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의 일반적 개념
미국 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태어나는 어린아이 중에서 약 1%가 인공수정에 의한 것인데도 인공수정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은 미국인의 고작 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아, 이 방법으로 생을 얻은 사람들조차 자기 자신의 출생비밀을 모르고 있을 뿐더러 우리들 대다수처럼 인공수정 그 자체에 관해서 지식 또한 갖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수정(Artificial insemination)이란 무엇인가?
인공수정이란, 자연적인 성교가 아니라 특수한 도구의 사용을 통해 여성의 자궁 속에 남성의 정자를 주입시키는, 그야말로 인위적인 수정방법을 말한다. 이 기술은 대별해서, 남편의 정자에 의한 인공수정(Artificial insemination)과 남편 아닌 다른 정자 제공자의 정자에 의한 인공수정(Artificial insemination by donor-aid)등 두가지로 나뉜다. 그런데 이 인공수정의 목적은, 남편이나 아내의 생식기관의 어떤 이상으로 인하여 정상적 성관계로는 자녀출산이 불가능한 경우에, 화학적ㆍ기구적 수단으로 정자와 난자를 결합시킴으로써 수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남편의 정자의 양과 질은 정상적이나 남편이 성 불능자일 때, 혹은 아내의 난관협착으로 정자가 자궁까지 도착하기가 어려울 때, 이들 부부는 AIH(Artificial insemination by husbands)에 의존하게 된다.
한편, AID(Artificial insemination by donor)는 남편이 아예 무정자증이거나 혹은 자손에 전해질지도 모를 유전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이용된다. 실시방법은 AIH나 AID가 같다. 즉, 배란시기를 목표로 하여, 주로 용수법(수음: masturbation)으로 채취한 정액을 2시간이내에 자궁공안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AIH와 AID의 이용은 비단 이러한 경우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AID의 경우는 「보다 우수한 인간」을 만들어내도록 인간의 생식을 유도하려는 사람들에게 유력한 비약수단을 제공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인공수정 방법의 확립과 최근의 정자 냉동 은행의 출현은 Platon시대에서부터 줄곧 우생학(eugenics)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깊고 폭넓은 지성, 타인에게 성실하고 따뜻한 마음, 예리한 감상력, 표현과 창조성이 풍부한 능력 등 여러 면에서 우수한 사람들의 정자를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정자선택 계획이 그것이다.
인공수정에 관한 교회의 입장
인공수정의 윤리성문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인공수정에 관한 교회의 입장은 주로 교황 비오 12세의 가르침에 근거하고 있는데, AIH이든 AID이든 간에 인공수정은 자연법을 거스르는 것으로서 모두 단죄되고 있다. 교회가 단죄하고 있는 가장 분명한 이유는 인공수정은 성교(sexual intercourse)에 의해 남편의 정액이 아내의 자궁안에 주입되는 것이 아니므로 여기에는 성교에 의해 정액이 자궁 속에 주입되는 정상적 혼인행위(marriage act)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다시 말해서 혼인행위의 본질적인 모습은 부부간의 성교에 의해 남편의 정액이 아내의 자궁 속에 주입되는 것인데. 성교가 이루어지지 않는 인공수정은 엄연히 혼인행위의 본질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는 인공수정의 두가지 형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논거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배우자간의 인공수정(AIH)
많은 사람들이 AIH의 비논리성은 쉽게 수긍하지만. AIH의 비윤리성은 잘 깨닫지 못한다. 이는 혼인행위가 생리적, 심리적, 정신적 측면으로 보아, 근본적으로 인간적 행위임을 간과하는 결과이다. 혼인행위는 자녀출산, 사랑의 촉진, 그리고 성적인 욕구의 충족 등이 세가지 목적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부여해주신 「방법」으로 부부가 주고 받는 「상호교환(inter-exchange) 」이다. 이러한 세가지 목적 중에서 어느 한가지라도 분리해내려 한다면, 그것은 인간성의 본질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가「성교할 수 있는 권리」는 비단 자녀를 낳기 위한 권리만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부부의 자연스런(natural)혼인행위에 의해 자녀가 출생하는 것임을 먼저 알아야 한다.
어떠한 이유로 인해 남편이 정산적인 성교를 할 수 없다고 해서 자녀를 어떤 수단(예컨대, 자위행위(masturbation)는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이 공통의견이다)으로 얻으려 한다면, 그것은 혼인행위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며 동시에 자연의 질서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교황 비오 12세는 자위행위의 부도덕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표명하였다.『자위행위에 의한 사정은 비록 의학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배척되어야 한다. 정액은 오로지 성교에만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부부행위 외에서의 사정행위는 성기능의 직접적이며 불법적인 납용이다. 인간은 자연에 의하여 부여된 목적을 위해서만 성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따름이며, 다만 합법적으로 체결된 결혼 생활내에서만 사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비오 12세는 자신들의 아기를 가지려고 하는 그 자체로서는 극히 합법적인, 부부의 간절한 소망도 인공수정의 이용을 합법화시키지는 못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분명히 결론지었다.
