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화단(畵壇)에 신자미술인의 활동이 활발하다.
이번 가을, 풍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신앙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미술인은 조각가 장연탁ㆍ유영교씨와 화가 최동임씨 등이다.
현재 캐나다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장연탁(라파엘)씨는 10월 4일부터 9일까지 신세계미술관에서 한국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전시회를 위해 캐나다에서 제작된 작품 10점이 도착하지 않아 아쉬움을 안겨주기도 한 이번 전시회는 대리석과 청동을 소재로 한 장연탁씨의 조각품 10점과 미국 클로드주립대학의 교수이자 화가인 에드워드 에반스의 회화 18점이 함께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는 국적과 분야를 달리하나 자연에 대한 예술적 지향이 유사한 조각가와 화가의 어우러짐이 돋보였고「자연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작품들로 호평을 받았다.
작품 전체에서 표현되는 부드럽고 유연한 선과 흐름에서 섬세하고 동양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는 장연탁씨의 작품은 추상작이면서도 난해함 없이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리석이라는 중량감 있는 소재를 작가 특유의 손놀림으로 비상할 듯 자유롭고도 안정감 있는 작품으로 형상화한 장연탁씨는 특히「부할」「소망」등의 작품에서 자연을 매개로 승화된 신앙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10월 6일부터 현대화랑에서 조각전을 열고 있는 유영교(라우엔시오)씨는 사람과 삶을 주제로 한 작품 20점을 선보였다.
볼륨을 절제하고 단순한 평면을 조각에 도입, 정적과 평온을 느끼게 하는 유영교씨의 작품은 특히 작품에 설정된 평면공간에 산과 나무새 등을 음각으로 새겨 넣어「이야기가 있는 조각」으로 크게 어필하고 있다.
「기다림」「고향 이야기」등 유영교씨 작품은 보통사람이 엮는 일상생활을 진솔하게 표현,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과 자신과의 합일을 체험하게 하고 평범하고 평이한 주제도 예술적 감각으로 아름답게 형상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소망Ⅰ」등의 작품에서는 유영교씨의 종교적 감성을 찾아 볼 수 있는데 그가 표현한 성모와 아기예수의 모습이 서구 중심의 규격화된 성상이 아닌 한국적 모성과 이미지를 지녀 신선한 감동을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장연탁, 유영교씨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모든 것에 내재하는 하느님의 손길을 간접적으로 투영하고 있는 한편 한국화가 최동임씨(로사)는 성화로써 하느님 말씀을 직접 화폭에 담고 있다.
10월 4일부터 9일까지 한국화랑에서 열린 최동임씨의 첫 번째 개인전에는 성경구절과 믿음, 인간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 15점이 전시됐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유려하고 찬란한 빛과 색을 회화에 도입한 최동임씨는 작품「마굿간에서」「보고야 믿느냐?」등을 통해 예수의 탄생과 부활을 다루었고 작가의 독실한 신심을 바탕으로 인간의 삶과 내면적 세계를 오브제로 표현한「천년도 당신 눈에는」「인간의 욕망」등도 선보였다.
최동임씨의 작품은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독특한 테마에 신선하고 실험적인 기법과 접근 방법을 도입, 침체된 성화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채색동양화에 있어서도 소재와 표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동임씨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은 뛰어난 색감에서 나타나며 성화로서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충실하고 솔직히 밝히고 있다는데 있다.
기존의 한국화 개념에서 과감히 탈피, 채색화에 코르크를 붙혀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등 소재와 표현이 돋보이는 최동임씨 작품은 성화분야 뿐만 아니라 채색동양화분야에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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