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사…최석우 신부
부산 중앙본당(주임ㆍ이병만 신부)「수교회」(회장ㆍ이동민)는 9월 순교성월을 맞아 순교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9월 20~22일 매일 오후 7시 30분 중앙성당에서 최석우 신부(한국교회사 연구소장)변기영 신부(수원 천진암본당주임)및 송기인 신부(부산 신선본당주임) 등 강사를 초빙, 「어둠을 밝힌 사람들」이란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했다. 다음은 강연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사」를 주제로 강연한 최석우 신부는 주최측인 중앙본당 수교회로부터 미리 질문 받은 소 주제내용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수교회가 질문한 사항은△한국 천주교의 수용과정에서 나타난 특성△한국천주교회에 순교자가 많은 이유△종교자유의 획득배경△일제 시대의 한국천주교회의 모습△순교정신의 현대적 의미 등이다.
한국 천주교 수용상에 나타난 특성에 대해 최석우 신부는 성사와 말씀이라는 2개의 지주가운데 말씀을 통해 신앙을 받아들인 점이 안국교회의 특이한 점이라고 말하고 있는 선교사 없이 평신도들이 스스로 신앙을 받아 들인데서 오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에 순교자가 많은 이유는『근본적으로 신자들의 믿음이 강해 배교자가 적은 탓』이라고 말하면서『이외에 유교의 극기사상과 불교의 체념사상 등 한국적인 정신이 강하게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최 신부는 말했다. 결국 한국의 순교자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순교한 것과 동시에 한국인으로서 순교한 사실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최 신부는 강조했다.
종교자유의 획득배경에 대해 최 신부는『직접적인 동기는 한불조약이라 할 수 있지만 근원적으로는 조선왕조의 혹독한 박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무수한 사람이 무저항으로 순교한 사실에서 그 획득배경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우 신부는 일제시대 한국교회는 공식적으로는 정치와 신앙을 분리시키는 정책을 취했으나 평신도들 가운데는 3ㆍ1운동에 적극 가담하거나 안중근(도마)의사처럼 민족해방을 위해 직접 뛰어든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신부는 2백여년간 한국천주교는 정부당국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박해를 받아온 탓으로 오늘날도 애국심과 신앙심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향이 없지 않으며 이 같은 추세는 오늘날 정부의 일부 정책에 교회가 적지 않은 비판을 하는 데서도 잘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오늘날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지식층은 외국 것을 배척하고 한국적인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천주교도 그 화살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천주교에서 가장 한국적인 요소는 순교자들입니다. 그들의 정신을 본받고 한국적이 천주교를 부각시킬 때가 도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오늘날에 있어서의 순교의 의미…변기영 신부
『일상생활 속에서 신앙으로 인해 생기는 고통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바로 현대적 의미의 순교자 곧 무혈의 순교자이며, 대표적인 무혈의 순교자는 성모 마리아입니다』
「오늘날에 있어서의 순교의 의미」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변기영 신부는 구세주의 인류구원사업을 위해 일생동안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성모 마리아를 예로 들면서 무혈의 순교정신을 본받을 것을 강조한데 이어 한국교회 창립선조들의 자발적인 순교정신을 또한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모님만큼 고통스런 삶을 산 사람은 없습니다. 흔히들 축복받은 분으로 알고 있으나 역설적으로「인간적인 면」에서는 무척 어려웠습니다. 당시의 엄격한 율법사회 속에서 처녀의 몸으로 잉태를 한데 이어 아기예수를 낳자마자 7년 동안 이집트로 도망, 망명생활을 했습니다. 요셉과는 부부이지만 무척 불편했으며 외아들 예수는 30세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인류구원 한다며 설교하러 다니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것입니다』
피 흘리지 않은 순교생활의 연속을 마리아가 불평 없이 받아낸 사실을 상기시킨 변 신부는 오늘날 신자들도 시간과 돈 및 노력을 신앙을 위해 봉헌하고 남을 위해 희생함으로써 무혈의순교자로 살 수 있음을 강조했다.
『우리는 가정과 직장 안에서 매일 무혈의 순교를 할 기회를 수없이 가지고 있으나 안이한 신앙생활 때문에 이를 놓치고 있다』고 말한 변 신부는『우리나라 신자들은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깊은 반면 기도내용이 기복적인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변 신부는『가톨릭신앙을 한민족의 민족사상으로 토착화 시키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순교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신앙선조들의 자발적인 순교정신을 본받을 것을 강조했다.
『오늘날 신자들 중 주일헌금 1천원만 내는「천주교회원」도 적지 않다』 며 타성적인 신앙생활을 질타한 변 신부는 권유와 지시에 의한 신앙생활이 아닌 자발적인 신앙생활을 할 것을 강조했다.
■하나되리라… 송기인 신부
「하나 되리라」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 송기인 신부는『하나가 되자 라는 명제에 비추어 볼 때 이에 가장 걸 맞는 삶은 인생의 의미를 궁극적으로 죽음으로부터 찾아내어 하느님과의 일치를 구현한 순교자들의 모습』이라고 전제, 『바로 그리스도 자신이 순교자들의 원형으로서 하늘과 땅을 화해시킨 분이었으며, 세상의 구원을 위해 스승이신 그리스도를 닮아 피 흘린 순교자의 삶은 그리스도적 삶의 전법』이라고 순교의 의미를 정의했다.「주님과 형제를 위해 생명을 버리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교회헌장의 구절을 인용한 송 신부는『순교가 더욱 귀중하고 우리 삶에 있어서의 본질적인 것으로 다가오는 것은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죽음을 향하여 스스로 다가가는 자기희생과 결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순교를「하느님과의 일치」와 「백성과의 일치」로 설명한 송 신부는『미래에 재림하실 그리스도를 미리 증거하는 순교의 정신은 오늘날 성체성사라는 전례의 형태로 살아있다』면서 성체성사를 통한 하느님과의 일치를 강조했다.
송 신부는『그러나 성사만으로 하느님과의 일치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변화와 실천에 대한 투신, 그리고 해방과 희망에 대한 새로운 확신을 받아들임으로써 일치를 가로막는 자신으로부터의 장애를 제거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역설하고『이러한 자세가 세계성체대회를 맞는 한국교회의 정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늘날에 있어「백성과의 일치」를 설명한 송 신부는『순교는 착취, 불의억압을 물리치려는 투쟁을 통해 민중과 일치하려는 삶』이라고 설명하고『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오늘날까지 여전히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신부는 이어 민중을 비인간화시키는 구조 악에 맞서 싸운 까밀로 도레스 신부, 스티븐슨을 저격한 정명훈 의사, 한중근 의사, 조성민군 등을 예로 들어 『이들이야말로 이웃 특히 겨례와 일치된 삶을 살다간 사람들이며 절대다수 민중의 염원을 앞서 실천한 새로운 순교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벗, 이웃을 위해 스스로 죽는 것만큼 큰 사랑이 없다』고 말한 송 신부는『이들의 모습 속에서 죽음을 향해 걸어간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을 오늘날에 다시 발견할 수 있다』 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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