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에집트 피난과 어린 순교자들(마태2장13~18)
구세주 예수가 태어나고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착착 그 사업이 준비되고 있는 동안 권력에 몹시 신경질적이었던 헤로데 대왕은 동방에서 찾아온 세 박사를 기다리다가 미칠 듯이 날뛰었다. 그는 점령군 로마정부가 정책적으로 세운 유대아인 왕이었다. 그러나 그는 진짜 유대아인이 아니었고 혼혈 유대아인 취급을 받던 이루메아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로마인들의 비호를 받으면서도 유대아인들에게는 자기도 유대아인임을 증명하려고 부수어졌던 성전을 다시 짓는 등 아첨을 떨고 있었다. 민족의 애국자 마카베오 왕조를 무너뜨리고 로마편에 든 헤로데 대왕에게는 유대아인들의 대제관직이란 막강한 권력의 직책이 그 손안에 있었다. 그는 이 권력을 가지고 유대아인들을 희롱하고 있었다. 이 대제관직을 둘러싸고 헤로데 대왕에게 아첨하는 자들은 헤로데 대왕이외의 다른 왕이 났다는 소식자체가 대왕에게 아첨거리가 되었다.
그때의 헤로데의 나이가 70이었다. 새로 났다는 소문의 유대아왕은 사실 그에게 경쟁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소식에 불안해했고 그와 함께 온 예루살렘이 법석을 떨었다. 소식을 가지고 오기로 되어있는 동방의 손님 세 박사들은 이제는 약속을 저버리고 다른데로 가버린 것이 틀림없다. 대왕은 이래저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포악한 자에게는 악행을 자행하는데 언제나 방법이 있는 법이다. 그 아기를 놓쳤으면 그 또래아기들을 몽땅 죽여 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그는 이런 끔찍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동방의 손님들이 왔다 간지가 거의 2년이 되었으니 두 살 아래 아기들을 모두 죽여버릴 작정을 한 것이다.
이때에 요셉에게 천사가 또 나타났다. 그리고『어서 일어나 아기와 아기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난가라』는 것이었다. 요셉은 얼떨결에 천사의 전갈을 받는 것이 이번으로 두 번째이다. 첫 번째도 하라는 대로 했더니 그대로 들어맞았다. 잠 눈을 비비고 일어난 요셉은 물론 천사의 재촉을 따랐다. 요셉은 아기와 그 어머니를 보호할 배필로 법적으로 배정된 남자였음을 익히 깨닫고 있었다. 예수의 법통을 강조하는 마태오복음서는 예수의 유년 시대를 적은 1장~2장에서 마리아의 이름은 꼭 두 번만 나오고 요셉은 언제나 그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예수와 마리아는 늘 아기와 그 어머니로 부르고 있다. 아기의 부모나 아기의 가족이란 말로 쓰지 않았다. 하여튼 보호자 요셉은「아내와 그 아들」이 아니고「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였다. 왜 하필이면 이집트였을까 이집트는 이스라엘 백성을 몽땅 잡아갔던 적성국이었다. 그런데 왜 이집트로 가라했을까 이집트는 풍요로운 나일강의 삼각주가 있다. 옛날에 야곱의 자손들이 본국의 흉년을 피하여 이곳으로 가서 목숨을 구한일이 있는 곳이다(창세기42장). 그 밖의 다른 민족들로 목숨의 위험이 있을 때 이곳으로 피난하곤 하였다. 묵시록에도 하느님의 공동체가 악의 혹독한 공격을 받을 때에 사막에 피난처를 마련하신다고 했다(12장6).
나자렛에서 이집트로 가는 길은 사막을 건너는 등 어려운 길이다. 초대교회 전설에 따르면 이 피난길은 하느님의 기적적 손길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예수께서는 태어나자마자 이교인들의 경배를 받았고 자라자마자 유대아왕의 살육사냥에 쫓겨 또다시 이방인나라로 피난 가셨다.
초생교회가 탄생했을 때 사도들과 신자들은 네로의 광기를 파하여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했다. 사도들은 주님이신 예수께서『그들이 너희를 박해하거든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피하라』는 말씀(마태10장23)을 기억하면서 이 복음서를 쓰고 있었다.
헤로데가 죽은 것은 기원전 4년, 요셉은 또다시 천사의 지시를 받고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본고향 나자렛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고향에서는 그동안 차마 생각할 수도 없는 참사가 일어났었다. 헤로데는 태어났다는 유대아의 아기왕을 죽이기 위하여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잡아 죽였던 것이다. 헤로데가 두 살 이하의 아이들로 잡은 것은 이번에는 예수아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충분한 날짜계산을 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때 예수아기는 돌이 되었을까 말까 하는 나이였을 것이다. 하느님의 구세사에서 이와 같은 끔찍한 살육행위는 이것이 첫 번째가 아니었다.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아직도 여린 연륜의 시기에 그들은 이집트로 잡혀갔었고 거기서 그들이 번성하게 되자 이집트의 왕 파라오는 모든 이스라엘의 아기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헤브레아인들의 모든 사내아이를 나일강에 던져 죽여라(출애1장22).
이때 아기 모세는 그 어머니가 바구니에 그 아기를 띄워 폭군의 손을 벗어났고(출애2장1~10)모세는 후에 민족의 지도자가 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헤로데의 광기에서 벗어난 예수아기는 온 세상 하느님의 백성을 이끌고 하느님나라로 데리고 갈 것이다. 마태오복음사가는 어린이들의 살육사건을 예루살렘의 북쪽마을 라마의 어머니들이 자기 아들들을 잃고 비통하는 것에 비기고 있다. 예언자 예레미아는 이스라엘이 하느님께 거역하여 그 아이들이 이방인들에게 잡혀가고 학살당할 것을 미리 내다보며 울었다(예레31장15).
자식 잃고 울부짖는 락헬은 벤쟈민과 에프라임족의 조상이다. 이제 이 비통한 운명이 되고 새 아기로써 새 이스라엘이 생겨나는 전주곡을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로써 시작한다. 새 교회는 포악한 손에 피 흘려 죽는 많은 순교자들이 그 기초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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