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종교의 기능적 측면
종교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종교를 개인의 긴장관리요구에 대처하는 상징체계라고 간주한다. 즉 종교는 보편적 질서의 개념과 세계관을 통해서 개인이 당면한 의미의 문제에 해답을 제시해주고, 삶의 방향과 정체감(正體感ㆍidentity)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긴장관리의 기능을 담당하는 상징체계라는 것이다
종교는 죽음ㆍ고통ㆍ불의 등을 체험하는 상황에서 개인에게 고통체험을 격감시키고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는다. 따라서 종교는 신앙인에게는 생활에 대한 자신감과 안정감을 제공해 주며, 수많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좌절과 실망을 극복하게 한다.
종교의 이와 같은 기능은 기성종교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신흥종교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기능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러한 기능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성종교보다도 신흥종교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신흥종교들은 민중종교운동의 형태로 등장한다. 한국의 신흥종교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억눌린 하류계층의 종교로 발생한다. 신흥종교에 참여하는 자들은 대부분 고통 받는 자ㆍ현실의 상황에서 좌절하거나 상처받은 자ㆍ자신을 의지할 권위나 공동체를 상실한 자들이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상처와 고통으로부터 위로받기위해 기성종교를 찾았으나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성종교에서 위로를 받기보다는 상처를 받았거나 또는 아무런 의미도 발견하지 못했던 자들이다.
신흥종교의 참여자들이 고통과 좌절, 그리고 사회적 불의를 느끼는 자들이라는 사실은 신흥종교가 이들에게 그만큼 위로와 안정을 주고, 삶의 방향과 의미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켜 준다는 사실을 뜻한다.
신흥종교는 사회에서 상처받거나 소외된 채 자신의 삶을 조직화시킬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동체적 분위기를 제공해줌으로써 사회적 연대감의회복과 긴장의 해소를 위한 메카니즘으로 기능한다. 신흥종교의 신자들은 카리스마적 권능을 가진 것으로 신봉되는 창시자나 지도자를 중심으로 삶의 목표와 방향을 분명히 설정하는 한편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공동체적 분위기에 안주함으로써 삶의 불안과 불확실성에서 해방되고 새로운 사회적 심리적 형태를 회복한다.
한편 신흥종교는 기존사회질서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응하여 등장하는 사회운동의 한 유형이라는 점에서도 몇 가지의 기능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흥종교는「병든 사회」의 산물이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회, 부조리와 부정이 판을치는 사회, 물질주의와 권위주의가 지배하는 사회, 공동체가 파괴되는 사회에서삶의 의미와 방향을 상실한 사람들이 자아정체(自我正體)와 상황정의(狀況定義)를 모색하기 위한 운동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신흥종교가 제시하는 교리나 사상 속에는 현실세계의 모순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그것을 해소하기위한 방안이 내포되어있다.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 찬 기존의 모든 질서는 소멸되고 정의와 평화의 복지가 실현되는 새로운 세계가 도래하리라는 말세사상과 지상천국신앙 창시자가 이 세계를 구원하고 한민족이 세계의 주도 민족이 될 것이라는 구세주 신앙과 선민사상, 자신과 민족이 당한 그동안의 모든 한(恨)은 말소될 것이라는 해원사상, 모든 분열과 대립은 극복되고 하나로 통일되어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통합과 조화의 이념, 그리고 민중의 생활 속에 이어져온 민족의 문화적 유산들을 계승하려는 전통문화계승사상 등은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나름대로 극복하려는 그들의 열당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이것은 곧 한국의 신흥종교들이 오늘의 한국사회가 발전가치로 삼아야 하는 민족ㆍ민중ㆍ민주ㆍ통일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이 제시하는 가치가 일반 이데올로기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이들은 그러한 가치를 종교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뿐이다.
신흥종교는 새로운 규범과 도덕관의 확립, 인간성의 획득과 사회정의의 실현, 불평등과 부자유로부터의 해방을 갈망한다. 이러한 점에서 신흥종교가 염원하는 이상사회란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공동주의 적 사회주의(humanistic communitarian socialism)라고 할수 있으며 그들의 사상은「젊은 마르크스」를 무색케 할 만큼 진보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신흥종교는 기성층교의 역할에 대한 회의와 반발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기성종교의 문제점을 개선토록 촉구한다는 점에서도 역설적이나마 기능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흥종교는 기성종교들이 중산층의 종교로 성장함에 비해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억눌린 자들을 포용하며, 내세의 구원을 강조하는 기성종교와는 달리 현실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낸다. 또한 그들은 민족과 민중의 한(恨)을 해원시키려고 노력하며, 대립과 분열을 일삼는 기성교단에서와는 달리 강한통합성을 나타낸다. 신흥종교신자들이 기성종교를 외면하고 신흥종교를 찾는 것은 바로 신흥종교의 이러한 구조적 성격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기성종교는 신흥종교를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들이 과연 민중과 민족의 현실문제에 응답하고 민중과 민족의 고통과 한을 그들의 진정한 해방과 구원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였는가 하는 점을 자성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기성종교가 거듭나지 않고서는 또한 낮은 곳으로 내려오지 않고서는 신흥종교의 발생과 도전이 중단되지 않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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