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합덕은 한국 최초의 사제성 김대건 신부가 탄생한 곳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먼저 우리의 뇌리에 들어온다. 이와함께 유서 깊은 신앙의 고장으로 정확한 숫자파악은 어려우나 성직자 30여명과 수도자 2백여명을 배출시킨 한국 유수의 성소의 온상으로 대전교구의 자랑으로 꼽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60년 신합덕본당이 분리되면서 구합덕본당으로 변경된 합덕본당은 3년 후인 1990년 본당 설립 1백주년을 맞게 된다. 지금은 산업화의 물결 속에 점점 퇴색해가는 느낌이지만 98% 신자마을로 아직도 꾸준히 성소자를 배출시키며 전통있는 본당으로서의 명백을 이어가고 있다.
합덕을 성소의 못자리로 꼽을 수 있는 이유 중에는 오랜 신앙의 역사와 함께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라는 점을 들 수 있다. 구합덕 성당에서 4㎞떨어진 솔뫼에서 탄생한 성 김대건 신부는 비록 짧은 사제 생활을 했지만 그 짧았던 삶이 오히려 성소에의 싹을 틔우도록 안배한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였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내포지역 전교의 근거지인 합덕은 또 갈매못에서 순교한 다블뷔 안주교, 매트로 오신부, 위앵 민신부, 황석두, 손자선 등 5위 성인이 병인박해시 피신, 활동하다 체포된 곳. 좀 더 정확한 장소는 합덕 성당에서 남서쪽으로 6㎞떨어진 신리공소가 바로 그 곳. 일찍 복음의 씨앗이 뿌려져 자연스럽게 신앙이 이러져 갔기 때문에 신자들 의식 속에는 『집안에 성직자 한명 탄생하는 것을 그 무엇보다 큰 영광』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같은 분위기가 성소에의 밑거름이 된 것은 당연한 일.
또한 성직자ㆍ수도자들의 모범적인 삶과 선ㆍ후배 신학생 신부들간의 지속적인 유대관계로 중도 탈탁자가 비교적 적었다는 점도 성소 확산에의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은 관할이 합덕지역 일부지만 1890년 본당 설립 때만 해도 경남지역ㆍ서해안 일대를 관할한 합덕본당은 원래 양촌에 설립, 남레오 신부가 초대주임으로 부임했다. 1899년 교통이 좋은 현재의 합덕으로 옮겼고 1906년 3대경 헨리꼬 신부는 뒤떨어진 지역 사회 개발책으로 4년제 사립학교인「매괴학교」를 설립, 문맹 퇴치 및 신학문을 가르치기도 했다.
경신부는 또 평야지대인 이 고장에 수십만평의 토지를 교회용으로 구입, 양로원을 비롯 신학교 식량으로 조달했는데 이때부터 이곳 신자ㆍ미신자들 사이에는「신학교」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고.
특히 7대 백문필(필립보) 신부와 8대 박노열 신부의 모범적, 헌신적인 삶이 성소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21년부터 50년까지 29년간 주임신부로 있다가 순교한 백 신부는 1929년 현재의 붉은 벽돌집 성당을 건립했고 해방 후 불우 어린이들을 위해 육아원도 창설했다.
해소로 고생하면서도 철저했던 성무집행ㆍ손수 만든 고약과 안약으로 매일 식사 중 5~6명씩 치료, 맹물과 빵만으로 식사, 다 바래고 해진 수단을 입는 등 청빈을 실천한 백신부는 예산ㆍ서산ㆍ당진 본당 등을 분리시키고 솔뫼성지도 확보했다. 그리고 6ㆍ25때 당시 보좌이던 박노열 신부를 피신시키고 자신은 체포 돼 순교했다.
지금도「내 양을 위하여 내 생명을 바치노라」라는 백신부의 유언을 되새기며 본당 신자들은 57년 성당에 기념비를 세웠다. 또 성당 서편 잔디밭에는 백신부를 비롯 합덕지역에서 전교하다 사망한 김대건 신부의 은사 이 매스뜨르 신부, 홍요한 신부, 심재덕 신부 등 4명 성직자의 묘가 위치해있으나 아는 이들이 별로 없다.
50년부터 61년까지 11년간 재직한 8대 박노열 신부 때 특히 성소자를 많이 배출시켰는데 이때 서품된 사제 10명은 80년 박신부 선종 후 「바오로 성소 계발 장학회」를 발족, 현재 1천만원의 기금을 적립하면서 아버지 신부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합덕출신 김동억 신부(당진본당 주임)는『6ㆍ25동란 중 피신을 권하는 신자들에게 「내가 신자를 버리고 어디로 가느냐, 주께서 주신 치명의 기회를 왜 놓치느냐」하시던 백신부와 세속의 약삭빠름, 똑똑함도 없었으나 「성인 신부」로 추앙받던 박 신부의 성덕은 사제생활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자란 본당 신협 이사장 김종화(요셉ㆍ64)씨는 『방학 때면 부제ㆍ학사들이 내려와 꼬마인 우리들과 어울려 성당에서 놀던 일이 눈에 선하다.』
며 모든 생활이 성당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전한다.
현재 구합덕본당 17대 주임인 윤종학 신부는 『어느 농촌이나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가정에는 노인들뿐이고 신자들이 줄고 있지만 현재 신학생이 4명이나 있다』며 신앙의 든든한 뿌리가 이어져가고 있음을 밝히면서 『성소의 온상으로 자라온 이곳 성당이 지금은 낡아 벽돌이 부서져가고 있으나 보수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런데 구합덕본당은 오랜 역사만큼 풍부한 자료가 없어 그동안 배출한 성직ㆍ수도자 숫자조차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어림잡고 있는 형편. 구합덕본당 출신으로 현재 대전교구에서만 사목중인 파악된 사제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영환 김동억 심종국 윤주병 김기룡 안문기 김산호 김진화 윤인식 윤인용 이세진 박상옥 윤세병 이은진 이상호 이재영 윤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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