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신비와 죄
1. 한분이시고 세위이며 섭리하시는 창조주요, 아버지이며 우주의 주님이신 하느님에 대한 교리를 마치고 이제 구세주로서의 하느님에 대한 교리를 시작한다. 이 교리에 대한 기본적 근거는 역시 신앙고백들 특히 그중 가장 오래된 소위 사도신경 안에, 그리고 니체아ㆍ콘스탄티노플 신경으로 알려진 신앙고백 안에 있다. 먼저 창조(창조자 아버지에 의한)의 신비에 대해 말했고 그다음에 구원(구세주 아들에 의한)의 신비에 대해, 그리고 성화(거룩하게 하시는 성신에 의한)의 신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구원의 신비, 다시 말해서 인간과 세상의 구제주로서의 하느님에 대한 교리로 넘어간다.
그리고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교리(그리스도론)가 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우리 인간을 위하여』우리 구원을 위하여 사람이 되신다.
강생의 신비는 구원의 일부로 신경에 나타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경들은 구원적 강생의 신비가 역사의 배경 안에 이루어졌음을 말해준다. 또 그 신경들은 악의 실재를 인정하며 제일 먼저 죄의 악을 언급한다.
구원은 그리스도께서 인간에게 가져온 하느님 생명의 부요함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먼저 악에서의 해방, 특히 죄에서의 해방을 뜻하기 때문이다.
죄와 구원과 섭리
2. 하느님의 모든 계시 가운데서 구원에 대한 진리가 중심임을 생각할 때 죄에 대한 교리도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신경 안에서 고백하는, 즉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이루어진 구원진리의 의미에 마땅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죄에 대한 문제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교리를 통해 죄에 대한 문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알다시피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진리는 우리로 하여금 또한 죄를 그 본래의 의미대로 보도록 허락해준다. 죄의 실재를 통해서 하느님, 사랑이신 하느님의 신비를 더 깊이 알아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죄는 하느님선물의 오용(誤用)
3. 창세기는 창조사업의 첫 번째 서술에서 창조된 모든 것의 원초적「선성(좋음)」과, 특히 하느님에 의해서『남자와 여자』로 창조된 인간의「신성(좋음)」을 강조한다. 창세기는 창조의 묘사에서『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여러 번 말하고 마지막으로 사랑을 창조한 후에는『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고 말한다.
성서에 비추어볼 때 죄가 있기 전 인간의 상태는 창세기가 우리에게 제시하는「낙원」이라는 말로 표현된 원초적 안전함의 상태로 나타난다. 이완전함의 원천이 무엇이었는가 묻는 다면 그 대답은 무엇보다도 성화은총을 수단으로 하느님과의 친교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학적인 용어로「초성적」이라고 불리 우는 다른「선물들」한에 있다는 것이다.
이 선물들은 죄를 통해 상실됐다. 그러한 하느님의 선물들 덕분에 자기존재의 원리와 친교를 맺고 조화를 이루었던 인간은 자기 안에 내적평형을 지니고 있었다.
인간존재의 행복은 하느님과의 친교에서 비롯했으며 그 덕분에 누렸던 죄 이전의 원초적 외로움의 상태를 가르쳐준 동일한 계시가 인간을 위해 남겨둔 기초적 시험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말해준다. 그리고 그 시험에서 인간이 실패했다는 것도 말해준다. 그러나 계시는『구원의 진리』라는 맥락 안에 이 슬픈 실패의 소식을 포함시키고 있어서 우리는 신뢰를 가지고 우리의 자비로우신 창조주 주님을 바라볼 수 있다.
원죄가 끼치는 변화
4. 계시에 의하면 원초의 범죄사건은 구체적 사건에서 나온 것이며 인류역사 시초에 일어난 하나의 사실이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그 사건은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에 기본적이고 결정적인 의미를 주었고, 인간자신의 내적「상황」과 사람들 관의 상호관계 및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인간은 원초적 정의의 상태에서 죄의 상태로 떨어진다.
그 순간부터 인류의 온 역사는 이 상태에 의해 짓눌리게 된다.
최초의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 뿐 아니라 그의 모든 후손들을 위해서도 받은 성화은총을 죄를 통해 몰수당했다.
인간의 죄는 인간의 마음(과 양심) 안에 그 일차적 기원을 갖고 있지 않다. 그것은 이미 볼 수 없는 존재들의 세계에서 일어난 죄를 어떤 의미로 반영하는 것이고 그 결과인 것이다. 그 유혹자, 「늙은 뱀」은 볼 수 없는 세계에 속한다. 유혹자에게 굴복함으로써 인간은 개인적인 죄(본죄)를 범하게 되고 인간본성 속에 원죄의 상태를 가져온다. 성 바오로에 의하면 인간의 첫 죄는 특히 하느님께 대한 불순종에 있다. 그 죄는 어떤 의미로 인간이 범할 수 있는 모든 죄의 원초적「모델」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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