 안에 그분이 개입하셨음을 강조하면서 그분을 둘로나누려는 온갖 시도를 배격한다. 칼체돈 공의회는 에우더키아즘을 대항하여 강생하신 말씀의 인간적차원이 충만한 것이고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은 우리와 꼭 같은 분임을 단언한다. 사람이 되신 로고스 안에서 단일성은 그분의 인성을 손상하지 않는다. 그분은 신성에 있어 완전하고 인성에 있어 완전하다.
그분 안에서 단일성은 구별되는 두 본성이 완전한 상태로 있음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몇 가지 결함
그리스도의 신비를 이해함에 있어서 공의회 교부들은 회답사고의 영향을 받아<강생-그리스도론><본질주의 그리스도론>을 형성시켰다. 성자가 성부와 본질 동등하다는 규정은 성자가 로고스로서 창조에 있어서 맡은 역할, 세상 및 역사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고찰을 퇴보시켰다. 그리스도 사건에 있어서 강생을 유별나게 부각시킴으로써 그리스도가 인간으로 지니신 면모, 그분의 성장과정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강생사건만이 중요한 의미를 지녔고 예수ㅡ이 구체적 삶, 죽음과 부활은 별 의미를 지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운명에 동참하는 그리스도보다는 선재하는 로고스의 인간본성에의 참여가 부각되어있다. 예수의 인격이 본질적 구성에서만 고찰된 결과 예수의 구체적 삶과 행적 즉 구원역사적 의미가 망각될 위험이 있다.
그리스도 안에 실현된 계시를 이해함에 있어서<하느님-우주>대립도식을 사용함으로써 역사에 대한 고찰을 빠뜨렸다. 그리스도의 신비가 내포하는 구원경륜적 차원이 사라지고 말았다. 예수의 인격이 하느님이 펼치시는 구원경륜에 비추어 고찰되지 않았다. 알렉산드리아학파는 강생하신 로고스의 신성과 단일성을 긍정하려는 시도 때문에 로고스의 육체성과 역사를 무시하였다. 안티오키아학파는 그리스도의 온전한 인성과 역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였으므로 로고스의 불변하는 초월성을 다치지 않으려고 그리스도를 양분시키는 결점을 노출하였다. 그리스도의 인성을 예수그리스도와 연결시키지 않고 철학적,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이해하려 함으로써 하느님이 누구신가? 인간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를 그리스도 중심에서 해명하지 못했다.
인성을 단호히 옹호한 칼체돈공의회도 인간의 인격성(Personalitas)에 대해 전혀 고찰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희랍사고의 도움을 빌어 전개된 공의회의 그리스도론은 사변에 치우치고 말았다(정적그리스도론).
신ㆍ인속성의 교환
희랍사고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교부들의 정통 학설은 성서와 밀접히 관련되어있다. 그들의 그리스도론은 사변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구원론적 전망 안에서 정립 되었다. 공의회의 선언문은 신앙고백의 형식을 띠고 구원경륜적으로 규정되었다. 『그리스도께서 온전한 인간을 취하지 않으셨다면 인간도 온전히 구원되지는 않았을 것이다』(오리게네스). 『그리스도에 의해 취해진 것이 아니라면 그분은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를 역시 구원할 수 없다는 듯이다. 하느님이신 분이 참으로 인간이 되셔야만 우리의 구원, 나아가 신화(神化)가 가능하다. 그리스도가 참으로 하느님이 아니시라면 우리도 구원받지 못한다. 불멸의 하느님 홀로 죽을 운명의 인간을 구원하시어 당신의 충만한 운명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원론적 논증을 뒷바침하는 원리가 있다. <신ㆍ인 속성의 교환>원리이다. 『인간이 신이 되게 하기 위하여,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다. (알렉산드리아 학파), 하느님에 의하여 전인간이 취해졌다』(안티오키아 학파). 신-인 그리스도는 죄에 처해있는 우리의 탄생을 하느님의 외로움 안에서의 새 탄생으로 「교환」시키기 위하여 인간으로 탄생하셨다. 죽음에 처해진 우리의 운명을 하느님의 생명으로 「교환」시키기 위하여 인간의 죽음을 감수하셨다.
신약성서의 그리스도론이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세상에 태어나고 수난하고 죽고 부활사신 그리스도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교부들의 그리스도론은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참 하느님으로서 참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존재 또는 정체, 본질을 규명한 것이다. <속성교환의 원리>는 교부들이 이단을 논박하면서 그리스도의 존재를 해명한 구원론적 원리로서 구원론적관점에서 그리스도의 신원을 밝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러므로『우리 인간을 위하여』『우리 구원을 위하여』(니체아DS125, 콘스탄티노플DS150, 칼체돈DS301)표현덕분에 교부들의 그리스도론이 신약성서의 그리스도론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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