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하지않은 처녀의 몸으로 15년의 세월을 불우한 처지의 청소년들과 함께하며「소리없는 사랑」을 실천해온 신앙인이었다.
어렵고 절망스러울때는 자기몸이 썩어져야한다는 성경의「밀씨」귀절을 생각하며, 아이들과 한가정을 이루어왔다는 김은자(사비나ㆍ40ㆍ서울정릉본당)씨.
김은자씨는 지난 73년 25세의 젊디젊은시절부터 주변의 어려운 청소년들을 거두기 시작, 그동안 12명의 청소년들과 가정을 이루었고,그들중 5명은 장성한후 결혼, 당당한 사회인으로 독립적인 자기몫의 삶을 살아갈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왔다.
차라리 맑다고 표현할 정도의 단아한 얼굴에 소박한 웃음을 함박담는 김은자씨는 『특별한 목표나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마음으로 이일을시작한 것은 결코아니었다.』면서『아무것도 가진것없는 가난한 생활이었지만「하느님의 빽」하나만을 믿고 무작정 뛰어들었다』고 25살 시절을 회고했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고아원」을 해보고 싶은 꿈을 동경해온 김은자씨는 15년전 한 친구의 소개로 어려운 처지에 있던 크리스티나(당시18세)라는 소녀를 소개받으면서 이일에 첫 발을 디뎠다. 크리스티나에 이어 다음에는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아순타라는 소녀가 찾아 왔고 식구들이 하나 둘 늘어감에 따라 고아원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은「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고싶다」는 좀더 큰 크리스찬의 마음으로 어느새 바뀌고 있었다.
그사이 평소에 그려왔던 수도성소의 문을 확인하기 위해 들렀던 소록도 나환자촌은 김은자씨 표현대로『수도자나 결혼생활로 고정되지않고 맹목적인 삶도 아니면서 무엇인가 나만의 성소를 오롯이펴나갈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삶에 눈뜨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아순타에 이어 아가다, 율리아, 지금의 스텔라… 주로 10대후반으로 부모가 없거나 육체적인 장애등 세상살이의 어려움 때문에 이곳에 온 소녀들은 평균 7~8년의 세월을 함께 살며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가정을 이룩해왔다.
하느님의 안배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세월이었지만 그간에 알게모르게 고통을 겪었던 것도 사실.
김은자씨 는『지난 79년 전국적으로 경기침체를 겪을 무렵 10식구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쌀이 똑 떨어져버리자 아이들이 텅빈 쌀통을 들여다보며 「쌀눈떴다」라고외치던 것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10년전 부모님집에서 완전분가한 이래 도림동 신립동 잠실 그리고 현재의 정릉으로 이어지는「셋방살이의 역사」가 그 경제적 곤궁을 보여주고있다.
그러나 생활의 기쁨도 끊이지않아 7살 아래 친누이 같이 지내던 첫동생 크리스티나는 8년전 김은자씨의 남동생과 결혼,평생가족으로연을 이었고 금년 5월에도 율리아가 결혼을 했다.
크리스티나씨는 오전중에는 꼭 김은자씨가 살고있는 정릉집에 들러 이 집의 유일한 수입 재원이 되는 「영세꽃」만들기를 돕고 있는데 남편에게서「자신보다 누님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김은자씨와 친자매이상의 정을 나누고있다.
한가족의 가장인관계로 김은자씨에게는 크로 작은 걱정이 떠나지 않은데 요즘은 3년간 고맙게 살았던 이방을 주인집 사정에 따라 늦어도 내년초까지는 내주어야 한다는 것과 견고하게 만드는데도 자신의 소극적 성격탓인지 한송이에 1백원씩하는 영세꽃이 생각만큼 잘나가지 않는 것.
워낙 빠듯한 살림이라 저금 같은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살아왔던대로 그분이 앞으로도 잘 이끌어 주실것으로 믿는다는김은자씨는『30대후반부터는 그런 어려움들을 나혼자 떠맡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나눈다는 마음으로 생활을 해결해왔다』면서 『우리식구들은 살면서 서로 안하려고 미루지않고 자유롭게 스스로 한다』고 집분위기를 전했다.
아무래도 사람을 맡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맺는 김은자씨는 현재 서울정릉 국민대학교 후문근처에 지하방을 세얻어 조카 경운(중3)스텔라(고1) 아직 미혼인 오랜식구 아순타(30)씨와 같이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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