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6월 8일
8시반에 3명의 차부제 서품식. 조선에서는 아직 어느누구도 차부제로 서품된적이 없는만큼 강노렌조, 강말구, 정아오스딩은 조선 최초의 차부제들일 것이다. 미사는 독송(讀誦) 미사로, 서품식때에는 성가를 부르다. 도문(禱文)을 반복해서 하기까지 하다.
6월 9일
삼위일체 첨례. 많은 사람들이 성체강복에 참석. 아마도 상당수의 외교인 아녀자들이 다소 호기심에 이끌려 성체상복에 왔던것 같다.
6월 17일
쇠시리용 벽돌이 부족해 우리 벽돌공들이 대성당공사를 중단하고있다. 집의 빗물을 멀리 흘려보내는데에 쓰일 배수관 두개를 다시 만드느라 쇠시리용 벽돌들을 써버린 까닭이다.
6월 19일
브레 신부의 편지를 통해 파이아스 신부가 일본인들에게 구타를 당했으며 그의 상태가 불안을 자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다. 언제 어디서 그런일을 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
6월 21일
어제 날짜 관보(官報)에 행정구역이 23개 군(郡)으로 재편성된다는 소식이 실리다.
8개도(道)는 폐지되었다.
6월 27일
용산에서 구술시험. 9시에 용산으로 가다. 종부성사를 주러 광주에 간 샤르즈뵈프 신부도 11시경에 용산으로 와 우리와 다시 만나다. 시험결과는 매우 만족스럽다. 특히 신학반 학생들의 대답은 대단히 흡족하다.
6월 30일
방금 근위총독에 임명된 홍장군의 방문. 그렇듯 겁많고 소심한 그에게는 별로 어울리지않는 직책이다.
7월 4일
오늘 아침, 제물포에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였음을 알리는 마라발 신부의 편지를 받다. 그는 벌써 10명에게 종부성사를 주었으며 8명의 환자는 죽었다고 한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충청도에서 피난온 교우들 가운데서 나왔다고.
7월 7일
오늘 아침 커다란 소요가 일어나다. 내부대신 박영효가 왕을 거역하는 음모를 꾸몄다하여 고발되었다. 그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모든 대문에는 벽보가 나붙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왕의 어머니는 이곳으로 소식을 물으러 사람을 보냈다. 그리고 그녀 자신은 대궐로 가서 그 새로운 위험을 모면한 아들을 축하해 주었다.
7월 13일
상황은 여전히 마찬가지. 다시 말해서 막연하다. 러시아인들은 프랑스의 함대가 그들의 요구에 정신적인 맹관계에서만 지원을 해 줄뿐 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는것 같다. 그들은 효과적인 무력개입을 원했던 모양이나 프랑스는 그렇게까지 할 마음이 없었다.
7월 21일
선왕(先王) 철종의 형의 아들이 극비리에 찾아왔었다. 민씨일가들이 세력을 쥐고 있는동안 그는 정사와는 동떨어져 있었으며 그때부터 관직에 있지는 않았지만 거의 매일 대궐에 들어가 왕을 배알하였다. 45세의 그는 수려한 용모에 솔직한 성품의 인물이지만 내가 정치적인 모든 비밀을 알고 있으며 또 일본인들의 손에서 조선을 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7월 22일
여전히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다. 어젠가 오늘 아침에 나이가 꽤 든 어느 예비교우가 세례를 받을 만한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처럼 아직 영세를 하지 않은 예비자인 그의 아내가 오늘 아침에 와서 그를 위한 미사를 청한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외교인인 그의 자녀들이 무당을 불렀었으나 무당은 평소하던대로 굿을 해내지 못하고 자신의 패배를 선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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