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육신 생명의 존엄성에 관한 그리스도교 윤리
가.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
육신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윤리는 항상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계시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라 함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사고능력이라든가 혹은 잠재가능성의 보유능력을 하느님에 빗대어 일컫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게 선사된「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하느님은 당신에게 상응하고 응답하는 존재를 원하셔서 인간을 창조하신 것이므로 인간은 필연적으로 하느님께 상응하도록 창조되었음이 분명하다. 바로 여기에 인간생명의 품위(dignity)가 있는 것이다.
요한 23세는 그의 회칙「어머니와 교사」(Materet Magistra)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인간 생명은 신성한 것이다. 거기에는 처음부터 하느님의 창조 행위가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하느님의 법을 위반하면 하느님의 권능이 손상되고, 개인들 자체와 인간성이 몰락하며, 또한 그들로 구성된 사회전체가 쇠약해진다」
더우기 하느님은 인간의 생명은 선물로 주신데다가 덧붙여서 자연을 지배하라는 선물까지 주셨다.
그러나 하느님께선 자연을 지배하라고 하셨을 때, 이는 분명히 파괴적인 목적이나 이기적인 독점이 아니라, 오히려「모든 생명에의 봉사」를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의 전통은, 인간 생명은 모든 성장과정에서와 꼭 같이 출발에서 부터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한다고 언제나 주장해 왔다. 또한 초대 교회 때부터 희랍, 로마세계의 윤리관에 맞서 그들의 윤리와 크리스찬 윤리간의 차이점을 강조해왔다.
즉, 출생을 막는 일은 살인과 다름없는 행위이며, 출생 전이거나 후이거나 간에 생명을 파괴하는 일은 살인이라는 점에 있어서 별 차이가 없음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생명의 성성(聖性), 즉 하느님의 모상성을 왜곡하는 풍조와 행위이다. 이것은 창조주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느님 모상의 원형(Prototype)이신 예수 그리스도(2고린4, 4이하: 골로 1, 12~16: 히브1, 3)의 육화신비(肉化神秘)에 이르러야 한다. 즉 하느님의 모상성은 예수의 일생과 십자가의 죽음, 그리고 부활로 이어지는 구원행위로써 결정적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인간이 원초적으로 지니게 된 하느님과의 관계는, 인간이 그리스도와 의형제를 맺게 하였고 그리하여 그 이상 가까울 수 없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였다. 이러한 사실이야말로 인간 품위의 극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누구나 다 남녀노소, 인종,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하느님의 철저한 사랑에 감싸여 있다는 사실과, 인간 서로 간에는 어떠한 지배관계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그리고 아무리 나약한 생명이라도 당연히 지니고 있는 그의 불가침적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인간에게 대한 존경」을 강조하면서, 「각 사람은 이웃을 한 사람도 예외없이 「또 하나의 자신」이 라고 생각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이웃의 생활과 그 생활을 인간답게 영위하기에 필요한 수단을 고려해야할 것」 (사목27)이라고했다.
또한「온갖 종류의 살인, 집단학살, 낙태, 안락사, 고의적인 자살과 같이 생명자체를 거역하는 모든 행위와, 지체의 상해, 육체와 정신의 고문, 심리적 탄압과 인간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모든 해위와 인간이하의 생활조건, 불법감금, 유형, 노예화, 매춘, 부녀자와 연소자의 인신매매, 또는 노동자들이 자유와 책임을 가진 인간으로 취급되지 못하고 단순한 수익의 도구로 취급되는 노동의 악조건과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모든 행위 등, 또 이와 비슷한 다른 모든 행위는 실로 파렴치한 노릇이다」 (상동)
나. 인간의 기본권
인간생명이 존엄하다는 사실은 비단 크리스찬만의 진리는 아니다. 인간 이성은 그의 본성에 의해 생명존엄을 요구한다. 더우기,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태어나고 살고 성장함으로써 자기 보존 뿐만 아니라 사물들을 소유할 권리를 누린다.
인간은 여타의 귀한 것들도 갖고 있고, 그 중에서 더 귀중한 것도 갖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생명의 권리이다. 그러므로 생명은 다른 모든 것보다도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이 권리는 사회집단의 지도자가 부여해주는 것도 아니며, 사회집단의 구성원의 결의에 의해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이 권리는 개인에게 고유하고 독자적으로 부여되는 천부적인 권리인 것이다. 따라서「생명의 여러 단계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다른 차별과 마찬가지로 결코 정당화 시킬 수 없다. 생명의 권리는 몹시 허약한 노인도 완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며, 불치병 환자도 생명권을 박탈당할 수 없다. 이 생명의 권리는 방금 태어난 유아에게도 성인 못지않게 꼭 같이 존중되어야한다. 실제로 인간생명의 존중은 잉태되는 첫 순간부터 요구되는 것이다.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여 수정되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이 시작된다. 그것은 그 자신의 성장을 가지는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인 것이다. 만일 그것이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면 결코 그것이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교황청 신앙 교리성, 「인공유산 반대 선언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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