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얼굴에는 주름살이 늘어가지만 마음은 아직도 소녀같은 서울 해방촌본당 김연순(마리아ㆍ64)씨. 남들이 싫어하는 궂은 일을 소리없이 도맡아 해온 마리아씨는 『모든게 부족해 남들처럼 앞장서서 크게 활동은 못하지만 성경 말씀을 따라 주위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찾아보면서, 사는 보람을 느낀자』고 말한다.
영세직후부터 지금까지 30여년 간을 환자방문ㆍ냄담자 방문은 물론 무의탁 할머니를 집에 모셔와 정성스레 뒷바라지를 한 후 양로원에 연결시켜 주기로 했던 마리아씨는 뒤늦게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입단, 이제는 함께 활동하는 짝꿍이 생겨도 좋다며 웃는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부터 세상 삶에 비관적이었고 자살까지도 생각했었다는 마리아씨는 『죽을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하느님을 믿어보라』는 친척의 권유에 정신이 번쩍들어 입교를 결심하게 됐다고.
어려운 가정살림에 보태기위해 장사를 하느라 예비자 교리도 자주 빠질 수 밖에 없었다는 마리아씨는 3년간의 긴 예비자 기간을 거쳐 영세했다.
하느님을 알게 된 후 마리아씨의 인생은 비관의 삶에서 희망의 삶으로 바뀌어 갔다. 생활도 차츰 나아지고 늘 아쉬워하던 매일 미사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배운것이 없어 부족한점이 너무 많다는 마리아씨는 하루 일을 미사참여로 시작, 그날 성경 말씀을 조금씩이라도 따르려는 일이 큰 기쁨이라고 고백한다.
본당내의 활동보다는 지역사회의 가난한 이웃에게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마리아씨는 항상 겸손한 자세로 신자건 미신자건 상관없이 거의 매일같이 환자집을 방문, 말벗이돼 주며 자연스럽게 전교해 나가고 있다.
또 생활이 어려운 이웃에게는 반상회를 통해 반공동체의 정성을 모으도록 관심을 유도시키는등 가난한 이웃을 그냥 지나칠수없는것이 마리아씨의 성격이기도하다.
특히 마리아씨는 오갈데없는 할머니를 자기 집에 모셔서 6개월간이나 돌보다가 공덕동 사랑의 집에 연결시켜 주기도 하고 또 간경화증 무의탁 할머니를 집에 모셔다 3개월간 병간호 등 뒷바라지를 하다가 사망 후 시신까지 염하고 장례까지 치러주기도 했다.
이같은 숨은 활동들이 조용히 주위에 빛을 밝혀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그의 행동을 보고 알게 모르게 입교한 이들도 많다는 후문이다.
지난 5월 20일 해방촌본당 32주년 기념행사에서 공로자로 상을 받은 마리아씨는 상을 받을 때 너무 부끄러워 엉거주춤 도망치듯 물러서다가 미끄러져 한바탕 웃음바다를 이루기도 했는데 이는 그의 겸손하고 소녀같은 마음을 잘 표현해준 한 예라고 주위에서는 말한다.
3년간 레지오 마리애단원으로 뒤늦게 입단한 마리아씨는 예년에 해오던 활동을 이제는 마리아군단의 단원으로 계속 해오고 있다. 가족으로는 매일 저녁기도를 함께 바치고 있는 남편 오석환(레오ㆍ69)씨와 출가한 세딸이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