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4월 연극계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한 극단「바탕골」(대표ㆍ박의순)은 극단「광대」(대표ㆍ김성수)와 함께 종교극, 특히 가톨릭관계 종교극을 전문적으로 공연하는 대표적 선교극단으로 꼽힌다.
창단 40여일에 불과, 20년 전통의 「광대」와 연륜이나 지명도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바탕골」은 창단 첫 작품으로 선보인 「매스어필」(일명ㆍ그리스도를 놓친 사제)이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면서 선교극단으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4월 15일부터 5월 24일까지 약 40일간 서울 동숭동 바탕골 예술관에서 공연된 「매스어필」은 예술관 개관 1주년 및 극단「바탕골」창단기념 작품으로 마련된 것으로 사제 50여명, 수도자 3백여명을 비롯, 총 5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함으로써 일단 출발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매스어필」은 「바탕골」이 『성극(聖劇)은 흥행에 실패한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깨고자 의도적으로 선정한 작품으로 『본산지 미국에서보다 오히려 더 성공적이었다』는 호평을 들었으며 미신자들도 성극을 즐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기도 했다.
84년「교황과 젊은이와의 만남」에서 극을 연출했으며 이번 「매스어필」에서 신학생 역을 맡은 송인현(베드로ㆍ30)씨는 주위의 긍정적 평가에 대해『이극은 신부 1명과 신학생 1명 등 두사람 밖에 등장하지 않는 지극히 가톨릭적인 작품이지만, 기성권위에 도전하는 시대상을 담고 있기 때문에 예상외로 미신자 관객들의 호응이 높았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또한 송씨는 『「바탕골」은 바로 이런 점을 중시, 반드시 종교극이라는 표제를 내걸지 않더라도 시대가 요구하는 작품, 인간의 심성을 고양시킬 수 있는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날 계획』이라며 그 계획의 일환으로 금년 10월경 제2회 공연 때 「안중근」(이동진 작)이나「끝」(듀렌마트 작)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끝」은 서울대교구 사목연구실장 장익 신부가 추천한 대작으로 권력과 양심을 다루고 있으며 현재 번역 작업 중. 「안중근」은 조광 교수(고려대)의 추천작으로 신앙인, 애국자로서의 안 의사를 다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두 작품 모두 국내 초연으로 공연이 시작되면 연극계의 큰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바탕골」이 창단과 함께 주목을 끌고, 기성 극단 못지않은 대형 선교극을 기획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관계자들은 ▲바탕골 예술관의 종합적인 문화기능 ▲극단대표의 열성 ▲입지조건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바탕골 예술관은 지난해 4월 개관된 종합예술센터로 지난 1년간 20여회에 걸친 각종 미술기획전ㆍ연극ㆍ현대무용ㆍ시낭송회ㆍ전동예술의 밤 등을 개최, 명실공히 민간 문화 운동의 요람으로 자리잡아 왔으며, 특히 전위예술과 실험예술도 과감히 수용, 격조 높은 문화공간으로 인식돼 왔다. 극단 「바탕골」도 이러한 문화운동의 중요한 지류로서 예술관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창단될 수 있었다.
이와함께 극단 대표 박의순씨(베로니까ㆍ50)의 성극에 대한 관심도 극단 창단에 중요한 열쇠가 됐다. 그것은 박씨가 천주교신자라는 이유뿐 아니라 스스로 행위예술에 애정을 쏟고 있는 화가라는 점에서도 이해된다.
남편으로부터 예술관 건립 허가를 얻어내기 위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사인을 받아낼 정도의 열성, 성모에 대한 남다른 공경, 샤마니즘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찾아내려는 예술가적 기질, 이 모든 요소들이 종합예술인 연극, 곧 극단 탄생으로 이어졌음은 극히 당연하다는 것이다.
예술관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박씨는「가장 예술적인 것이 가장 종교적」이라는 신념 아래 『재정 적자가 있어도 결코 문을 닫지 않을 계획이며 모든 기획은 인위적이 아닌 종교적 만남의 신비, 곧 인연에 의해 꾸며질 것』임을 운영방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극단 「바탕골」을 주목하고 있는 연극평론가들은 바탕골 예술관의 기능, 창립자의 열성과 함께 「바탕골」이 문화의 거리인 동숭동 대학로에 자리잡고 있다는 입지적 장점이 선교극단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