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피조물에 불과
1. 선과 악을 아는 나무와 그 열매를 따먹지 말라는 금명의 의도는 인간이『하느님과 같지』않고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인간은『하느님의 모상으로』만들어졌기 때문에 특별한 완전성을 지닌 피조물이지만 그래도 피조물에 불과하다. 이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기본진리다. 바로 이 진리가 창세기 3장에 나오는 유혹자의 말로써 의심받게 됐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도전을 받은 것이다. 그『늙은 뱀』(묵시록12, 9)은 유혹의 말을 하면서 인간이 하느님 없는 윤리를 만들어내도록 그 판단을 흐리게 하려든다. 그 잘못된 판단기준에 의하면 하느님은 인간에 대해서 소외시키기 때문에 인간이 자기 자신이고자 원한다면 하느님을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무신주의, 반신주의 철학은 종교가 기본적인 소외형태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자신에 의해 상상된 완전하고 행복한 존재를 위해 원래 자기에게 속하는 것을 버려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소외시키는 죄
2. 죄가, 그리고 오직 죄만이 인간을 소외로 이끈다. 아주 처음부터 어떤 의미에서 인간자신의 인간성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이끈 것은 바로 죄이다. 죄는 인간에게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인간의 참된 존엄성의 결정적 요소를, 즉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요소를 빼앗는다. 어떤 의미로 각 죄는 이 존엄성을 감소시킨다. 인간은 죄의 노예가 될수록 그만큼 하느님자녀의 자유를 덜 향유하게 된다. 그는 인격으로서, 이성적이고, 자유롭고 책임 있는 피조물로서의 자기존재 구조자체 때문에 요구되는 자신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성서는 삼중차원의 소외를 그림으로써, 즉 죄인이 자신으로부터 소외됨과 하느님으로부터 소외됨과 공동체로부터 소외됨을 말한다.
그러므로 죄는 하느님을 거스를 뿐 아니라 인간을 거스르기도 한다. 2차 바티칸공의회가 가르치듯이 죄는 인간을 작게 만들고 인간의 완성을 방해한다.(사목헌장13). 많은 논쟁으로 증명할 필요가 없는 진리다. 죄를 통해서 인간은 자기 자신을 벌한다. 누군가 말했듯이 죄 속에는 이미 그 자체의 내재적 벌이, 하느님을 빼앗기는 것으로서의 지옥이 이미 거기 있다.
악의 세력과의 투쟁
3. 창세기 3장 9~15절은 인간의 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을 담고 있다. 그것은 첫 죄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이며 동시에 종말까지 지구 위 인류의 미래 역사전체를 내다보는 응답이다. 그러나 동시에 첫 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 속에는 인류역사 전체에 걸쳐「거짓말의 아비」와 여인과 그 후손 간에 치러야할 전투가 예고되어있다. 2차 바티칸공의회는 이 주제에 대해 아주 명백히 선언했다.『세계인류 역사는 암흑의 세력에 저항하는 인간의 악전고투로 엮어져 있으며 이 투쟁은 태초부터 시작되어 주님의 말씀대로 마지막 날까지 계속 될 것이다』(사목헌장13). 그렇지만 우리는 변경될 수 없는 단죄의 악몽으로부터 역사를 해방시키는 한줄기 빛이-구세주의 예고가 아주 처음부터 이암흑의 세력의 신비위에 비치고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야한다.
구원의「첫 복음」
4. 하느님은 여인을 유혹한 뱀에게 말한다.『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창세기3, 15). 이 말씀은「첫 복음」또는 최근의 구세주예고라 불린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의 복음인 신약의 계시에서 비로소 그 확인과 완성을 보았기 때문에「첫 복음」이라 불리는 것이다.「첫 복음」의 말씀자체가『악의 세력』을 대표하는 자와 창세기가『여인의 후손』이라 부르는 「다른 자」와의 싸움(원수가 되게 하리라)을 예고한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승리로 끝장날 싸움이다. 십자가의 희생이라는 대가를 치룬 승리가 될 것 이다. 죄의 신비는 자비의 신비에 의해 추방된다.
많은 교부들과 교회학자들이「첫 복음」에 예고된 여자에게서 그리스도의 어머니를 본다. 그 여자는 그리스도께서 죄를 누르고 이긴 승리에 먼저 동참하는 분이기도하다. 마리아는 우리구원에 그리스도와 협력하는데 있어서 문명을 통해 모든이를 위한『구원의 원인』이 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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