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로 산업화되어가고 인간관계가 날로 복잡해져 가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그 사회를 재는 가치판단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심각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개인의 범죄든 사회윤리의 파괴문제는 혹은 분배의 불의라는 구조악의 문제든 그것들을 추상화시켜보면 결국은 선과악의 가치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동서고금의 문학은 악의 문제를 주요 테마로 다루어 왔으며 종교가 철학자들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였다.
최근의 경향은 사회적인 구조악의 문제를 정치, 경제학적 시각으로 분석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악의 문제가 결국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질문제라는 점에서, 문학 철학이든 정치, 경제학이든 인간본성에 대한 본질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사색을 빠뜨리고서는 악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접근이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악의 본질문제를 인식하는데는 최근에 나온 프란치스꼬 페레스 저 박영도 교수(부산대철학)역의「악의 형이상학」이 중요한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진과 선을 존재의 본질적 속성으로 보고 이성적절대자가 만물의 궁극적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형이상학적인 입장에 있는 자에 있어서 악은 무시될 수 없는 근본적문제의하나』라고 말하는 페레스는 핵전쟁의 공포 고문 도시인의 소외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는 인간의 발전이 따르지 못하는 기술의 발전이나 정치적 개혁만으로는 악의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우리가 찾아야할 해결은 현실의 악을 실천적으로 해결해가는 욕구와 악의 존재를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욕구 양자를 결합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플라톤 라이프니쯔 등의 서구철학과 아퀴나스로 대변되는 그리스도교적인 악의 인식문제 동양적인 악의사유방법 등을 한데 묶어 해설하는 이 책은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일본상지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저자의 동서양에 걸친 철학의 넓은 식견이 돋보이는 저작이다.
부산 지평출판사에서 펴냈으며 국판2백50쪽에 값은 3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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