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같이 대조되는 요소들을 볼 때 이 책의 기사가 전부 역사적 사실이라고 인정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순전히 꾸며낸 이야기라고 한다면 증명된 역사적 사실도 부인해야한다. 따라서 에스델서는 페르샤 시대에 있었던 박해사건을 골자로 한 역사소설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에스델서는 뚜렷한 개성을 지닌 역사적인 네 인물, 크세특세스 1세, 에스델, 하만, 모르드개를 부각시키며 유다인들이 부림절 잔치를 이틀간 성대히 벌여야하는 이유, 행동이 말보다 웅변적이라는 사실을 설명하는 학가다 미드라쉬이다.
5.부림절
에스델서는 유다인들이 진탕 먹고 마시며 선물을 주고받는 부림절(9.22)을 축하하는 동기를 말하고 있지만 학자들은 부림절의 기원을 바빌로니아나 페르샤로본다. 바빌로니아에는 아달월이후, 곧 정월 초하루에 새 해의 길흉을 점치는 제비를 뽑고 즐기는 풍습이 있었다. 축제는 수사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이런 이방의 축제가 에스델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었을까? 여러 가지 설명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유배시 유다인들은 바빌로니아의 신년제를 함께 지내며 그들의 풍습을 알게 되었다. 페르샤의 크세특세스 1세 치하에서 유다인들은 파멸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으나 모르드개와 에스델로 인해 수사에서 살아남은 커다란 사건이 있었는데 그 구원의 날은 페르샤의 부림절보다 조금 전, 곧 아달월 14, 15일이었다. 그리하여 유다인들은 페르샤의 부림절과 자신들의 해방일을 구별하다가 나중에는 같은 날 지내게 되었고 부림절의 이름으로 설날을 민족적 의의를 포함한 축제로 지냈을 것이다. 팔레스티나에 돌아온 그들은 그들만의 새 달력을 만들어 이교도들의 신년제의 뜻을 없애고 순유다적인 부림절, 유다인 해방 기념일로 성대한 축제를 벌였다.
마카베오 시대에는 또 다른 적, 니가노르의 패배와 유다의 승리를 기리며 에스델과 모르드개의 공적을 부림절 축제때 공공연히 읽고 부림절을「모르드개의 날」(2마카 15.36)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어찌되었든 기원 1세기 후반에 부림절은 유다의 축일표에 기입되었고 오늘날까지 기쁜 축일로 지내고 있다. 1월 13일 회당에 모여 에스델서를 낭독할 때 온 회중은 극적인 사건에 몸소 참가하는 기색을 띤다.
6.종교적 의의
하느님이란 단어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으며 적에 대한 강한 복수심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책을 이스라엘 사람들도 90년 얌니야 회의에서 정경으로 인정하기까지 많은 논란을 하였다. 그러나 70인역이나 탈무드가 주석하듯 에스델 사건에는 우연인 듯한 돌발적 사건 이면에 하느님의 손길, 구원이 있었다.
모르드개와 에스델의 단식 기도와 속죄행위(4.1~3: 4.16)에는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깊은 믿음이 깔려있다. 복수 행위는 이스라엘의 원수는 하느님의 원수라는 신조에 근거하며 고대 이스라엘의 거룩한 전쟁과 같이 정당방위가 된다.
모르드개의 꿈(10.4~13)에 대한 70인역의 주석은 하느님은 선민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치신다는 종교적인 의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에스델서에도 시편 작가의 신앙,『이스라엘을 지키시는 그분은 졸지도 잠들지도 않으시리라. 주께서 너를 지켜 모든 액을 막으시고 당신이 네 영혼을 지켜 주시리라(시편121.417)』를 선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성서야말로 불사의 존재인 이스라엘, 「유다인 생존의 영원한 기적」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스라엘인들의 특별한 사랑과 아낌을 받고있는 것이다.
수없는 박해와 역경 속에 살아남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배경으로 에스델서를 이해하고 사순절에 이웃의 구원을 위하여 자신을 어떻게 내어 줄까 묵상하고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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