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나라와 이세상나라의 차이는 하느님나라는 우리 모두의 본나라이고 이세상나라는 하느님나라의 준비단계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세상나라에서 사회를 이끌고 나가는 사람들의 사회관확립은 나라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다. 예수당시의 나라지도자들은 바리사이파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이었다. 이 두 당파는 다 같이 기원전 2세기 마카베오 형제통치 시대에 그 반대파로 파생되어 유다왕국이 쇠퇴되고 외세가 이 땅을 식민할 때에 외세에 아부하여 온 유대아인들에게 통치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다른주장을 가지고 있었다. 사두가 이인들은 모세율법을 문자 그대로 준수해야한다고 고집하는 한편 바리사이파인들은 그 율법을 해석해온 구전적 전통을 중요시하였다. 사두가이인들이 내세를 부인하고 죽은 이의 부활과 천사의 존재들을 거부하는 형세적 종교인이었다면 바리사이파인들은 이모든 종교적 요소들을 인정하기는 하나 교묘한 율법해석과 자기중심의 종교생활을 함으로써 정치세력을 꾀하면 역시 현세적인 종교가들이었다. 이들은 예수의 설교와 정면으로 반대하였고 주님은 이들의 완악하고 고집스러운 불회심을 신랄하게 비판하였고 그들을 저주하기까지 하였다. 예수의 고난 시에는 군중을 뒤에서 선동해놓고 전면에 나타나지 않았으나 사두가이인들은 예수를 처형할 때 전면에 나섰다. 사도들이 활동할 때는 바리사이파인들은 눈치를 보았지만 사두가이인들은 노골적으로 반대하였다. 이두당파는 70년 예루살렘이 멸망하자 세상에서 소멸해버렸다.
이런 사람들이 이끌고 있던 유대아사회는 새로 태어나야만 했다. 세례자 요한은 우선 이들에게 최후심판의 경고를 한다. 민중에게 잘못된 교설로 정신을 마비시키는 그들은 독을 품은 독사의 족속들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민중을 얕보고 자기들만이 율법의 주인 인양 교만에 차 거들먹거리고 있었다. 요한은 그들에게 말하였다:『이 독사의 족속들아, 너희가 어쩌다가 올 하느님의 진노를 피할 수 있겠느냐?』고. 진노의 날은 주님의 날이며 아모스가 이미 예언한대로 끝내 회개하지 않는자들이 저주를 받는 날이다『저주 받아라, 주님의 날 무슨 수라도 날듯 싶으냐? 그날은 빛이 꺼져 깜깜하리라. 사자를 피하다가 곰을 만나고 집안으로 피해 들어가 벽을 짚었다가 뱀에게 물리리라』(아모5장18~19).그들은 자나 깨나 아브라항의 후손이라는 자만에 잠겨있고 입만 열면 아브라함의 약속을 들먹였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하느님 앞에서 얼굴을 땅에 대고 겸손을 보인 참 하느님의 사람이었다. 이 교만한 사람들에게 요한은 또 말하였다:『너희는 아브라함을 들먹이지말라. 아브라함의 자손 따위는 하느님께서 이 돌들을 가지고도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이 말은 그들에게 극히 모욕적인 말이었고 항변할 수 없는 교묘한 표현이었다. 자손이라는 말과 돌이라는 말은 아라메이어에서 비슷한 발음을 한다. 우리말에 비한다면 네 사람은 네 자랑이로구나라고 하는 어투와 비슷하다. 그 뿐 아니라 요한이 세례를 주고 있던 곳은 요르단 강 베타바라라는 곳이었고 이곳은 그 옛날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요르단 강을 건넌 후 기념으로 12지파를 대표하는 돌12개를 길가에 세워놓았던 곳이었다(여호4장20).이 돌들은 그들에게 신성한 돌이었다.
그러나 돌은 돌이다. 굳은돌 사람을 돌에 비기는 것은 언제어디서나 모욕적이다. 구약시대 옛날부터 주님의 백성은 포도원에 비유되었고 예수는 하느님나라를 포도원에 비겨 말씀하셨다. 과수원에서 과일을 맺지 않는 나무는 아무 쓸모가 없다. 도끼로 찍어 불속에 던지는 것이 상책이다. 행실을 보이지 않고 입으로만 하느님을 울먹이는 위선자들은 열매 맺지 못하는 과수와 같다. 도끼가이미 뿌리에 닿아 있다. 이제 도끼를 휘두르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아직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요한은 빨리 회개하라고 외친다.
회개는 먼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겸허한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스스로 훌륭한 사람이 아닌 보통사람들, 사람들의 경멸의 대상이었던 세리들과 군인들은 자기들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요한은 그들에게 수도생활이나 영웅적인 생활을 강요하지 않고 상식적으로 옳은 생활을 하라고 권고한다. 옷 두벌을 가지고 있거든 헐벗은 사람과 나누어 입고 먹을 것을 굶주린 사람과 나누어 먹으라는 것이었다. 후에 예수께서 번제물보다 이웃사람이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린다는 사랑의 교훈을 이들은 듣게 될 것이다. 세리들은 로마 점령군에게 돈을 주고 세리직을 산 사람들이었다.그들은 세금을 제멋대로 받아가며 사람들을 골 먹이는 사람들이었다.
이들도 생활개선을 하면 된다. 정당한 세금만 받으라는 평범한 훈계이다. 유대아율법에는 유대아인들은 외군의 군인이 될 수 없다. 그러니 요한에게 왔던 군인들은 이방인 출신들이었다. 유대아인들에게는 사람값도 가지 않는 족속들이었다. 이들도 회개만 하면 하느님나라의 백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한은 그들에게 말하였다.
사람들을 약탈하여 괴롭히는 일, 부하에게 사람들을 잡아다 족치는 일, 이런 일들을 하지 말고 정해진 월급으로 만족하라 하느님 앞에 겸손, 사람들 앞에 공정과 정의, 이것들을 다지는 것으로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가 펼칠 하느님나라로 가는 길을 탄탄하게 닦았다. 오르단강가에 사는 사람들, 예리고에서 안락하여 살던 사람들, 모압산 밑에서 천막생활을 하던 사람들, 심지어는 예루살렘에 사는 사람들까지 온 유대아에서 사람들이 몰려와서 요한의 설교를 듣고 세례를 받았다. 이 사람들은 후에 예수 그리스도께 인계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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