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에 관계된 연극을 두 가지의 유형으로 나눠본다면, 自祝적인 성격의 것과 가톨릭교나 교회내의 문제를 오직 劇예술의 시각으로만 다룬 것으로 양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후자의 연극이 몇 편 공연되고 있다. 극단 바탕 끝의 「매스 어필(Mass Appeal)」과 광대의 「神의 딸」이 그것이다. 두 작품은 「성직자의 타성과 체제」 그리고, 「인간의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와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서 깊이 파헤쳐보려 하고 또한 그런 연극들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까닭은 현 우리 사회에 가득찬 모순점들에 대한 강박 관념과 그동안 쌓인 분노의 카타르시스적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매스 어필」은 미국 어느 도시본당의 신부와 신학생이 엮어가는 이야기다. 신자들을 다루는 수완과 처세가 능란한 중년의 신부. 세상 살줄은 모르나 순박한 정열에 불타는 젊은 신학생. 두 사람은 사사건건 대립한다. 그러나 그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공통의 흠모하는 인물은 성 프란치스코이다.
성직자라기보다는 동네 유지가 돼버린 신부, 그의 사목생활 또한 처세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신부직이란 벤쓰 자가용을 굴리고 휴일이면 골프장에 나가고…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다. 큰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의 말(대사)처럼 『이 직업은 적어도 5백년은 끄떡도 않을 것이다』그에게 끊임없이 도전을 하는 이가 신학생이다.
신학생과 신부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과거이며 또한 미래이다. 상대방에게서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놓치기 아까운 훌륭한 직업이든, 성직이든, 신부가 속물화 되지 않기 위해선 자신의 영성 생활과 더불어 젊은 신학생으로부터와 같은 도전을 끊임없이 받아야 할 것이다.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 신부는 통회하고 결심한다.
진정한 목자로서의 가난과 겸손함을 되찾기를. 그리고 그는 깨닫는다. 교회를, 세상을 일궈 나가야하는 일은 모자라는 사람들끼리 즉, 서로 상대방은 안 가진 것을 가진 두 사람이 어울려서 하는 것이라는 것을.
「神의 딸」은 「인간의 구원이란 어떠한 것인가」「이웃에게 궁극적으로 베풀어야할 것은 무엇인가」를 다루고 있다.
극의 주인공 마리아 수녀는 불우한 이웃에게 교회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함을 보고는 수녀원을 나와 극빈자들과 함께 생활한다. 그 생활 중에서 임신을 하게 되고. 굶주린 그들을 위해 도둑질을 계속하다가 체포된다. 심문 과정에서 그녀는 정신이상 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아 다시 수녀원에 보호된다. 그녀의 가슴 속에 응어리진 사회를 위한 교회의 역할에 대한 의문은 수녀원장과 주교와의 면담에서도 풀어지지 않는다.
오직 교회의 경직성과 권위에 대한 환멸만 재확인하고 몸부림칠 뿐이다. 그러다가 그녀 스스로 깨닫는다. 굶주린 이웃이 필요로하는 것은 빵만이 아니라 영혼의 구원이라는 것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굶주린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높은 권좌에, 돈더미 속에 파묻혀 남에게 해만 끼치고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가톨릭 신앙인이, 교회가 굶주린 이들에게 빵만을 나누어주는 것이라면, 부유한 사람들에겐 줄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 신앙인으로 선서 특히, 수도자로서의 넓은 의미의 현실참여에도 어디까지나 신앙이 그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신앙이 튼튼히 받쳐주지 못할 때는 -「역경에 처한 네 이웃을 위하는 것이 바로 나 그리스도를 위하는 것이다」- 에서 출발한 선행도 어느 시점에 이르러선 종교인으로서의 본질은 소멸되고 사회 사업가나 혁명투사 같은 것으로 변질돼버리고 말 것이다.
결국, 현실참여라는 것도 영성의 한 방법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가톨릭에서 신앙의 신비와 예수님이 살아계심과 또한 그 분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역사하고 계심에 대한 믿음을 제거하고 나면, 엉뚱하게 맑시즘 비슷한 것으로 흘러 가버리지 않을까?
사후에 있을 낙원을 지금 지상으로 불러 올 수 없는 것처럼, 지옥 또한 불러 올 수 없는 일이다. 옳은 것, 그른 것, 선인과 악인의 판결을 지금 당장해치워 버려야만 한다고 덤빈다면 유물론자와 뭐가 다른가? 하느님이 내리실 벌을 인간인 제가 대신 내리겠다고 길길이 날뛰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느님이 하실 일과 인간이 해야할 일을 구별해야 하지 않을까?
위와 같은 내용을 「神의 딸」은 함축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작가의 메시지가 劇的妙味 속에 용해되지 못하고 無味한 상태로 겉돌고 있다.
마리아수녀 역을 맡은 배우의 온 몸을 다 내던지듯이 무대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몸부림치는 열연은 그녀의 불륨이 큰 체구와 좁은 공연장의 조건을 참작하여 정화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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