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라는 그 어원적인 의미를 고찰한 다음 이젠 종교 그것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느냐고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종교 학자에 따라서 또는 자기의 종교성격에 따라 다양한 종교의 정의가 나올 수 있다.
잡다한 의견을 각설하고 나는 종교를 「신과 인간과의 관계」라고 정의를 내린다. 이 정의에서「관계」란 말이 대단히 중요하다. 너와 나의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서 너와 나의 행동이 달라진다. 부자(父子) 관계와 사촌(四寸) 형제와의 관계는 그 내용이 너무나 다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까운 관계인 아버지와 아들과의 사이는 그 양쪽에서 꼭 같이 중요한 의무를 제시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하고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순종해야하는 의무가 나온다.
「신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신은 인간에게 생명주신 분, 우리는 그 분으로부터 생명을 받은 존재, 가장 귀한 내존재 여부가 밝혀지는 근원적인 관계이다. 그래서 종교를 다르게 표현한다면「신과 인간과의 생명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생명에는 어떤 목적론적인 의미가 부여되어 있기에 인생의 목적을 행복 또는 사랑에다 둔다고 한다면 종교는 다시 「신과 인간 간의 행복의 관계 또는 사랑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신 없이 무한한 행복 없어
신은 생명의 원천이요, 행복과 사랑의 원천이기에 인간이 염원하는 영원한 삶, 무한한 행복은 신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종교는 인간에게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생명」「행복」「사랑」에 대한 근원적인 가르침이요, 이 가르침을 통해서 영원한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무한한 행복과 사랑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는 인간 실존의 근원적인 답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문학가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한바가 있다.『종교를 第二義的으로 즉 인생의 한 악세서리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전연 종교가 없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신과 인간과의 관계」라는 정의에서 종교는 일차적으로「신」이라는 대상이 있어야하고 그「신」이라는 대상 앞에 소위 종교행위를 하는 종교의 주체인 인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체와 객체와의 구체적인 관계를 맺어주는 종교행위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종교 학자들은 모든 종교는 그 구성에 있어서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종교의 대상인「신」의 가르침인 교의(敎義〓Dogma)가 있어야하고 둘째는 그 신 앞에 인간이 살아야 하는 종교윤리가 있어야하며 세번째는「관계」의 행위로 나타나는「종교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한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종교의 교의가 무엇이며 그 종교에서 가르치는 종교윤리는 어떤 것이며 그리고 그 종교는 어떤 의식으로 경신행위를 하느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컨대 불교의 경우 교의에는 소위 윤회설(輪廻說)이라는 교리가 있다. 그 뜻은 모든 중생은 계속되는 삶의 중복이 된다는 교리이다. 세상에서 잘못 살면 인간이 다른 동물로 태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윤회설 교리에 의해서 살생금지라는 불교적인 종교윤리가 나타난다. 모기가 덤비지만 그것을 죽일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모기가 그 옛날 우리 할아버지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종교엔 교리ㆍ윤리ㆍ의식 있어
무릇 모든 종교는 그 종교의 바탕이 되는 교리가 있고 그 교리에 따라 윤리행위를 규정하는 종교윤리가 있고 절대자에 대한 경배 행위로 종교의식이 있게 마련이다.
천주교의 경우 교의의 핵심은「사도신경」에 있는 내용이다. 거기에 신앙개조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사도신경은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친 것을 제자들이 신앙의 심불로 우리에게 전해준 도그마(Dogma)의 주요 골자이다.
두번째 천주교의 종교윤리는 십계명과 천주 교회법이다. 하느님이 주신 열 가지 윤리계명은 적어도 천주교 신자들은 이것을 지키고 살아야하는 윤리 기준이다. 세번째 천주교의 종교의식은 7성사의 집행이고 동시에 모든 종류의 기도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천주교가 무엇인지 올바로 알기 위해서는 천주교의 신조(信條)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무엇을 믿는지 그 믿음의 내용을 알아야 하고 다음에는 천주교의 윤리 도덕관이 어떤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끝으로 천주교회에서 집행하는 교회의식의 내용을 옳게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처음으로 천주교를 접하는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교회 의식을 보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교회 의식만을 보고서는「천주교회는 형식주의」라든지 또는 「천주교는 엄숙한 교회」라든지 한다. 눈에 보이는 의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교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실상 의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리의 터득이다.
이제 본 강좌에서는 종교 입문편을 끝내고 종교의 대상인「신」에 대한 문제를 다루어야할 차례이다.
「신」은 종교의 대상이요 우리 존재의 근원이다. 그「신」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으며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중요한 과제가 주어진다. 「신」에 관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집약이 된다. 첫째는 철학적인 관점에서 신의 존재와 개념문제이다. 이 분야를 自然神學이라하고 또 다른 분야는「신」자신이 우리에게 나타내 보여주신「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이것을 「계시의 신」이라고 하며 성서에 바탕을 둔「신학」의 가르침이다.
순서에 따라 이제 우리는 철학에서 보는 신론(神論), 자연 신학의 관점에서 「신」의 모습을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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