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종교의 역기능적 측면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신흥종교는 기존 사회질서의 모순과 기성종교의 비역동성을 비판하면서 발생한다. 그러나 신흥종교들이 이러한 비판을 제기한다고 해서 이들의 관심이 곧 사회정의의 실현이나 공동선의 구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주 관심은 사회질서의 개선보다는 신자 개개인의 당면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있다. 대부분의 신흥종교들이 치병(治病)이나 사업의 번창등과 같은 현세적 복리의 약속이나, 접신(接神)방언(方言), 도통(道通)등과 같은 신비체험을 내세워 선교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바로 신흥종교가 사회구원보다는 개인구원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신흥종교들은 창시자나 종교지도자와의 강력한 결속의식을 바람으로 발생되고 또한 유지된다. 신흥종교의 이러한 구조적 성격은 신자들의 심리형태를 단순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리학자나 사회학자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카리스마적인 종교지도자와 광신적인 신자들이 강력히 밀착된 신흥종교에서는 신자들의 심리상태가 어린아이와 같은 수준(幼兒期的 段階)으로 퇴행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신흥종교의 신자들은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창시자나 종교지도자들에게 의지하고 그들이 제시해주는 방식에 따라 해결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따라서 신흥종교의 신자들은 자신의 잠재능력을 계발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의 심리적인 발달과 성숙을 저지당하게 된다. 특히 신흥종교가 제시하는 교리와 조직구조의 단순성은 이러한 현상을 보다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적용한다.
또한 신흥종교가 강조하는 후천개벽이나 말세사상은 비록 부분적으로는 사회개혁의 의지를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보다는 곧 도래하게 될 지상천국을 앉아서 기다리게 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다. 이러한 점은 시한부 말세론을 강조하는 신흥종교나, 또는 깊은 산속이나 기도원ㆍ신앙촌 등에 은거하면서 자신들만의 공동체생활을 영위하는 신흥종교들에게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편 신흥종교가 갖는 종교지도자와 신자들 간의 강한 결속의식은 신자들 간의 강한 결속의식은 신자들에게 사회생활에는 무관심한 채 종교 활동에만 전념케 함으로써 사회성원으로서의 의식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케 한다.
신흥종교를 믿은 후 자신의 직장이나 학교 또는 가정생활까지도 포기한 채 종교생활에만 전념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는 것은 신흥종교가 갖는 이러한 측면과 깊게 관련되는 것이다.
기존 사회질서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응해서 발생하는 신흥종교는 기존의 사회질서를 거부하거나 또는 그것을 수정하려고 시도한다. 이것은 곧 신흥종교가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규범을 추구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도는 사회개혁이나 사회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러한 그들의 가치나 규범은 기존의 윤리나 도덕 또는 건전한 상식과는 크게 어긋날 수 있는 것이며 그 결과 개인의 생활은 물론 기존 사회질서마저도 파괴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초창기신흥종교집단에서 흔히 모여지는 여러 형태의 성적문란행위, 집단최면과 열광성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집단 나체예배행위나 집단자살과 같은 대중 히스테리현상, 가정ㆍ직장ㆍ학업 등을 거부하면서 가출ㆍ이혼ㆍ퇴직자퇴를 불사하는 행위, 광신적인 안수ㆍ안찰 등으로 인한 과실치사행위, 재물수탈과 집단학살행위 등은 기존의 도덕 규범이나 전전한 상식의 세계와는 크게 상치되는 행위들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신흥종교의 신자들은 현실사회에 대한 심한 욕구불만과 상대적 박탈감을 가진 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가치나 규범, 또는 이들이 제기하는 기존사회질서에 대한 비판은 기존의 사회체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가능성을 갖게 된다. 기존질서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태도는 종교를 통하여 집단화ㆍ조직화됨으로써 신흥종교운동은 하나의 반동세력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갖게 되며, 그것을 세속적 차원이 아닌 종교적 신념체계로 승화시킴으로써 그러한 부정은 부분적 부정이 아닌 전면적 부정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성격은 신흥종교가 갖는 강한 종말론적 성격과 결합됨으로써 보다 강렬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갑오농민전쟁이나 1898년의 제주민란, 그리고 중국에서 발생하였던 태평천국의 난과 같은 근세제3세계에서 일어났던 많은 민란이나 혁명이 신흥종교와 결부된 운동이었다는 역사적 사실들은 이러한 점을 잘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성종교에 대한 신흥종교의 비판과 반발도 기성종교의 바람직한 개선보다는 오히려 종교적 갈등과 모호성만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 신흥종교가 제시하는 기성종교에 대한 비판은 기성종교를 쇄신하거나 개혁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성종교의 생명력은 이미 끝났으니 기성종교를 소멸시키고 기성종교가 담당하는 종교적 기능을 자신들이 대행하겠다는 것이다. 기성종교에서는 구원이 없으며 자기들을 믿고 따라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나, 상담수의 신흥종교들이 기성교회를「마귀교회」「사탄교회」「강도교회」「음녀교회」「우상교회」「무법교회」「몽학(夢學)교회」등으로 일컫는 것은 기성교회의 쇄신을 촉구하자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신흥종교의 등장은 종교적 모효성과 종교 간의 대립을 촉진시킬 뿐, 기존 가치의 통합이나 새로운 가치의 형성에는 별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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