『창조주의 뜻과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새 생명의 전달 행위만이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으며 자기의 목적을 완벽하게 관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행위는 육체적이며 정신적인 성격에 부합하고 부부의 존엄성에 이바지하며 또한 어린이의 순조롭고 행복한 성장을 보장한다』
非배우자간의 인공수정(AID)
교회는 다음의 세가지 주요 근거로써 AID를 강력히 배척한다.
첫째, 부부가 혼인계약 안에서 성교할 수 있는 권리는 그 두 사람만의 영구적이고 독점적인 권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교의 권리는 오직 자녀를 낳아야하는 권리에 있지 않고, 오히려 자녀를 출산하게 되는 자연적 행위에 있다. 이 권리는 제3자에게 양도될 수 없는 것이므로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제3자에 의한 자녀출산은 간음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AID는 혼인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둘째, 인간의 성기능은 해부학적으로보나 생리학적으로 보나 분명히 성교를 위한 것이다.
자녀의 출생이 성교행위에 의한 것임은 자연의법에 의해서 규정된 사실이다. 그러므로 성교가 아닌 어떤 수단방법에 의해 목적을 성취하려는 것은 자연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며. 따라서 자연법을 거스르는 것이다. 셋째, 이론상으로는 정액이 윤리적으로 완벽한 방법으로 채취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것은 거의 「자위행위」에 의해 채취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그것이 비록 선한 목적에서일지라도 막중한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액채취를 위해 자위행위와 같은 비자연적 행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이와같은 세가지 주요 난점들 외에도 AID는 실행상 많은 불합리성과 부조리를 지닌다. 우선 수태를 위해 남편 아닌 다른 남성의 정액을 사용할 것을 수락한다는 것은 두 부부간에 맺어진 혼인계약의 신성 불가침적인 관계를 침범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들어있는 AID의 실행은 분명 자녀와 나머지 가족을 기만하는 것이며, 심지어 AID에 의해 출생한 아기를 법률상 그들의 적출자로 등록함으로써 법적문제까지도 혼란시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AID에 의해 출생한 자녀에게 그러한 비밀을 끝까지 유지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며, 만일 그 자녀가 자신의 수태방법을 우연히 발견하게 될 때 그에게 미치는 심리적 충격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더욱이, 부부 서로가 아무리 AID를 자발적으로 선택했을지라도 그들에게 도는 심리적 결과가 반드시 평탄하리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상속문제를 둘러싸고 법적인 난점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와같이 AID는 윤리적으로도 부도덕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이러한 많은 난점들과 부정적 요소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교황 비오 12세는 두차례의 국제회의에서 담화문을 발표하였는데, 우선 1949년 9월 29일 제4차 국제 가톨릭의사회의 참석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천명하였다.『결혼생활 밖에서 시행되는 인공수정은 단호히 부도덕적인 행위로서 배척할 뿐이다. 자연법과 신적인 실증법에 의하여 새 생명의 출산은 결혼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오직 결혼 생활만이 부부의 존엄성(이 경우에는 아내의 존엄성)과 개인의 선을 보존해주며 또한 어린이의 복지와 교육을 마련해준다. 따라서 결혼생활 밖에서의 인공 수정금지는 신자들간의 견해 차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방법으로 수태된 어린이는 그 자체로서(ipso facto) 상생아일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교황 비오 12세는 1956년 5월 19일 임신과 불임에 관한 국제회의 참석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표명하였다.『인공수정에 대해서는 극히 조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단호히 배척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함으로써 자연적 행위를 도모하는 수단과 자연대로 이루어진 행위가 자기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수단까지도 금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인공수정의 사용빈도가 점차로 높아져가고 있으며 또한 인공수정에 관한 그릇된 견해들이 전파되고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추가해서 말하고자 한다. 인공수정은 부부가 결혼계약에서 획득한 권리에 대한 월권 행위이다. 부부의 권리는 부부행위의 자연적인 수행으로 성적기능을 완전히 행사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결혼계약은 인공수정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지 않는다. 인공수정에 대한 권리는 부부행위의 권리에 내포되지 않으며 그 권리에선 연역해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결혼의「첫째」목적인「어린 아이」를 얻을 권리에서 연역해낼 수는 없다. 결혼계약은 이러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결혼계약의 대상은 「어린아이」가 아니라 새 생명을 얻을 수 있고 이를 목적으로 하는 「자연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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