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그렁ㆍ댕그렁……』
이른 새벽 신선한 공기를 가르며 성당의 종소리가 온 마을에 은은하게 울려퍼진다.
성당 종탑에서 외로이 종을 치고있는 초라한 모습의 할아버지. 노인의 모습은 크고 화려한것들에 익숙해온 많은 사람들에게는 결코 감동적이지는 못할지 모르지만 주름진 얼굴은 밝게 빛난다.
종소리와 함께 새벽 미사에 참례하러 오는 이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하루를 종지기로 시작, 종지기로 끝내고 있는 「종지기 할아버지」. 경기도 안성 구포동본당 신현덕(68ㆍ히지노)씨는 지난 40년 간을 눈이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성당의 종과 함께 살아오면서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종소리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왔다.
하느님의 성전을 알리면서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는 성당의 종소리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에 히지노 할아버지의 종지기일이 더욱 돋보이는지도 모른다.
특히 이곳 구포동성당 종서리가 맑고 은은하고 특색이 있다해서 종소리를 녹음하러오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성지역에서「종지기」로 통하는 할아버지가 종과 인연을 맺은 것은 6ㆍ25가 터지기 직전인 1949년 3월.
독실한 가톨릭집안 외아들로 태어나 18세 때 만주로 건너가 용역일로 고생해온 히지노 할아버지는 해방 후 만주 천령본당 신요셉 신부를 따라 인천 소사본당을 거쳐 49년 이곳 구포동에 정착했다.
배운것도 없고 특별한 재주도 없었던 히지노 할아버지는 본당신부의 뒤치닥거리며 성당 잡무 그리고 성당 땅을 부치며 생계를 유지해 나갔다.
본당 일을 하면서 종지기일도 자연스럽게 연결돼 오늘에까지 이어오고 있는 히지노 할아버지는 종지기일과 남들이 싫어하는 잡무를 천직으로 알고 기쁘게 하느님께 봉사하고 있다.
6ㆍ25 동란 중에는 빨갱이들이 성당을 불지를것만 같아 모두가 피난가는데도 불구, 혼자서 남아 그들에게 협조하는 척하며 성당을 지켰다는 할아버지의 행동은 순박함과 우직함을 그대로 대변해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동안 구포동본당에서 히지노 할아버지가 모셨던 신부는 모두 25명. 주임신부가 15명이고 보좌신부가 10명이나 된다.
지금도 간간이 구포동본당을 거쳐 간 신부들로부터 안부편지가 오고 있으나 글을 모르는 할아버지는 답장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지난해 겨울, 평생을 함께 살면서 교회 일을 같이해온 노모께서 돌아가셨을 때 난생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었다』고 밝히는 히지노 할아버지는 『종치는 일이라면 하느님 나라에 가서라도 부끄럼없이 잘 칠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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