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1)
(요한 4장1~6: 마태 4장12: 마르 1장14: 루가4장14)
유대아인들은 자기들을 가리켜「독사의 족속」「약탈자」등으로 매도하며 아브라함의 자손임을 자랑하지 말고 어서 회개하라고 서슴없이 말해대는 세례자 요한을 결국 감옥에 처넣었다.
이제 성가신 자를 없앴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그 보다 더 아프게 찌르는 자가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난데없이 성전에 나타나 귀중한 수입원인 장사치를 쫓아내고 성정을 헐면 사흘만에 다시 지어 보이겠다는 등 성조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처치해 버린 세례자 요한보다도 이 자에게는 사람들이 더 몰려들고 있지 않는가. 그 중에는 바리사이파의 지도자도 끼어 있으니 요경계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이 낌새를 알아차린 예수는 유다땅을 떠나 갈릴레아로 가시기로 하였다. 루가는「성령을 가득히 받고」갈릴레아로 가셨다고 하였다.
갈릴레아는 유대아인들이 옛부터「이방인들의 갈릴레아」(이사8.23)로 불렀던 구원의 틀에서 벗어난 지방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 이방인들의 갈릴레아에서 이제막 구원의 빛이 비치기 시작한다(마태 5.14 이하). 이곳에서 예수께서는 하늘나라가 가까와 왔다고 크게 외칠 것이다. 본 고향사람들이 예수를 배출하고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배척하였지만 예수의 고향 나자렛도 바로 갈릴레아의 한 고을이었다. 갈릴레아는 유다지방의 북쪽에 있고 그 중간에는 사마리아 지방이 있다.
사마리아는 그 옛날 솔로몬왕이 죽은 후 이스라엘 민족이 남북으로 분열되어 남쪽에는 유다왕국이 섰고 북쪽에는 이스라엘왕국이 따로 서서 서로 반목하였을 때 (기원전 9세기) 북쪽의 이스라엘왕국의 터전이었고 그 수도를 또한 사마리아라고 하였던 곳이다.
그런데 기원전 722년 앗시리아군의 침공을 당하고 주민들이 포로로 잡혀간 후 몇안되는 본토인들은 외침한 이방인들과 섞여서 그들의 오랜 역사를 엮어왔다. 그런 이유로 해서 남쪽의 유대아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이방인들의 혼혈족, 정통종교의 이단자들이라고 멸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마리아인들은 그들대로 성조들의 후예임을 자부하고 있었다. 우선 그들 땅에 세웠던 이스라엘왕국은 이스라엘 12지파 중 10지파가 이에 편들었고 그들이 인정하는 모세오경에 따르면 그들이야 말로 성조들의 정통 후예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들의 땅은 성조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분부를 받자옵고 길을 떠나와 닿았던곳으로 아브라함은 사마리아 근처「세켐」이라는 (요한복음은 이곳을 시칼이라고 했다) 성지에 재단을 쌓아 하느님을 예배했던 곳이며 (창세12, 6~8), 여호수아가 민족을 이끌고 가나안땅 정복길에 올랐을 때 이 근처 에벨산에서 율법을 공포하고 하느님께 제사를 드린 곳이기도 하다(여호8,30).
이곳 주민들에게 귀중한 전통은 성조 야곱이 이 땅을 사들이고 우물을 파서 유산으로 전해 주었다(창세 33, 18~20)는 자부심이며, 그들은 야곱을 「우리들의 조상」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그들의 원수인 유대아 국민들은 그 옛날 다윗의 적군들에게서 빼앗은 예루살렘의 시온성을 하느님의 거룩한 산으로 여기고 민족 신앙의 중심지로 삼은 데 대항하여. 사마리아인들은 자기네 수도 세켐 근방의 게리짐산을 성산으로 삼아 그곳이 하느님을 예배하는 산이라고 주장했다.
이 산은 요한 복음서에서「이 산」이라고 지칭된 산으로(4,20~21) 그옛날 모세의 명재로 12지파가 요르단강을 건넌 다음 6지파씩 갈라져서 한쪽은 게리짐산으로 나서서 백성에게 축복을 빌고 또 한쪽은 그 맞은 편 에벨산으로 나아가서 저주를 빌었던 곳이다(신명27,12). 이 땅은 또한 여호수아가 죽기 바로 전 하느님의 율법을 큰돌에 새겨 상수리나무 밑에 세우고 하느님 말씀의 증거로 세운 곳이며, 성조 요셉이 묻혀있는 성지이기도하다(여호24, 25~27). 성서에는 없지만 역사가 요세푸스에 따르면 (+100년) 느헤미야의 적수 산발라트가 예루살렘 성전에 대항하는 성전을 게리짐산에 세웠다고 전하기도 한다.
사마리아인들은 유대아인들이 기다리던 다윗 혈통의 메시아를 기다리지 않고 모세와 같은 민족지도자, 예언자를 기다리고 있었다(신명18, 16~18). 이들 땅에 예언자보다도 더 크신 분 민족지도자 보다도 세상의 구세주예수께서 들어가신 것이었다.
제자들과 동행인 예수의 일행은 도보의 산행길 여행에 몹시 지쳐 있었고 허기까지 해결해야 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시카르라는 동네, 이곳에 바로 성조 야곱이 물려준 우물이 있었다. 시카르는 옛날 시마리아인들의 수도 세켐(또는 사마리아시)의 아라메아어 발음이다.
하여튼 제자들은 동네로 먹을 것을 구하러 갔고 예수께서는 잠시 우물가에 기대어 피곤한 다리를 쉬고 계셨다.
이때 이 우물에 물을 길러 온 한여인을 만나게 된 것이다 . 요한은 이 만남을 옛날 야곱이 이곳에서 라켈이라는 여인을 만난 그녀와 결혼하였고 그몸에서 이스라엘의 조상 요셉을 낳았다(창세 29, 1~14)는 일과 연결시켰는지도 모른다. 예수는 이 여인에게『배척받는 사람들에게 다시는 목마르지 않는 영원한 생명수를 약속하며 앞으로는 하느님을 예배하는 곳이 이 산이다., 저 산이다라고 다투지 않고 어디서나 진실된 마음으로 예배드리게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신다. 구원 도리의 기본을 일러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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