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陽智)는 한마디로 한국교회 성소의 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 최초의 사제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가 어린 시절을 보내며 성소의 꿈을 키웠고 그 뒤를 이어 수많은 성직자, 수도자들이 성소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인 까닭이다. 그래서 흔히들 양지를 끊기지 않는 「성소의 금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기도 용인군 내사면 남곡리에 위치한 양지는 천주교 발상지 천진암 주어사와 미리내성지의 중심에 놓여 있는 한국교회의 모태로써 일찍부터 신앙의 싹이 트고 성소의 묘자리가 잘 가꿔지던 곳.
일부 교회사가들은 양지에 신앙 공동체가 형성된 것은 한국교회 창립 직후인 1800년대 초기로 잡고 있다. 곧 1백8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성교촌」(聖敎村)이라는 것이다.
이 긴 역사동안 양지에서 배출된 성직자는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신부를 비롯, 김옥균 주교, 오기선 신부 등 30여명에 이르며 수도자는 2백명을 상회하고 있다. 물론 이 숫자는 현재 구전 등을 통해 파악된 수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훨씬 많은 성직자, 수도자들이 배출됐을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양지, 곧 양지본당을 한국교회의 대표적 성소온상으로 꼽는 이유는 크게 ▲천주교 발상지 천진암 주어사와 미리내 성지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는 입지적 조건 ▲성 김대건 신부의 후광 ▲신자들의 깊은 신앙심으로 대별된다.
우선 입지적 조건을 살펴보면 교회 초창기 천진암에서 강학회를 갖던 이벽, 권일신, 권철신 등의 선조들이 양지를 거치면서 수많은 발자취를 남겼다는 교회사적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양지는 박해시대동안 한 번의 박해도 당하지 않은 안전지대였음에 미루어 일찍부터 신앙의 씨가 뿌리내릴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입지적 장점은 성 김대건 신부 일가의 피신에서도 잘 엿볼 수 있다.
1821년 충청도 솔뫼에서 출생한 김신부는 6세 되던 1827년 정해년 박해를 피해 조부 김택현, 부친 김 아냐시오 제준, 모친 고우술라와 함께 안전한 피신처인 이곳으로 왔던 것.
김신부는「골배마실」로 불리는 이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부모로부터 교리공부와 수례범절을 배우는 한편 세례를 준비해왔다.
직접 사제로부터 세례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한 김신부는 9년을 꾸준히 준비해온 끝에 1836년는 골배 마실에서 약2km 떨어진「은이」에서 안드레아를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으며 그 자리에서 곧 예비 신학생으로 발탁돼 유학을 준비했다.
현재 양지라는 이름보다 「골배마실」과 「은이」로 더 많이 알려진 이유도 김신부의 행적이 익히 알려졌기 때문.
김신부의 행적이 후세에 널리 영향을 끼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김신부의 첫 사목지와 마지막 전교지가 양지라는 점으로 꼽힌다.
1845년 유학 10년 만에 사제로 귀국한 김신부가 고국에서 첫 미사를 봉헌한 곳인 이곳 양지는 한국인 사제를 본당 신부로 맞은 최초의 교회로써 후일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돼왔다.
김신부는 5개월여 전교 끝에 1846년 4월 자신의 성장지 골배마실에서 마지막 미사를 봉헌한 후 순교의 영광을 안게 된다.
그러나 그 영광의 자리에는 교회의 무관심속에 1천5백평의 조그마한 성지만 있을 뿐 대형 골프장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신부의 후광과 함께 성소의 밑거름이 된 것은 신자들의 정직한 성품과 돈독한 신앙심이다.
현 제10대 윤용배 신부는 본당 신자들의 대부분이 6, 7대에 이르는 구교우들로써 주일미사 참석을 위해 새벽 4시부터 준비, 20리 길을 걸어 나오는 등 놀라운 열성을 갖고 있다며 그 열성이 성소의 못자리 형성에 귀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당관할지역의 주민 2만7천명에 신자가 1천8백명에 불과하지만 매년 성소 지망생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재도 3명의 신학생이 수학 중인 것도 신자들의 성품과 신앙심에 기인한다고 한다.
성 김대건 신부를 선두로 끊이지 않고 성직자, 수도자가 배출되고 있는 양지의 역사는 생존사제들의 증언에서도 충분히 감지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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