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을 15척 벽돌담 철창속의 재소자들을 보살펴온 손옥경(가타리나ㆍ대구 대현본당ㆍ46세)씨. 수많은 제소자를 비롯 사형수만도 11명이나 영세시킨 그녀는「사형수들의 代母」라 불린다.
손씨가 처음 교도소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 71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반신불수가 되어 병상에 누워 사경을 해매고 있을 때였다. 당시 그녀를 휘감고 도는 것은 지옥같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외로움이었다. 한가지 위로가 있었다면 가끔 찾아오는 친구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뿐.
그러던 어느 날 자기보다 더 큰 육체적 고통으로 투병생활을 하던 한 할머니가 놓고 간 사과 3개를 바라보며 손씨는 혼자 생각에 잠겼다. 「그래 바로 이거다.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사과 3개조차 나의 이 고통과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지 않는가…하루빨리 병상에서 일어나 나와 같이 고통 속에 신음하는 이웃에게도 이 기쁨을 전해주어야지」.
3개월간의 투병생활을 청산하고 본당수녀를 찾았을 때, 수녀는 손씨를 대구교도소로 안내했다.
콘크리트 감방 속에 웅크리고 앉아 절망과 불신의 눈빛만 번쩍이는 사형수·무기수·병든 재소자들을 처음 본 순간 손씨는「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인간적인 관심과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그들에게 다가서려는 손씨는 이내 주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을 뿐 아니라 매사에 비관적이고 벼협조적이었읍니다. 그때마다 저는 더욱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더 자주 찾아가 그들에게 필요한 일용품을 영치시켜주며 진정한 친구가 되고자 노력했읍니다」.
73년 부활절, 손씨는 이문희 대주교(당시는 보좌주교)의 집전으로 자신이 인도한 재소자들을 영세시켰다. 영세식이 진행되는 동안「재소자들의 일용품을 조금이라도 더많이 마련해주기 위해 차비를 쓰지 않으려고 집에서 교도소까지 혼자 걸어 다니던 일, 이른 새벽까지 재소자들에게 편지 답장 하던 일…」등 지난 일을 떠올리며 손씨는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74년 6월20일, 손씨에게 한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자매님, 저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었읍니다.…이제 제가 가진것이라곤 두 눈밖에 없으니 육신의 어두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전해주십시오…」 아버지와 그 첩을 살해한 죄로 사형을 언도받은 하미카엘씨로부터 온 편지였다. 몇 달 후 그녀에게 또 한통의 편지가 왔다.
「…손여사님을 만나 하느님을 알게 되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평화를 얻었읍니다…제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전재산 5천원을 성탄절을 맞아 불우한 이웃에게 전해주십시오…박 아오스딩 올림」군데 군데군데 눈물로 잉크가 번진 그의 글을 읽을 무렵 그는 이미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뒤였다.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며 최후를 마친 그들이야말로 하느님만이 피울 수 있는 영혼의 꽃이 아니겠읍니까」.
현재 대구교도소 후원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손씨는 지난 11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11월 2일이면 자신의 안장시킨 11명의 사형수가 묻혀있는 범물동 공동묘지를 찾아 한 송이 꽃과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86년 6월 3일 대구교도소후원회 창설과 교도소내 성당 신축 및 성모상건립에 앞장선 공로로 서정길 대주교로부터 표창장을 받았으며, 10월 13일에는 교정행정과 교화사업에 기여한 공로로 법무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한 손씨는 지난연말에는 법무부주회「재소자 교화성공 수기」에서 최우수작으로 당선하기도했다.
손씨가 남몰래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업은 도시의 소음과 찌들린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잠시 동안이나마 영혼의 휴식을 취하도록 지난 79년에 마련한 팔공산 언저리의「가톨릭 묵상의 집」이다. 가끔 이웃 마을사람들의 공소로도 이용되고 있는 이곳을 묵고 간 이들은 지난 한해 동안만 해도 2천여명에 이르며 손씨 자신도 한 달에 한 두번 이곳에 들어 기도와 묵상을 하며 성시간 예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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