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歡想) 수도회는 한마디로 「교회의 심장」이라고 표현한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생명력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활동수도회와는 달리 사도직 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나 관상수도회는 「기도의 사도직」을 통해 이세상과 교회에 큰 힘을 불어넣으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고독과 침묵 속에서 끊임없이 기도하며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고 있는 관상수도회의 수도자들은 이 세상을 끊어버리고 은둔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도 깊숙이 이 세상 안에서 살고있다. 이 세상의 문제를 자기의 문제로 여기면서 기도의 생활도 함께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상수도회는 세상에 침투, 세상을 지탱하고 떠받쳐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에 진출해 있는 관상수도회는 가르멜회ㆍ글라라회ㆍ트라피스트화 등 3개이다. 이 가운데 가르멜 여자 수도회가 1939년 처음으로 서울에 진출했고 뒤이어 대구ㆍ부산ㆍ대전ㆍ천진암에 각각 진출했다. 또 제주와 이리에 글라라 수녀회가, 마산에 트라피스트 여자수도회가 진출해있다.
관상수도회 중 남자수도회로는 가르멜 남자수도회가 유일하게 74년 진출, 활동하고 있으며 트라피스트 남자수도회가 10월경 서울에 진출을 앞두고 현재 준비 중에 있다.
철저한 침묵 속에 봉쇄생활을 하고 있는 관상수도회는 하루 생활을 침묵으로 시작, 침묵으로 끝내고 있다. 관상수도회는 보통 8시간 기도하고 8시간 일하고 8시간 취침을 하고 있으면서 24시간을 모두 하느님과 함께 하고자 하느님을 찾고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철저한 봉쇄 생활이기에 가까운 가족과의 면회도 천정을 마주보고 대화를 나눠야하는 인간적인 아픔이 있고 하느님을 찾고자 침묵과 감옥 속에 들어가기 위해 보다 큰 인내가 필요한 이들이다.
또 하느님을 모르는 이, 죄인들, 불안한 이 사회를 위해, 세계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며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이들이기에 수도원 안에 있으면서도 하루에 세계 일주를 몇 바퀴씩 하고 있다. 침묵ㆍ고독 중에 멀리 떨어진 친구들을 같이 있는 것 이상으로 가깝게 느끼고 소외된 이웃과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기도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는 거의 없다. 세상을 위한 기도, 남을 위한 기도의 삶이기 때문에 이들 수도자의 삶은 바로 그리스도의 삶을 닮는 희생과 봉사의 삶이고 세상을 복음화시키기 위한 거룩한 삶이다.
가르멜 수도원 봉쇄 밖을 나온 적이 없는 성녀 소화 데레사를 우리 교회가 전교사업의 수호자로 선언한 것만 보아도 전교를 위한 기도와 희생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여자수도회의 경우 특히 이 세상 영혼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제들에게 힘을 주고자 행하고 있는 「기도사도직」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또 단식과 기도로 단련된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제병ㆍ제의ㆍ양봉ㆍ양초 만들기 등으로 자급자족하고 있다.
가르멜 남자 수도회는 여자 수도회와는 달리 영성 신학연구ㆍ영성대화ㆍ고백성사ㆍ피정지 등을 통해 사도직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 관상수도회는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서 하느님의 사랑에 목말라하는 많은 이들이 찾아와 갈증을 해소하고 돌아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흔히 관상수도회와 활동수도회를 루까복음 10장의 「마르따와 마리아」에 비교하고 있다. 모든 지체가 같은 기능을 갖지 않고 조화를 이룰 때 서로의 역할이 더욱 빛나고 가치가 있다는 비유 말씀이지만 우리나라 80여개 수도회 중 관상수도회는 아직까지 소수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원래 수도회역사는 관상수도회로부터 출발했으나 시대의 요청에 따라 직접 활동에 참여하는 수도회들이 등장했으며 이에따라 관상수도회의 무용론까지 대두된 적도 있다. 그러나 제2차 「바티깐」공의회는 『관상수도회는 「천상 은총이 솟아나오는 샘」이고 교회가 관상수도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교회의 영예』라고 찬양, 관상 수도회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 활동위주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교회에서 하느님 찾기에 바쁜(?)이들이 있기에 분명 우리 모두는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교회의 융성한 발전도 이들의 보이지 않는 기도의 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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