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2월 17일
소위 조선말 신문이 발행된다. 渶城新報라는 이 신문에는 태반이 일본말이다. 골자는 일본말로 되어 있고 조선말은 철자법도 스타일도 없이 그저 다량의 문자(文字)만 늘어 놓았다. 르 장드르ㆍ뒤테르트르 신부로부터 우편물. 동학도들이 두 선교사의 충고와 지원을 받은 주민들 및 관장들에 의해 격퇴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 천주교에 아주 좋은 영향을 미치는 썩 잘된 일이다.
2월 20일
영하 16도 오후 5시에는 영하 18도 심한 폭풍이 불다. 마침내 동학도의 우두머리 전녹두(全綠豆)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포로의 몸으로 서울에 당도하였는데 그들 모두가 사형에 처해질 것 같다는 소문이다.
3월 22일
요즈음 일본들이 청국에서 대단한 패배를 당했으며 7천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얘기로 아마도 사실이 아닐 것이다. 리홍장(理鴻章)이 강화조약을 맺으러 시모노세키(下關)에 도착했다.
3월 26일
겨울동안 여행한 상자들이 제물포에서 도착. 상하이(上海)에서 로베르 신부가 보낸 삼왕내조(三王來朝) 케이크가 아직도 아주 맛이 좋다. 크리인씨 집에서 리홍장이 시모노세키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다. 한 일본인이 그에게 리벌버 권총을 발사함으로써 그의 왼쪽 뺨에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청국인들의 소송에 보다 유리하게 대처할 구실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4월 7일
성지주일. 수녀원에서는 3~4명의 청원자 수녀들이 앓고 있는데 그 증상이 장티푸스 아니면 뇌염같다.
어제 아침에는 파스키에 신부가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류마티즘은 여전하다.
4월 9일
어제 저녁, 일본 공사관원 쿠사카베씨가 토오쿄의 한 중요 신문의 특파원 한 사람과 조선에 절을 세우로 온 주지 스님 한명을 데리고 방문. 그는 왕을 알현까지 했다는 소문이다. 그는 그에게 주어지는 사소한 일에는 물론 자신이 필요로하는 일, 조선에서의 천주교의 창립, 박해, 이룩된 발전ㆍ현재 상황, 선교사들 및 교우들의 수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4월 19일
파스키에 신부는 여전히 누워있다. 오늘 아침, 일본과 청국사이에 강화조약이 체결되었음을 알리는 호외가 날아들다. 조약은 4월 17일 시모노세키에서 조인되었으면, 3주후에 체푸에서 비준될 예정이다.
4월 20일
오늘 아침 신문에 李竣鎔의 체포 이유가 실리다. 작년 10월 그에 의하여, 아니 오히려 그의 할아버지 대원군에 의해서 일본인들은 물론 왕에게까지 반역을 꾀하는 음모가 꾸며졌다고. 물론 동학도들과 손을 잡았으며, 동학도들에게 수원에 집결하라는 명령이 극비밀리에 내려졌다. 그 당시 소위 그들을 위해 싸울 사람으로 李竣鎔이 파견되기로 되어있었다. 그는 그들과 동맹을 맺고 나서 그들을 일본인들을 향해 진격시킬 셈이었다. 그동안 서울의 동맹원들은 서울에 불을 놓고 온갖 종류의 혼란을 야기시켰다. 왕을 보호한다는 구실아래 대궐을 포위하였으며 왕이 피신하지 못하게 하면서 왕에게 사퇴서를 내고 李竣鎔에게 왕위를 양보하라고 강요하였다. 이러한 음모가 실패로 돌아가게 만든 것은 무엇보다도 이노우에 공작의 부임과 당시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그의 단호함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실패를 만회하기위해 개혁의 주요 지지자이며 일본인들의 친구인 金學羽를 암살케 하였다. 처음에는 암살자가 발견되지 않았었고 한꺼번에 암살자가 붙잡히자 여러 차례의 거짓 폭로 끝에 마침내 사실과 위의 음모일체가 드러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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