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에 있어서 신(神)은 중요한 철학의 과제가 되어 왔었다. 신의 본질이 무엇이냐 하는 것보다 일차적인 문제는 신을 인간 이성(理性)으로 인식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이제 본란에서는 신의 인식문제부터 시작하여 인간 이성이 파악하는 신의 개념과 본질을 서술하고자 한다.
神은 인식의 대상이 되는가
인식론의 문제-인간은 일차적으로 오관을 통해서 감각적인 인석을 한다. 그런데 신은 감각적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감각적인 인식으로는 이해될 수 없다.
그러나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신 인식이란 문제를 놓고 우선 인간의 기본적인 감각적인 인식론을 통해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인식론의 기초를 감각적인 인식에 두고 비감각적인 초월적인 인식에로 비약시킨다.
인식론의 기초가 되는 감각적인 인식은 이렇게 전개된다.
첫째 인간은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해서 색채와 사물의 모습을 인식한다. 다시 말해서 눈으로 보고서 무엇을 알게 된다.
두번째 인간은 귀를 이용해서 소리를 듣는다.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운동 중계 방송은 귀가 듣고 그 운동의 상황을 알게 된다.
세번째 코로 냄새를 안다. 코는 냄새를 맡아서 그것을 분간한다.
네번째 혀는 맛을 안다. 음식의 맛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혀가 동원되지 않고는 맛을 알 수 없다.
다섯번째는 피부로 느껴서 안다. 찬바람이 들어오는지 더운 바람이 들어오는지 그것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것은 오로지 피부로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인간은 다섯가지 감각 기능을 통해서 감각적인 인식을 한다. 다섯 가지의 감관은 그 고유한 인식의 대상을 가지고 있다. 귀는 소리를 인식하고 혀는 맛을 인식한다. 그러니까 전화기를 코에 대놓고는 말을 들을 수 없다. 고유한 기능은 거기에 해당되는 고유한 대상만을 인식한다. 그래서 시각이 마비된 사람은 색의 개념을 가질 수 없고 청각마비자는 소리의 개념을 가질 수 없다.
봐야 믿겠다는 이는 어리석어
흔히 듣는 소리가 있다.『하느님을 누가 보았느냐?』하는 질문이다. 보아야만 믿겠다는 사람은 음식 맛도 알 수 없고 운동 중계 방송도 들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눈으로 보아야만 믿겠다』고 하는 사람은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인가!
오관을 통한 감각적인 인식은 동물도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동물이 인간보다 감각적인 면에는 더욱더 예민하다. 개는 먼 길을 떠날 때 길거리의 냄새를 통해서 길을 찾는다고하고 새들은 그해 장마가 들 것 같으면 새둥우리를 집안에 짓고 가툼이 심할 것 같으면 새집을 밖에 짓는다고 한다. 동물은 오로지 감각적인 기능으로만 살아간다. 그런데 인간이 동물보다 위대하다는 것은 동물이 할 수 없는「이성을 통한 인식」, 다시 말해서 생각으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비감각적인 것을 인식할 수 있다는데 있다.
다시 말해서 감각적인 내용을 통해서 비감각적인 추상적인 개념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이가 나를 사랑하는지 미워하는지 그것을 눈으로는 볼 수 없다. 귀로 들을 수도 없다.
오직 그이의 행동을 보고서 보이지 않는 사랑이나 미움을 측량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우주보고 창조주 인식가능
그래서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인간의 감각적인 기능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더 높은 철학의 차원까지 비약이 되며 드디어 그러한 인식의 차원에서 신의 인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주에 가득 차 있는 현실적인 감각세계를 보고서 이것을 결과케한 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 한다. 이런 추리를 인과관계(因果關係)」또는 「인과율(因果律)」이라고 한다. 쉬운 예를 들어본다. 아프리카의 미개인들도 사막위에 나타나는 발자국을 보고서 낙타가 지나갔는지 아니면 코끼리가 지나갔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작품을 놓고 작가를 평가한다. 음악의 곡조를 놓고 그 작곡가를 평하고 건축물을 놓고서 그 설계자를 평가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 우주에 가득 차있는 너무나도 너무나도 귀한 작품을 놓고 이 작품의 작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 조건 속에서도 신 이해
소위「인과관계」라는 철학적인 원칙을 놓고 어떤 이는 나름대로 비판도 하지만 지나치게 이론적인 것보다도 일상 생할 속에서 우리의 사고방식을 생각하며 신의 존재문제에 대해선 크게 어려울 것은 없다.
모든 존재의 생성과정에는 반드시 그것을 존재케하는 원인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토마스 성인은 우주에 차 있는 결과를 놓고서 이것을 결과케한 원인으로 하느님의 존재를 설명하고 동시에 그 하느님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까지도 서술한다.
어떻게 보면 절대자「신」을 인간이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그것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상대적인 인간이「절대신」을 그대로 수용하자는 것이 아니고 인간에게 주어진 조건 속에서 다시 말해서 인간의 수용 자세와 능력의 상황에 맞게 신의 문제를 이야기할 따름이다. 그래서「철학의 신」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스콜라 철학의 거성인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이 제시한 신 존재론 5개 논증을 소개하면서 하나 하나 생각해 보기도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