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소」의 유적은 폐허뿐이었지만 그 흔적은 대단했다. 「이즈밀」에서 74㎞ 지점에서 만난「에페소」의 잔존물들은 화려하고 번성했던 「에페소」의 과거를 한눈에 읽게해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시청ㆍ재판소ㆍ시장ㆍ박물관ㆍ도서관ㆍ체육관ㆍ경기장 원형극장 등등…약간의 뼈대와 돌무더기만으로도「에페소」는 문화ㆍ체육ㆍ학문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당신의 영화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중에서도 장서 5만권을 자랑했던 도서관과 반원형의 극장은 바오로사도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했던 장소라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과 흥미를 끌었다. 특히 도서관 바로 정면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창녀촌」은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파되기 전「에페소」의 또 다른 측면을 짐작케 해주었다.
수많은 군중들 앞에서 복음을 설파하던 바오로사도는 은으로 신상(神象)을 만들어 팔아 축재를 하던 은장이들에게 붙잡혀 바로 극장 건너편 감옥에 갇히는 수난을 당하고 결국 마케도니아로 쫓겨나기도 한다.
반원형의 건축물인 대극장은 박해가 절정을 이루던 때 그리스도교인들이 사자나 맹수들의 밥으로 죽어가면서도 신앙을 지켰던 장소. 처참하게 죽어간 그리스도교인들의 순교를 목격한 신자들은 그리스도교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이경기장을 철저히 파괴、현재의 모습은 파과된 현장만을 남기고 있다.
BC190년경부터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된「에페소」는 아우구스투스 왕조시절 이 지역의 수도로 설정되면서 소아시아 서부지역의 수로가 되었고 따라서 상업과 교역의 중심지가 되어 정치적ㆍ경제적 번성기를 누리기도 한다.
입구의 정문뼈대와 약간의 벽면이 남아있는 에페소교회 앞에서 순례자들의 발길은 자연히 멈추게 된다. 바로 성모마리아교회. 벽면중앙부분에 십자가와 더불어 붙어있는 팻말-「교황 바오로6세 이곳을 다녀가시다.1967년」-앞에서 순례자들은 기념 촬영을 했다.
기록에 의하면 에페소교회는 본래 로마시대 학교건물을 개조한 것으로 콘스탄틴 대왕시절 성모마리아께 봉헌돼 성모 마리아교회로 불리게 됐다는 것. 431년 에페소공의회가 바로 이곳에서 열렸다고 추정되고 있다.
아랍의 공격ㆍ셀죽터키 등의 침략으로 거의 파괴되었으나 현재 상당히 많은 부분이 복원된 이교회의 앞마당에는 대형의 대리석「세례대」가 그대로 보존돼있어 당시 교회의 웅장함을 짐작케 해주었다.
「에페소」에서 역시 우리의 관심을 모은 건물은 성요한교회. 비잔틴시대 유스티아노 황제가 요한의 무덤이라고 전승되어온 장소에 세웠다는 이교회는「성모마리아 교회」와 더불어 상당부분이 발굴되고 복원된 상태로 순례자를 맞아주었다.
7~8세기 아랍의 침략으로 이교회 주위에는 방어벽이 세워졌고 언덕위의 요새와 연결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전초기지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1921년과 1922년 고고학자에 의해 발굴되기 시작한 성 요한교회는 1974년 이후 에페소 박물관측에 의해 본격적인 발굴과 복원작업이 시도돼 현재의 모습을 찾기에 이르렀다.
그리스도 부활 후 요한사도가 성모마리아를 모시고 에페소에 왔다는 사실은 이곳의 전승.
전승은 역시 요한사도는 이곳에서 복음을 전하다 잡혀 파트모스 섬으로 유배를 가야했으며 그리스도교 자유가 허락됐을 때 다시 이곳으로 와서 복음을 전파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요한사도는 유배지 파트모스 섬에서는「요한 묵시록」을、이곳 에페소에서는 요한1서와 요한2서를 각각 저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바오로사도가 로마에서 순교한 후 에페소교회하의 모든 교회책임을 이어 받았던 요한사도는 대부분의 사도들이 박해로 순교한 것과는 달리 이곳에서 오랫동안 복음을 전파하다 1백세에 자연사한 것으로 이곳의 기록들은 전하고 있다.
길이 110m、폭40m로 추정되는「성 요한교회」는 이교도들의 기념물과 전리품들에서 얻은 재료로 건립됐으며 화려함과 웅장함에 있어「이스탄불」의「성소피아성당」과 거의 대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4개의 돌기둥이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는 요한사도의 무덤 앞에서 숨가쁜 일정을 잠시 멈추고 기도와 묵상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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